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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률의 이 한 곡의 노래] 검은 리본 달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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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률의 이 한 곡의 노래] 검은 리본 달았지

5.18광주민주화운동 42주년이 다가 온다.

항상 그렇듯 5월이 오면 가슴이 아려와 꽃피는 화려한 5월에 현기증으로 천지가 어지럽다. 이럴 때 꼭 부르는 노래 한 곡이 ‘검은 리본 달았지’다. 1980년 5월22일 광주에서 집단 발포가 있었던 바로 다음 날, 작곡했던 노래다. 가수가 꿈이었던 내가 아무도 없는 자취방에 홀로 남아 울면서 만들었던 노래다. 그만큼 강렬한 노래다. 비록 가사는 유약하지만 싱어송라이터가 꿈이었던 한 젊은이가 노래를 부를 수 없는 현실에 폭포처럼 눈물을 쏟으면서 만든 노래다.

이제는 비교적 편하게 이 노래를 부를 수 있지만 지난 40여년 동안 자유롭게 부르지 못한 노래이기도 하다. 뮤지컬 ‘광주’에서 주인공이 부르는 넘버 중 하나다. 이 노래를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

충격의 5.18!!!

처음에는 내가 뭘 잘못 보았겠지.. 하다가 중간쯤에는 어떻게 이럴 수 있나.. 분노에 온 몸을 부르르 떨다가 마지막에는 공포를 이겨낼 수 없어 지하에 숨었던 나.

1980년 5월 22일, 도청앞 집회에 참석하러 나오는 길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보고 들어 갔던 상무관. 내 눈을 믿지 못하여 한참을 서서 눈을 비비고 또 비볐다. 눈에 들어 오는 것은 아무렇게나 놓여져 있는 40여구의 관들.. 어떤 관은 태극기가 덮여 있고 어떤 관은 가족들이 울고 있고 또 어떤 관은 아무도 없이 혼자 저만치..

전 날 군인들의 발포로 사람들이 죽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래도 이것은..

누군가 갖다 놓은 '검은 리본'을 앞 가슴에 달고 말없이 상무관을 나왔다.

그 날 밤, 눈에서 사라지지 않는 주검들을 생각하며 기타를 잡았다

"나는 오늘 검은 리본 달았지.

나는 오늘 검은 리본 달았지.

당신은 하얀 수의 입었지만 나는 오늘 검은 리본 달았지.

.....

아하, 이제 어떤 시를 만드나.

아하, 나는 무슨 노랠 부르나.

......."

마음과 달리 기타 반주는 더 비트 있게, 더 강하게 연주됐다. 이상하게도 반주가 강할수록 슬픔도 더 하고..

흘러 나오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이렇게 ‘검은 리본 달았지’는 탄생했다

1981년 초겨울, 지금은 사라진 남도문화예술회관에서 <제3회 김종률 자작곡 발표회>가 있었다. 그 날, 오월 유가족 어머니 50여분을 공연장에 초청했고 나는 검은 리본을 단 하얀 수의를 입고 맨발로 무대에 섰다. 기타 반주가 시작되면서 부터 흐르는 눈물은 노래 끝 무렵에는 전 관중이 오열을 넘어 통곡했다

<검은 리본 달았지>는 아직도 내가 가장 아끼는 오월 가요다. 5월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제일 많이 부르는 노래다. 머지않은 미래에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녹음하여 사람들께 들려주고 싶다

님이시여, 그 때 검은 리본 밖에 달지 못한 나를 용서 하소서….

▲김종률 세종문화재단 대표이사가 지난 1980년 12월 광주 남도문화예술회관에서 '검은 리본 달았지'를 초연하는 모습 ⓒ김종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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