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누구에게나 불공평한 단어가 되어버렸다. 무주택자는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에 박탈감을 느끼고, 유주택자는 남들보다 싼 아파트에 사는 것에 박탈감을 느끼는 시대다. 누구나 불행한 시대가 된 셈이다.
역대 정부는 보수‧진보를 떠나 모두 '집값 안정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결과는 처참한 수준이다. 집값은 IMF, 금융위기 등 외부의 강한 타격을 받을 때를 제외하고 지난 40여 년 동안 우상향을 이어왔다. 이런 도식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프레시안>은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와 진행하는 새 연재 <마강래의 부동산 이야기>를 통해 이러한 현상이 왜 생겨나는지, 어떤 대안이 있는지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부동산과 관련한 한 가지 주제를 두고 <프레시안>이 질문하고 마 교수가 답하는 방식이다.
마 교수는 도시계획과 도시재생, 도시행정을 주제로 균형 있는 국토 발전을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해온 현장 중심 연구자다. 대표저서로 <지방도시 살생부>(개마고원 펴냄), <부동산, 누구에게나 공평한 불행>(메디치미디어),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개마고원 펴냄) 등이 있다. 편집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5월 9일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윤 당선인의 부동산 정책이 초미의 관심사다. 윤 당선인의 공약을 살펴보면, 규제를 풀고 수도권 공급을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250만 호 공급, 생애 첫 주택대출의 경우 LTV를 80% 허용, 용적률 500% 상향, 개발이익환수금 축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등이 대표적이다.
사실 여소야대 구조 속에서 윤 당선인의 부동산 공약이 모두 이행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대부분 공약은 법 개정을 통해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장관에 정치인 출신인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를 지명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다만, 발표한 공약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기조는 예측할 수 있다. '규제 완화를 통한 시장 자율화'인 셈이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는 정책을 펼쳤다면, 윤석열 정부는 규제 완화를 시사하고 있다. 자연히 그간 안정세를 취하던 부동산 시장이 강남 지역을 시작으로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 지역까지 들썩이고 있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에게 현재까지 나온 정책들의 실효성은 어떤지, 이를 통해 과연 집값 안정화를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들어보았다.
아래 그와의 인터뷰 내용.
"좋은 입지에 공급 늘린다? 결국 집값 계속 높아질 수밖에"
프레시안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부동산에 신경을 많이 쓰는 듯하다. 하나하나 짚어보자. 우선 임기 내에 주택 250만 가구를 짓는다고 했다. 이것이 가능한 수치인지 궁금하다.
마강래 : 가능한 수치다. 임기 내 전국적으로 250만 호면 연평균 50만 호를 지으면 된다. 이 정도는 불가능하지 않다. 역대 정부 공급물량을 보면,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서는 연평균 35만 호, 박근혜 정부에서는 45만 호 정도였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매년 55만 정도의 주택이 공급되었다. 전체로 따진다면 지난 10년간 연평균 45만 정도의 주택이 새롭게 공급됐다.
프레시안 : 문재인 정부에서 제3기 신도시를 만든다고 하지 않았나. 250만 호에는 그것도 포함돼 있는가.
마강래 : 250만 호 계획 중에는 직전 정부에서 계획한 주택공급물량이 상당 부분 포함될 수밖에 없다. 3기 신도시와 공공주도 3080물량이 포함되면 250만 호 계획은 어렵지 않다. 다만 낡고 노후돼 멸실되는 주택도 매해 11~13만호 정도, 그러니까 임기 내 60만호 정도나 된다. 즉 250만 호가 새롭게 증가하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프레시안 : 문재인 정부에서 매년 평균 55만 호의 주택이 공급됐다는 이야기는 조금 놀랍다. 그간 언론과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에서 주택 공급이 적었기에 집값이 폭등했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나.
마강래 : '인구 1000명당 주택수'를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주택이 매우 부족한 편이다.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의 인구 1000명당 주택수는 500호가 넘지만 우리나라는 400호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 때 공급을 더 적극적으로 늘려야 했던 건 맞다. 다만 공급이 다른 정권에 비해 적었기 때문에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건 아니었다.
프레시안 : 공급의 양도 중요하지만, 어느 곳에 공급하느냐도 중요하다는 지적인 듯하다. 즉, 수도권처럼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곳에 공급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것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마강래 : 사실 그런 지적이 있어서 그런지 윤석열 정부에서 공급하겠다는 250만 호의 특징을 살펴보면 두 가지 측면이 두드러진다. 하나는 수도권에서의 공급 비중(150만호 정도)이 크다는 점이고, 또 다른 하나는 민간분양 물량 비중이 크다는 점이다.
프레시안 : 결국, 사람들이 살기 원하는 지역인 수도권에 재개발, 재건축 등으로 주택공급을 하겠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지역에 공급을 늘려야 집값이 안정화된다는 게 일반적 견해다. 그런 관점에서 수도권 공급 정책은 적절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마강래 :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곳은 명확한 특성이 있다. 교통이 좋고, 학군이 좋은 곳이다. 이런 지역은 누구나 살고 싶어 한다. 그러니 수요가 집중되고 집값도 높다. 주택도 시장에서 거래되는 재화인 만큼 수요와 공급 원리가 적용된다. 공급을 늘리면 집값이 내려간다. 하지만 이런 공식은 단기에만 적용되고, 장기적으로는 집값을 더욱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프레시안 : 자세히 이야기해 달라.
마강래 : 주택가격은 '주택 자체의 가치'보다는 '입지적 요인'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일반재화는 상품 가치로 가격이 결정된다. 예를 들어 최근 2030세대의 향수를 자극한 포켓몬빵이 인기가 크다. 편의점 서너 군데를 돌아도 구하기 힘들다고 한다. 이 빵을 웃돈을 주고 사겠다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다. 이 경우, 여러 업체가 포켓몬빵을 만들어 대량으로 풀면 어떻게 되겠나. 웃돈도 사라지고 가격도 내려간다. 하지만 주택은 다르다. 주택 가격은 그 주택 자체가 좋아서라기보다는 어떤 위치, 즉 '좋은 위치' 있느냐로 결정되게 때문이다. 문제는 그런 '좋은 위치'가 소수라는 점이다.
프레시안 : 사실 재개발을 통해 그런 '좋은 위치'가 만들어지는 효과도 발휘하는 듯하다.
마강래 : 맞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주택을 공급한다는 것은 단순히 주택만 공급하는 건 아니다. 주변 생활 인프라를 정비하면서 주택공급이 진행된다.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용적률을 높이면, 도로를 넓혀야 하고 학교와 문화체육시설도 보충해야 한다. 새 인프라가 추가되니 더 좋은 입지로 변하게 된다.
프레시안 : 이는 집값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마강래 : 결국, 단기적으로는 공급이 늘어나니 집값이 안정될지는 모르나, 중장기적으로는 해당 지역의 집값은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다. 사실, 이런 과정은 우리가 이전부터 경험해 왔다.
프레시안 : 이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마강래 : 접근을 달리해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주택가격은 '주택 자체'가 아닌 '입지적 가치'에 의해 결정된다. 좋은 입지가 한정되니 집값이 높은 것이다. 그러니 집값을 잡으려면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곳을 여러 군데 만들어야 한다. 특히 지방에 '좋은 입지'를 갖춘 곳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수요‧공급 원리에 입각한 '시장주의적' 집값 안정화 정책이 아니겠는가.
"2-3년간 우리나라의 집값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수준'에 달렸다"
프레시안 : 서울 도심의 재개발 지역은 상당수의 사업이 중단됐거나 구역에서 해제됐다. 사업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규제 완화로 이를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일례로 서울 역세권 민간 재건축 지역 용적률을 300%에서 500%로까지 올리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또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완화하겠다고도 했다.
마강래 : 용적률을 500%로 올리는 것은 생각해야 할 부분이 있다. 건폐율과 용적률, 건물의 높이가 만들어내는 '공간의 밀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건축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있는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보면 빽빽하다고 느껴지지 않는가. 그런 은마아파트 단지의 현재 용적률은 200% 정도이다. 35층짜리 아파트로 콘크리트 숲을 이룬 송파구 헬리오시티의 용적률도 285% 정도다. 그런데 용적률이 500%가 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용적률 500%가 적용된 단지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수원 화서역 파크푸르지오 단지를 확인해 보면 된다.
주거 중심 단지에는 적정밀도가 있다. 1기 신도시의 용적률은 200% 내외였고. 3기 신도시도 용적률을 180∼190%로 계획했다. 이 정도가 양호한 주거환경을 보장하는 개발밀도라는 이야기다. 용적률이 이를 넘어설수록 단지는 닭장을 넘어 전시수용소처럼 변할 수 있다. 물론, 용적률 500% 상향을 무작정 반대하는 건 아니다. 역세권에 주상복합은 밀도를 높여 토지 이용을 효율화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쾌적해야 할 주거중심 단지에 용적률 500%를 적용하는 건 재고해야 한다.
프레시안 : 마찬가지로 주택담보대출규제와 관련해서 윤 당선인은 서울 등 투기과열지역의 LTV(주택담보대출비율)는 40%인데, 이를 70%로 완화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생애 최초 주택가구의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LTV를 80%까지 올리겠다고 했다. 이는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가계부채에도 심각한 문제를 발생하게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마강래 : 규제를 완화하면 대출 문턱이 낮아진다. 그리고 이는 수요를 일으키고 그에 따라 집값이 올라간다. 이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이 집값의 향방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프레시안 : 왜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마강래 : 앞으로 2-3년간 우리나라의 집값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수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 사태를 대응하는 과정에서 전 세계가 천문학적인 돈을 풀었다. 그에 따라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8.5%가 오를 정도로 높아졌다. 4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빅스텝(금리를 0.5%씩 올리는 것)을 언급하며 공격적인 긴축을 예고했다. 올해만 7차례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것이 현실화되면 연내 미국 기준금리는 현재 0.5%에서 3% 정도로까지 올라간다.
프레시안 : 그렇게 될 경우, 한국도 그에 맞춰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마강래 : 미국 기준금리가 3%가 되면, 우리나라는 기준금리를 최소한 4% 정도로 높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는 또 한 번의 금융위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4%로 올라가면, 단순계산으로도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6∼8% 정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될 경우, 이러한 고금리를 보고도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이 있겠나. 적을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수요가 줄어들면 부동산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마강래 : 거기에 높아진 금리로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가구가 대거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먼 미래가 아니라, 6개월 뒤에 다가올 현실이다. 이런 미래에 대비한 정책을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
프레시안 : 한국은행에서도 현재 1.25%인 기준금리를 올해 여러 차례 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기존 대출을 통해 집을 산 사람들은 빚을 감당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강래 : 우리나라 올해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4% 넘게 뛰었다.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다 외식 물가는 6.6% 올라 2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유가와 원자재 가격을 급등시킨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고 있고, 정부는 확장적 재정기조(최근 50조 추경을 예고했다)를 유지하고 있다. 물가상승 압력이 더해질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금리는 빠른 속도로 인상될 수밖에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과거의 경험을 언급하며 '금리와 집값은 상관관계가 없다'는 식의 무책임한 말을 하기도 한다. 지금의 상황은 이전과 다르다. 작년 말, 가계부채가 1860조 정도인데,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104% 수준이다. 영국, 미국, 일본 등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더구나 이 가계부채 통계에는 850조 정도인 임대차 보증금이 포함돼 있지 않다. 이러한 가계부채의 50%를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에는 변동금리에다 이자만 갚는 대출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금리인상으로 '영끌'한 이들의 연체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프레시안 : 말씀하신 상황대로 된다면 결국, 생애 최초 대출로 LTV를 80%까지 받은 2030세대가 막대한 피해를 보게된다.
마강래 : 다만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기존대로 두고, LTV만 높인다면 대출이 많이 증가하지는 않는다. 사실 DSR 규제를 두고 '사다리를 걷어차고 있다'는 비판이 많았다. 하지만 고강도의 금리 인상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DSR 규제를 완화하면, 취약계층을 위해 놓아준 사다리가 '지옥으로 가는 사다리'가 될 수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가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지적했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 또한 가계부채 증가속도 안정화가 시급하다고 말한바 있다. 가계부채의 증가율이 높은 상황에서 DSR 규제를 크게 완화하지는 않으리라고 예상한다.
"종부세, 폐지하고 재산세와 통합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
프레시안 : 윤 당선인은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를 통합해 이중과세를 해소하겠다고 했는데 부작용이 있을 듯하다. 그렇게 될 경우, 종부세가 지방세로 이관돼 강남처럼 잘 사는 지역에 더 많은 재정이 들어오게 되고, 그렇지 못한 지역은 지금보다 더 적은 재정 지원을 받게 되는, 일종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화될 듯하다.
마강래 : 국가에서 걷는 국세인 종부세와 지자체에서 걷는 지방세인 재산세는 모두 보유세다. 이처럼 부동산 보유세가 두 개이기에 '왜 세금을 한 번 더 걷느냐'는 말이 나온다. 사실 종부세는 진작에 폐지됐어야 할 제도였다. 실효성에 비해 정치적으로 매우 소모적인 논쟁만 불러 일으켰다. 폐지하고 재산세와 통합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재산세의 한계도 알아야 한다. 재산세는 개별 지자체에서 걷기에, 여러 지자체에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한 누진 과세를 적용하기 힘들다. 국세인 종부세가 재산세의 단점을 보완해 줬고, 부동산교부세란 이름으로 75% 정도가 비수도권 기초지자체에 배분됐다. 그런 종부세가 재산세와 합쳐질 경우, 지자체별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더 크게 나타날 것이다.
프레시안 : 나라살림연구소에서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일수록 부동산교부세액 비중이 크다는 점이 확인됐다.
마강래 : 맞다. 종부세가 지자체 간 격차를 보정해 주는 역할을 했다. 종부세를 없앤다면, 또 다른 격차보정 제도를 고민해 보아야 한다. 나는 서울시가 운영하고 있는 재산세공동과세제도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에서도 강남구가 걷는 재산세는 강북구의 18배 정도다. 5년 전만 해도 이 격차는 12배 정도였다. 앞으로 재산세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 다행히 재산세 공동과세제도를 운영하는 서울시는 재산세의 50%를 걷어 25개 구에 균등하게 나눠주고 있다. 지방세로서의 재산세가 가지는 단점을 보완하는 제도다.
집값도 오르는 곳만 오르니, 재산세가 국토의 불균형을 촉진할 것이다. 그간 나는 재산세를 국세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국세로 거둬 소위 '재산세교부세'란 이름으로 지자체에 배분하면 지방재정에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재정분권의 요구가 강한 상황이라 국세로의 전환이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이에 과도기적으로, 전국적 차원의 재산세공동과세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초지자체가 걷은 30% 정도의 재산세를 공동과세하고, 이를 일정 기준에 따라 자치구에 배분하는 방식이다. 그렇지 않으면 수도권, 수도권 중에도 서울, 서울 중에도 강남만 큰 혜택을 볼 게 뻔하다. 반대로 가난한 지자체는 더욱 어려워진다.
프레시안 : 윤 당선인은 '임대차 3법'(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신고제)의 전면 재검토도 이야기하고 있다. 이 법의 도입으로 세입자들의 피해가 막심했다는 게 이유다. 실제 전세와 월세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긴 했다. 그러나 이 법의 취지와 방향은 괜찮은 게 아닌가 싶다.
마강래 : 서울대 김경민 교수의 말처럼 임대차 3법이 시장에 혼란을 주었던 이유는, 부동산 시장이 불타오를 때 이 제도가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전세를 연장하는 사람이 많아 물량이 잠겼고, 신규 전월세 계약을 하는 집주인들은 가능한 한 높은 임대료를 받으려 했다. 또한 상당수의 전세가 월세로 전환돼 전세물량이 더욱 부족해졌다. 그것이 합쳐져서 임대주택 가격이 높게 올랐다.
사실 이러한 현상이 완전히 낯선 건 아니다. 집값 폭등기였던 노태우 정부 당시 전세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했을 때, 전세가가 크게 폭등했다. 다만, 1990년대 초반부터 집값은 안정되었고, 지금은 2년 임대계약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앞서 얘기했지만 앞으로 부동산 시장은 안정화되거나 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몇 달 후부터는 임대기간 4년을 채운 물량이 나오기 시작할 것이다. 집주인들도 임대차 3법에 적응해 가고 있다. 이 제도가 안착하기 위한 호조건이 만들어지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임대차 3법을 굳이 고칠 필요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나중에 주택 가격이 상승할 때, 임대차 3법은 세입자를 보호하는 제도로 안전핀 역할을 할 수 있다.
프레시안 :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1년 유예하기로 했는데, 이를 두고도 다주택자를 위한 정책이라고 비판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공급 측면에서는 이러한 조치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마강래 : 1가구 1주택에 기반한 다주택자 세금 중과제도는 부작용이 크다. '똘똘한 1채' 선호현상을 부추겨, 서울의 집값을 더욱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보유세를 높이고 취득세와 양도세를 낮추는 방향으로 정책전환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 달라.
마강래 : 다주택자들에게 1가구 1주택을 강요할 경우, 어떤 주택을 처분하겠는가. 아마 자신이 가지고 있는 주택 중 가장 안 좋은 주택을 처분하고 소위 '똘똘한 한 채', 즉 좋은 인프라를 가진 주택을 남길 것이다. 이런 식으로 매물이 나오지 않거나 호가가 자꾸 높아지는 지역이 강남이다. 즉 좋은 입지의 주택은 더욱 가격이 오르고, 그에 따라 수익률도 높아진다.
반대로, 입지가 안 좋은 곳에서는 매물이 자꾸 나오니, 공급이 늘어남에 따라 집값은 떨어지게 된다. 이는 낙후된 지역의 노후한 주택을 더욱 노후하게 만드는 효과를 발휘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다주택자들이 임대를 놓던 주택들이 매매시장으로 넘어가면서 임대주택 물량이 줄어든다. 전월세가 높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1가구 1주택' 정책은 선의는 좋았지만, 이 선의가 가져오는 파급효과를 심도 있고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었다.
세금의 기준은 '주택 가격'이 되어야지, '주택 수'가 되어서는 안 된다. 다주택자들도 임대주택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프레시안 : 다주택자들이 전월세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배경에는 공공임대주택 부족이 한몫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강래 : 맞다. 중요한 점은 시장에 임대물량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리고 임대시장에서 매매시장으로 넘어갈 수 없는 저소득계층이 많이 있다. 이런 저소득계층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 그 대안이 공공임대주택일 듯싶다.
마강래 : 임대주택이 부족하면 전월세가가 올라가고, 이는 집값도 들어 올린다. 현재 8% 정도인 공공임대주택 물량을 15%까지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와 더불어 공공임대주택의 질도 높여야 한다. 우리나라 공공임대주택은 분양주택에 대비해 품질이 매우 낮다. 표준건축비가 낮은 것이 주요한 원인이다. 이것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장기적으로는 중산층도 임대주택을 원할 수 있도록 주택의 질을 크게 끌어올려야 한다.
프레시안 : 윤석열 정부에서는 규제 완화만 언급하고 있지만, 공공임대 주택 공급 관련해서는 눈에 띄는 공약이 없다. 앞으로 공공임대 부분에도 신경을 쓰는 게 필요할 듯하다. 오랜 시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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