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에 반대해 사표를 제출한 김오수 검찰총장에게 신뢰를 표하고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이 없으니 임기를 지키고 역할을 다하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이 문 대통령 임기 내 검수완박 입법 추진 의사를 밝힌 후 검찰과 강하게 대치하는 상황에서 일체 개입 없이 사태를 관망해왔다. 그러나 김 총장이 전날 자진 사퇴라는 초강수를 두자 결국 개입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이날 면담 자리에서 검수완박에 대한 찬반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진 않았다. 그러나 김 총장의 사퇴를 만류함으로써 최소한의 중재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를 찾은 김 총장과 70분 간 면담을 진행했다.
박 대변인은 "김오수 검찰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법률안 내용에 대한 우려를 설명하고, 단순히 법률안에 대해 반대만 한 게 아니라 대안도 제시했다"며 "김 총장은 충분히 의견을 개진했고, 문 대통령은 경청했다"며 면담 분위기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김 총장에게 "검찰 조직이 흔들리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달라"며 사의를 반려했다. 그러면서 "검찰 내의 의견들이 질서 있게 표명되고, 국회의 권한을 존중하면서 검찰총장이 검사들을 대표해서 직접 의견을 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소용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럴 때일수록 총장이 중심을 잡아야 하고, 그것이 임기제의 이유이기도 하다"고 조언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개혁은 검경의 입장을 떠나 국민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국회의 입법도 그러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검찰뿐 아니라 법안을 무리하게 밀어붙인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민주당의 '검수완박' 속도전에 제동을 건 메시지로도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법무부 업무 보고에서도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의 필요성은 강조하면서도 '질서 있는 논의'를 당부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다만 "국민들이 검찰의 수사 능력을 신뢰하는 것은 맞지만,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라고 검찰 개혁의 당위성에는 힘을 실었다.
문 대통령은 "강제 수사와 기소는 국가가 갖는 가장 강력한 권한이고, 따라서 피해자나 피의자가 공정성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과거 역사를 보더라도 검찰 수사가 항상 공정했다고 말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법제화와 제도화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에서도 끊임없는 자기 개혁과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로선 국회 다수를 차지하는 여당의 입법 추진을 무력화할 방안은 사실상 대통령의 거부권이 유일하다. 이 때문에 김 총장은 면담을 통해 문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청와대는 그러나 국회가 관련 법안에 대한 논의에 착수한 만큼 김 총장의 거부권 요청이나 문 대통령의 행사 여부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김오수 "검찰수사 공정성 방안 말했다"
김오수 검찰총장도 거부권 행사 건의 여부에 대해선 함구했다.
김 총장은 면담을 마친 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돌아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검찰 구성원을 대표해 소위 검수완박 법안의 여러 문제점을 상세히, 충분하게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 확보 방안에 대해서도 말씀드렸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도 건의했느냐'는 질문에 "청와대에서 이야기할 것"이라며 "여기서 말씀드리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답변을 피했다.
사표 반려 여부에 대해선 "제 개인적인 결단의 문제여서 그것을 제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그냥 그대로 봐달라"고 했다.
이어 '검수완박 입법을 막지 못할 경우 다시 사표를 낼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하여튼 최선을 다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김 총장은 전날 검수완박 입법 강행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며 사표를 제출한 뒤 이날 연가를 내고 두문불출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사표를 반려하고 면담 의사를 밝힘에 따라 청와대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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