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安倍 晋三) 전 일본 총리가 춘계 예대제(봄 제사)를 맞아 세계 2차대전 A급 전쟁 범죄자가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는 참배 대신 공물을 납부했다.
아베 전 총리는 21일 도쿄에 위치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조국을 위해 산화한 영령에 대해 존경의 뜻을 표하기 위해 참배했다"고 말했다고 일본 <FNN> 방송이 보도했다.
특히 아베 전 총리는 "우크라이나에서는 조국을 지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다. 그런 용기 있는 소중한 희생 위에 나라가 지켜지고 있다. 그것도 염두에 두면서 조용히 참배했다"고 말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추진되고 있는 일본의 재무장에 대한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 일본의 집권당인 자민당은 현재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1% 정도인 방위비를 향후 5년 동안 2%로 증가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하기로 했다. 올해 일본의 방위비는 본예산 기준으로 5조 4005억엔(한화 약 53조8000억원)으로 GDP의 0.96%에 해당하는데, 이를 100조 원 안팎으로 상향하자는 계획이다.
이는 러시아의 침공 이후 독일을 비롯한 유럽 각국에서 방위비가 높아지고 있는 흐름에 편승해 재무장에 대한 국내외적인 정당성을 획득해 나가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현 총리는 지난해 10월 가을 제사 때와 마찬가지로 '마사카키'라고 불리는 공물을 봉납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 역시 현직 총리 자리에 있을 때는 직접 참배가 아닌 공물 봉납으로 대신했었다.
일본 전현직 관료들의 이같은 행동에 대해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일본이 과거 역사를 직시하고 겸허한 반성의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며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의 과거 침략 전쟁을 미화하며 전범들이 합사돼 있는 곳"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외교부는 대변인 논평을 통해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급 인사들이 또다시 공물을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우리 정부는 일본의 책임 있는 인사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하는 바"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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