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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가스 '무기화'·몰도바서도 폭발음…확전 우려에도 미·영은 강경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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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가스 '무기화'·몰도바서도 폭발음…확전 우려에도 미·영은 강경 발언

러, 폴란드·불가리아 가스 중단…미 "우크라도 러 공격 권리"

러시아가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대한 가스 공급을 끊으며 에너지를 무기로 유럽연합(EU) 전체에 대한 "협박"을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영토 밖 몰도바 및 러시아 접경 지역에서도 폭발이 일어나며 전장이 확대될 가능성에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확전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국면에서 미국과 영국은 연일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 러시아를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디언> 등 외신을 보면 27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즈프롬은 가스대금을 루블화로 결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천연 가스 공급을 중단했다고 선언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달 가스 대금을 루블로 결제하지 않으면 공급을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EU 집행위는 계약 당시 결제에 사용하기로 한 통화의 97%가 유로 혹은 달러라며 가즈프롬이 계약한 통화로 결제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폴란드의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는 45%, 불가리아는 73%에 달한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러시아의 행위는 "폴란드에 대한 직접 공격이자 가스 제국주의"라고 비난하면서도 "수 년 간 이 같은 사태를 대비해 왔다. 폴란드는 올 가을부터 러시아산 가스를 전혀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폴란드와 가즈프롬 간의 계약은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이었으며, 폴란드는 그간 러시아산 가스를 대체할 기반 시설에 투자해 왔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ICIS의 가스 분석가인 톰 마르제크-맨서는 <가디언>에 "폴란드는 독일 바로 옆에 있고 독일에서 (가스) 수입이 가능하다. 자체 LNG 터미널도 보유하고 있고 올해 말 노르웨이와 폴란드를 잇는 가스관도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다만 분석가들은 불가리아의 경우는 폴란드보다 대비가 덜 돼 있다고 우려했다. 마르제크-맨서는 아제르바이잔산 가스를 수입하기 위한 그리스와 불가리아간 가스관이 완료되지 않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BBC> 방송은 폴란드의 가스 저장고는 현재 76%가 채워져 있지만 불가리아는 17%밖에 채워져 있지 않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불가리아가 가스 확보를 위해 터키, 그리스와 거래를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러시아의 가스 중단 조치에 대해 "러시아가 가스를 협박의 도구로 사용하려는 시도"라고 비난하며 "러시아의 가스 공급업체로서의 신뢰를 또 한 번 손상시켰다"고 말했다. 폰데어라이엔은 그러나 EU가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고 있었으며 대체 공급처를 찾고 가스 저장고를 채우는 작업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다만 <로이터> 통신은 EU의 가스 저장고는 현재 32% 차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EU가 11월까지 제시한 목표인 80%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러시아가 가스와 무역을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의 이번 조치는 직접적으로는 EU의 석유 관련 제재를 앞두고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프랑스 대선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미룬 EU가 러시아산 석유 금수 혹은 석유값 상한제를 도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크리스야니스 카린스 라트비아 총리가 러시아의 움직임은 EU에 러시아산 원유 수입 중단을 늦추거나 중단하라는 경고의 의미일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가스 중단 진짜 타깃은 독일?

이번 조치는 러시아산 가스 수입 비중이 40%에 달하는 EU 전체에 대한 위협으로 볼 수 있지만, 특히 EU 최대의 경제강국이며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 비중이 높은 독일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독일은 26일 우크라이나에 대공전차 50대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외신들은 이번 가스 중단 선언이 나오자마자 일제히 독일에 주목했다. 러시아산 가스 수입 비중이 55%에 달했던 독일은 그간 EU의 러시아 에너지 제재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비난을 사 왔다.

난방용 연료가 덜 필요한 여름이 다가오고 있고 봄철 독일의 풍력 발전기가 활발히 돌아간다고 해도 러시아산 가스가 끊길 경우 독일 경제와 국민들의 생활에 미치는 타격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독일중앙은행 분데스방크는 22일 EU가 러시아 가스 수입을 즉각적으로 중단한다면 독일의 국내총생산(GDP)이 올해 2%나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최근 수십 년 간 가장 심각한 경기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러시아산 가스 금수가 독일 경제에 얼만큼 큰 타격을 줄 것인지는 학자들 간 의견이 갈린다. 적게는 GDP의 0.3%만 감소시킬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수입되는 가스의 3분의 1이 제조업 등 산업용 가스라는 점을 감안할 때 기업에 연쇄적으로 미치는 악영향 탓에 피해 규모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 앞서 독일 정부는 지난달 가스 공급이 부족해질 경우를 대비한 '조기 경고'를 발령하며 산업체보다 개별 가정과 병원 등에 대한 공급을 우선시 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개전 직후부터 우려됐던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가 현실이 됐지만 독일 정부는 아직 뾰족한 답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공급 부족에 대한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우선 국민들에게 절약을 당부했다. 정부는 지난달 '조기 경보'를 발령하며 기업, 병원, 가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소비자에게 연료 사용을 줄여줄 것을 호소했다. 27일 <가디언>을 보면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8년 기준 이용객이 연간 200만명에 달했던 베를린의 야외 수영장 운영 업체는 이번 주 개장하는 16개의 가스 가열식 수영장 수온을 평년보다 2도 낮게 유지하기로 했다. 업체 측은 이것이 연료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절감 조치가 아니라 베를린 상원과 협력해 "가스 수입 감축에 기여하고자 내린 정치적 결정"이라고 밝혔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경제장관은 독일이 점차 "러시아 에너지 수입의 덫"에서 벗어날 것이며 러시아산 가스 의존 비중이 이미 55%에서 35%로 줄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도이치벨레>(DW)는 독일 정부가 독일이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을 없애는 데 최소 2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몰도바·러시아 등 우크라 영토 밖으로 번지는 폭발음…'확전' 우려 나오는데 미·영은 연일 강경 발언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로 우크라이나를 돕는 유럽국가까지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전장이 우크라이나 영토 밖으로 번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확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외신들은 지난 25~27일에 걸쳐 우크라이나 서부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몰도바의 친러시아 성향의 분리주의 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 국가보안부, 라디오방송탑, 러시아 무기고 등에서 원인 모를 연쇄 폭발이 수 차례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쪽과 러시아 쪽은 서로를 폭발의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친러 분리주의 지역인 돈바스 지역 '해방'을 명목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을 고려할 때 이 지역에서 일어난 폭발이 확전의 구실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친러 성향의 이 지역엔 러시아군 1500명이 주둔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동부에 집중하고 있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서부 국경 너머 지역으로 공세를 확장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우크라이나에 인접한 러시아 국경 지역에서 연이은 폭발이 일어나며 우크라이나가 자국 영토를 방어하는 것 뿐 아니라 러시아 영토에 타격을 가하고 있다는 추측도 제기된다. 27일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인 러시아 벨고로드 지역의 무기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25일에도 국경 인근 브리얀스크 지역 유류 저장고에서도 폭발이 있었다. 러시아는 이달 초 벨고로드의 연료 저장소가 헬리콥터 공격을 받았다며 우크라이나를 비난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는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이번 폭발에 대해 우크라이나 쪽은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다만 러시아의 "업보"라고 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러시아가) 다른 나라를 침공해 많은 사람을 죽였다면,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러시아 영토 내 창고를 활용했다면, 이르든 늦든 그 빚을 갚게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영토 밖으로 전투가 번질 수도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영국은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 영토 내 폭발이 알려진 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의원들을 향해 "우크라이나는 자국 영토를 방어하는 것 외에도 러시아를 공격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2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우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과 같은 종류의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해지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해당 발언은 서방의 목표가 우크라이나를 방어하는 것을 넘어서 러시아를 파괴하는 것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우려를 샀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도 27일 연설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영토 전체"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직설적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는 "러시아를 우크라이나 전체에서 밀어내기 위해 더 빠르고 멀리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는 최근 몇 주 간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 지역인 돈바스 공세에 집중하고 있다. 러시아의 전쟁 목표가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돈바스를 분리시키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트러스의 발언이 러시아에 대한 도발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BBC>는 트러스의 이날 발언이 러시아의 침공이 "실패해야 하고 실패로 보여야 한다"는 수준으로 제약돼 있던 영국의 전쟁 목표에 대한 언설 중 가장 명확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그러나 모든 서방이 트러스와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며 "러시아를 자극할 위험 때문에 프랑스나 독일의 일부 관리들은 전쟁 목표에 대해 언급하는 데 좀 더 신중하고 우크라이나 방어에 대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지적했다.

▲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자리를 잡은 국영가스업체 가스프롬 본사 건물의 회사 로고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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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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