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조각 첫 인사청문회인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파행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한 후보자의 자료 미제출을 이유로 불참했기 때문이다. 청문회는 예정대로 열렸으나, 참석 위원보다 불참 위원이 더 많은 탓에 결국 한 시간도 채우지 못하고 정회했다.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 후보자 청문회는 썰렁한 분위기 속에 시작됐다. 총리 청문위원 13명 중 8명, 다수를 차지하는 민주당·정의당 청문위원이 빠진 탓이다.
민주당·정의당 소속 청문위원들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민주·정의 양당이 검증과 의혹 규명을 위한 자료를 성실히 제출할 것을 수차례 요구했으나, 한 후보자 측이 국회 요구를 거부했다"면서 "한 후보자 인사청문회의 정상적 진행은 불가능함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주호영 청문특위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측 청문위원 다섯 명은 참석했다. 주 위원장은 "청문회 일정 조정은 합의되지 않아 위원장인 저로서는 이미 합의된 대로 청문회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청문회 개의를 선언했다.
이에 이날 민주당 측에서 유일하게 참석한 청문특위 간사 강병원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자청했다.
강 의원은 "8명 청문위원들이 한 후보자의 자료 미제출로, 충실한 자료 제출을 전제로 청문 일정을 조정하자는 요청을 간곡하게 드렸음에도 일방적으로 회의를 개의해 강한 유감"이라고 했다.
그는 "부동산계약서를 달라고 했는데 (한 후보자가) 줄 수 없다고 하고. 부동산거래정보원에 물어보니 '개인 정보 미동의로 줄 수 없다'고 하더라"면서 "20억 원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고문료를 받아 김앤장에 활동 내역을 달라 하니 영업 비밀이라고 한다. 무슨 브로커 역할이라도 하셨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료 요청이 (과거 총리 후보자들에 비해) 두세 배 많다고 한다. 검증해야 할 게 많아서 자료 요청이 많다고 생각을 안 하는가"라면서 "청문 일정 변경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하는데, 맹탕 청문회가 도리가 아닌 것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청문위원) 12명 중 8명이 일정 재조정을 요청한 것인데 이를 거부하고 협상을 안 하면 협치는 어렵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이 말을 끝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는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와중에 한 후보자를 향해 "이렇게 하시는 거 옳지 않다"며 "아무리 정권이 바뀌었다 하더라도 이렇게 부실하게 할 수 있느냐"고 규탄 발언을 이어갔다.
강 의원마저 퇴장하면서 청문회장은 주 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청문위원 다섯 명만 남게 됐다.
이에 국민의힘 청문특위 간사인 성일종 의원은 "강병원 의원이 한 후보자의 자료 제출이 부실하다고 했는데, (과거 총리 후보자) 자료 건수가 200~300건 수준이었던 걸 감안하면 무려 3~4배 높은 자료를 (민주당이) 요구했다"고 했다.
이어 "한 후보자의 부친‧모친 돌아가신 지 40여 년이 지났는데 부친‧모친의 부동산 거래내역 일체를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돌아가신 부모의 거래내역을 어떻게 보관할 수 있는지 국민께서 판단하지 않겠나 생각한다"면서 "1970년도부터 받은 봉급 내역 일체를 달라고 한다. 50년 전 급여내역을 어떻게 보관하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주혜 의원은 민주당의 자료 제출 요구가 과하다고 지적하면서 "겨울에 산 딸기를 구해오란 것과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다만 주호영 위원장은 한 후보자에게 "부동산거래정보원이 '당사자 동의가 없어서 자료를 못 준다'고 한 것은 우리가 봐도 문제"라고 말했고, 이에 한 후보자는 "알아보겠다"고 답했다.
김앤장 관련 자료에 대해선 "(본인이 아니라) 김앤장이 가지고 있는 서류가 아닌가 싶다"며 자료 제출을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피력했다.
주 위원장은 "한 후보자는 요청한 자료 중 가능한 게 있는지 추가적으로 확인해보고 최대한 많이 제출해주시고, 당사자 미동의라든지 개인정보보호와 같은 이유를 대지 말고 왜 본인이 노력해도 제출할 수 없는지 자세히 설명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이어 성 의원에게 "민주당 간사와 잘 협의해서 추가 제출 자료를 최대한 제출하게 하고 추후라도 원만히 진행되도록 한발씩 양보해서 협조해주시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상태로는 추가 진행이 쉽지 않다"며 개의 40여 분만에 정회를 선언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지난 7일 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는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인 오는 26일까지 인사청문을 마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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