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인사에 있어서 때로 국민들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 그런 평가를 받고 또 그것이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부담으로 작용했던 점에 대해서는 여러가지로 국민들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선을 비롯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검찰총장으로 발탁한 인사 논란 문제에 관한 질문에 대한 문 대통령의 답이다.
문 대통령은 25일 오후 청와대에서 출입기자 초청 간담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2019년 인사 문제는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결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조국 전 장관 임명 논란은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조 전 장관을 둘러싼 다양한 비판 속에서도 "(조 전 장관에게)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더 큰 논란을 낳았다.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임명을 후회하느냐는 질문에 "이미 여러 차례 드렸던 말씀"이라면서 "그 외에 추가할 이야기가 있다면 나중에 회고록에서나 해야 할 말"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더 깊은 이야기들은 지금 이 자리에서 당장 대답하는 것은 그렇고 다음으로 미루어두고 싶다"고 했다.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이명박 전 대통령, 김경수 전 경남지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정재계 인사들에 대한 특별 사면이 거론되는 데 대해선 '국민 여론을 따라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문 대통령은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면서도 "대통령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한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면은 사법 정의와 부딪힐 수 있기 때문에 사법 정의를 보완하는 그런 차원에서만 행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사법 정의에 부딪힐지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국민들의 몫"이라면서 "국민들의 지지 또는 공감대가 여전히 우리가 따라야 할 판단 기준"이라고 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라 오는 5월 10일 청와대가 전면 개방되는 데 대한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청와대 개방은 윤석열 차기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다음 달 10일 오전 10시경 취임식이 끝나는 대로 청와대가 일반 국민에게 공개된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출입 기자들에게 "청와대 시대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증인들"이라면서 "'춘추관 기자'라는 말도 이제는 마지막이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청와대 시대가 끝난다', 이렇게 생각하는 소회가 있는데, 청와대 시대를 끝내는 것이 그동안의 우리 역사, 또는 청와대의 역사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 때문에 청산한다는 의미로 청와대 시대를 끝낸다고 그러면 그것은 조금 다분히 우리 역사를 왜곡하고 우리의 성취를 부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청와대는 한때 '구중궁궐' 그런 말을 들었을 때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계속해서 개방을 확대하고 열린 청와대로 나아가는 그런 과정이었다"고 했다. 그는 "우리 정부에서만 해도 청와대 앞길이 전면 개방되었고 인왕산 북악산이 전면 개방됐고 청와대 경내 관람도 크게 늘어서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연간 20만 명 국민이 청와대를 관람했다"고 했다.
임기 마지막 일정과 관련해선 "저는 5월 9일 18시 근무 마치는 시간에 청와대에서 퇴근을 할 계획"이라면서 "하룻밤을 청와대 바깥에서 보내고 그리고 다음날 새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한 이후에 KTX로 지방으로 내려갈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마지막 날 밤을 청와대에서 보내지 않는 것이 전혀 불편하지 않다"면서 "그런 부분을 조금이라도 신구 정권 간의 갈등, 그렇게 표현하지 말아주시길 당부드린다"고 했다.
이어 퇴임 후 계획에 대해선 "퇴임하면 잊혀진 삶을 살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특별히 은둔생활을 하겠다는 것은 전혀 아니"라면서 "현실 정치에 관여하지 않고 특별히 주목받는 그런 삶을 살고 싶지 않다는 뜻"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평범한 시민으로서 가보고 싶은 데 가보고 먹고 싶은 데 찾아가서 먹기도 하고 여러 가지 보통 사람들의 삶처럼 살 것"이라면서 "노무현 대통령은 하루에 한 번씩은 시골까지 찾아온 분들이 고마워서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었는데 저는 그렇게는 안 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무런 계획을 하지 말자는 것이 지금 저의 계획"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친서를 교환한 배경에 대해서는 "다음 정부가 출범하는 그 순간까지 평화, 한반도 평화, 한반도 대화 분위기가 계속되고 다음 정부로 이어지게끔 하기 위한 그런 차원의 노력"이라고 했다.
이날 간담회는 퇴임 전 문 대통령이 춘추관 기자들과 마주하는 마지막 자리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불발된 올해 신년 기자회견을 대체하는 성격으로 마련됐다. 출입 기자들과의 직접 소통은 지난해 5월 취임 4주년 약식 회견 이후 1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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