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은 서방을 믿지 않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직접 만난 첫 유럽 지도자인 카를 네함머 오스트리아 총리가 17일(현지 시각) 회담 후일담을 공개했다.
네함머 총리(이하 직함 생략)는 이날 미 NBC방송과 인터뷰에서 지난 11일 있었던 푸틴 대통령과의 '힘든 회담'에 대해 상세히 밝혔다.
그는 푸틴을 만나기 전 우크라이나 부차를 방문했다고 설명하면서 "우리는 그곳에서 전쟁 범죄를 목격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소도시인 부차는 러시아 군인이 민간인 최소 300명 이상을 살해한 정황이 발견되면서 러시아의 전쟁 범죄 관련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네함머는 "푸틴과 회담은 우호적인 대화가 아니었고 솔직하고 힘든 대화였다"고 밝혔다.
"나는 내가 본 것을 말해줬다. 나는 전쟁 범죄를 봤고, 러시아 군대의 대규모 손실을 보았다. 그리고 나는 푸틴에게 마리우폴이나 하르키우 같은 도시에서 민간인들을 위한 인도주의적 통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푸틴은 (민간인 학살 의혹과 관련된) 국제 조사에 협조할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그는 서방을 믿지 않았다."
네함머는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할 돈바스 지역에서 대규모 전투를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은 전쟁이 러시아연방의 안전 보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국제 사회를 신뢰하지 않는다. 그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돈바스 지역에서 일어난 (러시아인들에 대한) 대량학살에 대해 우크라이나 비난하고 있다. 나는 푸틴이 전쟁에서 이기고 있다고 믿는 것 같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7일 미 CNN방송과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전쟁을 끝내기 위해 영토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돈바스를 점령할 경우 키이우를 다시 점령하려 시도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며 "돈바스에서 러시아군과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가 '최후통첩'을 한 마리우폴에 대해서도 포기할 의사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젤렌스키는 또 미국 고위급 인사가 직접 우크라이나를 방문하는 것과 관련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희망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결정해야할 문제"라고 전제하면서도 "그는 미국 대통령이고 그것이 그가 여기 와서 봐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미국 백악관은 바이든이 우크라이나를 직접 방문할 계획은 현재 없다고 밝혔다. 미국 언론들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나 토니 블레어 국무장관 등이 우크라이나를 직접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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