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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숲이 더 필요해

[함께 사는 길] 도심을 기후변화에서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지난 5년간 각종 개발사업으로 여의도 165개의 산림(480㎢), 매년 평균 96㎢의 산림이 사라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COP26에서 '산림 및 토지이용에 관한 글래스고 정상 선언'에 동참하여 2030년까지 산림 손실 및 토지 황폐화를 막고, 복원에 함께 노력하는 삼림벌채 중단에 합의하였다. 그러나 매년 손실되는 산림 방지 대책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고, 대선과 지방선거 국면에서 각종 택지·도로·공장·공항 개발이 난무하고 있다.

산림전용 속도를 끌어내리지 못하면 2050년까지 약 2900㎢(29만ha)의 산림 손실이 예상된다. 아쉽게도, 지난 1월 산림청이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산림부문 추진전략'은 산림의 흡수능력 강화에 초점을 두었고, 신규 확충 및 복원계획은 대단히 미약하다. 30년간 유휴토지 조림 및 도시숲·생활숲 확충에 6.1만ha, 생태복원에 1.1만ha일 뿐이다. 즉 손실되는 양의 약 25%만 채워지는 것이다. 더군다나 산지 개발 시 원인자가 부담하게 되는 대체산림자원조성비와 산지복구비를 전년도 수준으로 동결해버렸다. 정부는 미래세대와 국제사회에 기후악당국가, 산림파괴국가를 남겨줄 것인가.

▲ 서울 외곽 신도시 택지 개발로 사라지는 숲 자리엔 베어진 나무 밑둥만 남았다. ⓒ함께사는길(이성수)

산림은 탄소통조림이 아닌 생태계의 요람

작년에 산림청은 탄소중립을 위해 30년간 국내 산림 90만ha의 나무를 벌채하고 26억 그루의 나무를 새로 심겠다는 사업을 발표하여 환경단체의 저항과 국민의 분노를 일으켰다. 민관협의회 운영을 통해 모두베기를 규제하고 벌기령을 낮추지 않겠다고 결정했지만, 기존 산림을 벌채하고 재조림하는 방식은 변한 게 없다. 인위적인 산림경영을 통해 탄소 흡수량 2670만 톤을 확보하려면 그만큼 숲을 많이 훼손할 수밖에 없다. 경제림육성단지·목재생산림에 한정하여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사업 시행에 따른 생물다양성 훼손 영향을 검토하고 보전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산림은 중요한 탄소저장고이면서 온갖 생명의 소중한 터전으로 보호가 우선이다. 산림청이 만든 '산림헌장'에도 숲의 다양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숲을 울창하게 보전하고 지속가능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인류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탄소저장고의 착취를 중단해야 한다. 독일의 유명한 생태작가 페터 볼레벤에 따르면, 오래된 자연숲은 기후변화에 대적할 인간의 중요한 연합군이며, 숲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자연을 파괴하는 행위의 정점은 기후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화력발전소의 연료로 나무를 태우는 것이라고 하였다. 나무를 땔감으로 여기는 산림경영에 숲의 현재와 미래를 맡길 수 없다.

도시숲 사업 증가하는데 도리어 면적은 줄어

기후위기 시대에 도시숲은 이제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도시숲은 탄소 흡수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 깨끗하고 시원한 공기를 제공하고 자연 속의 휴양공간을 제공한다. 그러나 도시숲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도시공원일몰제는 도시계획시설 결정 이후 20년이 경과되면 도시공원으로 효력이 상실되는 제도로 2020년 7월 1일 전국에서 여의도의 55배 정도인 158.5㎢ 면적이 도시공원에서 해제되었으며, 2025년까지 164㎢가 추가 해제될 위기에 처해있다. 그리고 전국의 76곳에서 민간특례개발사업이 진행되어 공원부지의 7%에서 많게는 30%까지 총 5.31㎢의 공원부지가 아파트로 개발되고 있다. 최근 서울시는 자연녹지지역까지 용도지역을 변경하고 주택개발을 허용하는 '상생주택' 사업 추진을 발표하였다. 개발규제지역으로 포함되지 않은 산림과 경작지가 자연녹지지역에 포함되어 있어 앞으로 도시 확산과 난개발이 심각하게 우려된다.

도시숲의 면적은 줄어들고 있는데, 신규 조성사업 예산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얼마 전까지 도시숲은 미세먼지 차단 및 저감을 위한 그린인프라로서 중요시 여겨졌는데, 올해부터는 정책 및 사업 명칭이 '탄소중립 도시숲'으로 변경되었다. 탄소중립도시 달성을 위해 온실가스 감축과 더불어 탄소배출을 상쇄하는 탄소흡수원으로서 기능을 향상하기 위한 도시숲 확충 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그런데, 도시숲 확충 사업이 많아지고, 나무를 많이 심는다고 탄소를 더 많이 흡수할지 의문이다. 건강하고 풍성하게 잘 자란 나무의 입체적인 총량이 많아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손실량이 많다면 탄소흡수 및 저장기능은 마이너스다.

도시숲을 어떤 목표로 늘릴 것인가?

산림청에 따르면 도시숲은 여름 한낮 평균 기온 3~7도를 완화하며, 나무 1그루는 연간 이산화탄소 2.5톤을 흡수하며 산소 1.8톤을 방출한다고 한다. 어마어마한 효과다. 의심이 들어 그 나무의 정체를 확인해 보니 가로 세로 40m 폭의 느티나무라고 한다. 서류상 나무 숫자에 계산된 '나무'와 실제 도시에 살아가는 '나무'가 하늘과 땅 차이다. 아무튼 중요한 교훈이다. 탄소중립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녹지 면적을 얼마나 확대했는지, 나무를 얼마나 많이 심었는지보다 줄기·가지·잎·뿌리 등 수목 바이오매스의 총량을 높이는 것이다.

국내는 아직 도시숲의 정확한 총량 통계 및 공간 데이터가 매우 미흡하다. 도시공원·도시숲 등으로 조성된 면적, 사업 시행으로 조성된 나무 수량만 알 뿐이다. 예를 들어 서울시에서 지난 10년간 30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고 하는데, 기존에 총 몇 그루가 있었는지, 그간 손실된 나무는 총 몇 그루인지 알 수 없다. 그리고 대부분 작은 나무(관목)로 목표를 달성했는데, 효과분석은 큰 나무(교목)로 계산하는 오류도 범한다. 관행적으로 반복되는 가로수의 과도한 가지치기로 탄소흡수 등 환경적 기능은 손실되고 있지만 이를 반영하는 현황통계 및 지표는 없다. 학교, 공개공지, 공동주택의 수목관리 현황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재건축·재개발로 설계도면 상의 녹지 면적, 생태면적률, 나무 수량은 증가하지만, 기존 수목의 바이오매스(biomass) 총량 손실은 따지지 않고 있다.

도시의 공원 녹지 면적, 도시숲 면적, 나무 수량 등과 같이 면적과 수량으로 수렴되는 양적 지표로서는 도시숲을 통한 탄소저감과 생태계 서비스 수준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선진국은 도시숲의 생태계 서비스 증진을 위해 수관피복율(UTC, Urban Tree Canopy)을 중요시하고 있다. 영국 런던의 도시숲 정책은 수관피복율을 현재 21.9%에서 30%로 목표를 높여 나무의 엽량과 수관을 최대한 늘려가고 있다. 우리도 도시 전체 공간을 대상으로 탄소중립과 생태계 서비스를 위한 통합적이고 실효적이며 직관적인 목표와 지표를 도입해야 한다.

도심을 기후변화에서 구할 도시숲 해법

탄소중립 도시숲을 위한 바이오매스총량제 도입이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도시 전체 공간의 트리맵 제작을 통한 인벤토리를 구축하여 바이오매스 총량 및 수관피복율 증대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미국 뉴욕과 같이 시민참여형 온라인 트리맵을 제작하여 도시숲과 개별 수목의 탄소흡수, 대기오염 완화, 에너지 절감, 생물다양성 등 생태계서비스 가치를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도시 전체 공간의 수목 바이오매스 총량을 산정하고 수관피복율 기준선을 확립하여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는 도시숲 총량의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바이오매스 총량이 반드시 순증대될 수 있어야 한다.

도시의 산림, 공원뿐만 아니라 시가지 곳곳에서 바이오매스 총량을 늘려야 '탄소중립도시', '숲의 도시'가 가능하다. 신규로 숲을 많이 조성하고, 기존의 나무를 최대한 손실하지 않고 크게 키울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 특히 도로의 차량 통행량과 차선을 줄여 보도와 중앙분리대와 가로숲을 조성하는 도로 공간구조의 혁신이 필요하다. 도심의 큰 나무를 등록하여 특별하게 관리하고, 도심에서 자라는 나무가 안정적으로 크게 자랄 수 있도록 뿌리 생육공간을 보호하고, 토양환경 및 관수 관리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사유지라 할지라도 공동주택, 공개공지, 초·중·고등학교, 대학교 캠퍼스의 녹지·수목을 공공관리가 가능한 '생활숲'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과 조례를 개정하여 규제를 강화하고 지원협력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재건축·재개발 시에도 바이오매스 총량제 적용을 통해 기존 수목을 최대한 활용하고 손실에 따른 대체복구 방안을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도시숲 조성·관리 시 수목의 탄소흡수 능력 자체에 매몰되어서는 안 되며, 에너지 저감을 통해 주변 지역의 탄소배출량을 감소시키는 효과에 주목해야 한다. 도시 나무는 탄소흡수보다 에너지 저감의 편익이 훨씬 높으므로 바이오매스 총량, 수관 증대에 따른 주변 지역의 온실가스 배출 감소 효과를 반영한 도시숲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기후위기 적응 대책으로서 도시 폭염·열섬현상·대기오염을 저감하고, 쾌적한 생활공간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기후정의' 관점에서 사회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는 도시숲이 되어야 한다. 에너지 저감 효과가 높은 교통량이 많은 중심시가지, 넓은 도로, 오염원과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뿐만 아니라 기후위기 피해를 많이 받는 어린이, 노약자, 소외계층의 불평등 해소를 위한 도시숲 확충 및 관리에도 중점을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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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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