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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지뢰·성폭력' 만행…"러시아군, 손에 잡히는 대로 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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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지뢰·성폭력' 만행…"러시아군, 손에 잡히는 대로 실어갔다"

키이우 인근 주민들 증언…오스트리아 총리, 푸틴 회담 뒤 "돈바스 대규모 공세 분명"

러시아군이 철수한 뒤 비로소 집으로 돌아온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 주민들을 맞이한 것은 약탈로 텅 빈 집과 곳곳에 포진된 지뢰, 그리고 대량살상무기인 집속탄의 흔적이었다. 러시아군이 이 지역에서 인명 살상뿐 아니라 대량의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증언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키이우 외곽에서 지뢰 제거 임무를 맡은 미콜라 오파나센코 중령과 그 부대가 하루 동안 처리해야 하는 지뢰 및 불발탄은 40개가 넘는다. 이 임무를 맡은 다른 여러 조직들이 지난 한 주 간 파괴한 폭발물이 2.5톤이 넘는다고 미국 방송 <CNN>이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매체는 키이우 인근 마을 곳곳에서 지뢰 경고 표지를 볼 수 있으며 대량살상무기인 집속탄의 부품도 발견됐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1일 저녁 영상 연설에서 러시아군이 북부 지역에서 철수하며 수 천 개의 지뢰를 남겼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퇴각할 때 빈 집에서 물건을 훔쳐 갔다는 증언도 나왔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러시아군이 철수한 키이우 인근 마을로 돌아온 주민들이 자신들의 집에서 귀중품 뿐만 아니라 세탁기, 노트북, 소파까지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고 11일 보도했다. 매체는 주민들이 러시아군이 트럭에 물건을 손에 잡히는 대로 싣는 것을 봤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벨라루스 탐사 보도 매체 하준 프로젝트(Hajun Project) 인용해 지난 2일에만 키이우에서 200km 가량 떨어진 벨라루스 남부 국경 마을 마지르에 위치한 운송업체에 러시아 남부 룹촙스크로 128개, 총 3000kg에 달하는 약탈 물품으로 추정되는 소포가 접수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준 프로젝트가 입수한 영상에는 소포를 접수하는 러시아군의 모습이 찍혀 있다. 앞서 러시아가 키이우 인근에서 군사활동을 줄인다고 발표한 뒤 러시아군 일부가 벨라루스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러시아 사회학자 알렉산드라 아르키포바는 <가디언>에 "많은 러시아 병사들이 이 전쟁을 쓸모 없고 무의미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그들은 '우리 애가 컴퓨터 필요하다고 했으니 (우크라이나 민가에 있던) 이 컴퓨터를 가져가야지' 라고 생각하며 무의미한 상황을 좀 덜 부조리하고 실용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디언>은 그러나 이 설명이 러시아군이 약탈한 가게 벽에 오물을 바르는 등 파괴행위를 자행한 것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철군 전 러시아군이 이 지역에서 무수히 많은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증언도 잇따른다. 영국 방송 <BBC>는 러시아군이 철수한 우크라이나 북부 키이우 인근 취재를 통해 러시아군이 이 지역 여성들에게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11일 보도했다. 매체는 러시아군에 의해 성폭력 피해자를 직접 만나 인터뷰했고 같은 일당이 인근 가구에 침입해 성폭력을 저지르고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증언을 들었다. 이 사건을 조사 중인 우크라이나 경찰은 옷을 입지 않은 상태로 숨진 채 묻혀 있는 여성의 주검을 발견했다. 키이우 경찰은 또 키이우 인근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남편을 살해하고 자녀를 인질로 잡고 아내를 성폭행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피해자를 만나 증언을 듣고 증거 수집 중이다. 경찰은 현장 조사 중 정원에 묻힌 남편의 주검을 발견했다.

우크라이나 인권 옴부즈만 류드밀라 데니소바는 <BBC>에 부차에서 점령 기간 동안 러시아군이 14~24살의 여성 청소년 25명을 감금한 채 장기간 집단 성폭행한 사건을 기록 중이며 이들 중 일부는 임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청소년을 포함해 성폭력 피해에 대한 상담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전범 재판에 성폭력 혐의가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러시아 군인들이 성폭력을 전쟁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는 11일 회의에서 시마 바하우스 유엔 여성기구(UN Women) 사무총장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성폭력과 인신매매에 대한 보고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이날 회의에서 경고했다고 밝혔다. 바하우스 총장은 우크라이나의 의료 및 사회복지 종사자의 80%가 여성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여성을 단지 희생자로 보는 시각을 경계하고 젠더 기반 폭력의 공포가 존재하는 상황에서도 많은 여성들이 탈출하지 않고 목숨 걸고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부차 취재를 통해 집이나 주차장 등 일상적인 생활반경에서 민간인 주검 30구 이상, 묘지에서 100개 이상의 주검 가방을 발견했고, 가족과 이웃의 증언을 통해 주검으로 발견된 이들이 그저 옆 집에 빵 한 덩이를 얻으러 가다가, 집 현관문을 열다가 총에 맞았다는 사실을 11일 보도했다. 매체는 최소 15구 이상의 주검이 손이 묶인채 발견됐고 이는 이들이 러시아군에 의해 구금된 채 살해됐다는 방증이라고 봤다. 러시아는 부차 학살 영상 및 사진은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AP> 통신은 11일 우크라이나 동부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이 러시아군이 도시를 포위한 동안 1만 명이 넘는 시민이 숨졌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보이첸코 시장은 이 매체에 러시아군이 대학살을 감추기 위해 몇 주 간이나 인도주의적 통로를 봉쇄했으며 이동식 화장 장비를 들여 와 주검을 소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리나 베네딕토바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11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검찰이 러시아의 전쟁 범죄 5800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11일 성명을 내 아직 조사 중이지만 침공으로 최소 183명의 어린이가 숨지고 342명의 어린이가 다쳤다고 밝혔다. 

유엔 안보리는 마뉘엘 퐁텐 유니세프 비상계획국장이 11일 회의에서 지난 8일 도네츠크주 크라마토르스크 기차역 공격을 언급하며 "인도주의 활동가로 살아 온 지난 31년간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피해가 야기된 것을 거의 본 적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퐁텐 국장은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의 3분의 2가 강제로 실향민이 됐고, 집에 남아 있는 어린이 320만 명 중 절반은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서방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진격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11일 러시아 침공 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 첫 서방 지도자인 카를 네함머 오스트리아 총리는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에 대규모 공세를 펼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 11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 주청사 앞 도로에 러시아군이 쏜 미사일이 박혀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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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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