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자료 제출 미비 문제로 파행되면서 결국 법정 시한을 넘기게 됐다. 여야는 간사 간 논의에 따라 청문 일정을 오는 5월 2일과 3일로 조정했다.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본 청문 절차 없이 30분 만에 종료됐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청문특위원들은 전날 한 후보자에게 자료 요청을 했으나 여전히 성실히 응하지 않았다며 청문 불참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 간사인 강병원 의원은 "간사로서 이런 모습을 보여드리는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국민께서 국회에 맡긴 책무는 총리 후보자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서 공정과 상식의 잣대로 꼼꼼하게 의혹이나 검증하라는 것이고, (청문회 보이콧은) 그러기 위한 민주당과 정의당의 충정으로 이해해주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한 후보자에 대해 "어제 한 후보자에게 자료 제출을 요청하며 세 가지를 예시로 들었을 뿐인데 그 세 가지에 대해서만 미흡하게나마 제출했다"고 했다. 이어 "부동산 거래 기록과 납세 기록을 제출했다고 했는데 사실이 아니다. 미술품 내역도 냈다고 했는데 판매 작품이 10점이고 1억 원이란 거 외에는 어떤 자료도 없었다. 구매자를 특정하지 않고 적어도 법인 정도는 밝힐 수 있는 거 아닌가"라고 했다.
이어 김앤장법률사무소 재직 당시 업무 내역 요청과 관련해선 "(제출 자료가)A4 용지 한 장 반이다. 4년 4개월간 20억 원을 받았는데, 한 일은 간담회 참석 네 번이 다인가. 종이 한 장이 15억이면 다른 한 장은 5억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불참했던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이날 직접 참석해 "어제 전체회의에서 성일종 의원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이 총리 후보자에게 무리한 자료 요구로 방해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걸 들으면서 오늘은 직접 참석해서 얼마나 한 후보자가 자료 제출에 불성실한지 직접 알려드리려는 마음으로 왔다"고 했다.
배 의원은 "국민 여러분의 관심이 높은 부동산과 관련해 주택자금 등에 대출을 안 받았는지 관련 자료를 요청했는데 개인정보활용 비동의라 자료 확인이 안 된다"며 "배우자가 관세 신고한 내역 요청했지만 배우자라는 이유로 개인정보활용 비동의를 했다"고 했다. 이어 "건강보험료 납부 현황, 국민연금 납부 현황. 논문 등재 현황도 마찬가지"라면서 "이게 무리한 요구인 것인가. 자신과 배우자가 개인정보활용 비동의로 관련 자료 제출을 방해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자료 제출 문제로 정상적인 청문 절차가 불가능하다고 판단, 국민의힘 측에 새로운 의사 일정을 협의할 것을 요청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성일종 의원은 "여야 간 일정을 협의를 하는 것이 오히려 청문회를 여야가 함께 국민한테 잘 보여드릴 기회가 되지 않겠나 싶다"면서 주호영 청문특위 위원장에게 "새로운 의사 일정을 잡을 수 있도록 배려해 달라"고 말했다.
성 의원은 "청문 법정 기일을 지키는 아름다운 전통이 이번에는 깨질 것 같다"면서 "제대로 된 청문회를 못 보여드리는 데 대해 국민께 죄송하다"고 했다.
인사청문법은 국회 임명동의안 제출일로부터 20일 안에 청문을 마치도록 하고 있으며, 인사청문 종료일로부터 3일 이내에 청문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주 위원장은 "날짜 다시 정해지겠지만 그때는 자료 제출 문제로 시간 쓰이는 일이 없도록 협조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한 후보자에게 "이전 후보자에 비해 자료 제출 건수 비율이 높음에도 특별히 왜 나에게만 이렇게 엄격하게 하는가 하는 불만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총리 후보자는 인준 표결을 받아야 하고, 민주당과 정의당은 국회 의석의 과반을 넘는 압도적 당이라 설득할 수 없으면 인준 절차에 커다란 장애가 있으니 특별히 그 점을 고려해서 제출할 수 있는 자료는 다 제출하길 바란다"고 당부한 뒤 산회를 선포했다.
강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의원실 공지를 통해 "5월 2~3일 이틀 간 인사청문회를 개최한다"며 "27일 인사청문 실시계획 변경을 위한 회의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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