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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공산’ 경기교육감 선거, 두 달여 앞두고 후보군 물밑 경쟁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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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무주공산’ 경기교육감 선거, 두 달여 앞두고 후보군 물밑 경쟁 심화

임태희 등장에 보수·진보 모두 비판… 각 진영별 후보 단일화 두고는 '동상이몽'

오는 6월 1일 치러지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5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통령 선거의 여파로 예년보다 뒤늦게 본격화된 경기도교육감 선거판이 출마를 선언한 예비후보자 간 물밑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7일 현재 공식적으로 경기도교육감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출마예정자는 모두 7명이다.

▲경기도교육청 전경. ⓒ프레시안(전승표)

이 가운데 진보성향의 출마예정자는 김거성(63)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박효진(60)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장, 성기선(58)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송주명(58) 한신대학교 교수, 이종태(66) 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장 및 이한복(58) 전 경기도교육연구원장 등 6명이다.

보수성향의 출마예정자는 전날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임태희(66) 전 한경대학교 총장이 유일하다.

다만, 이들 후보군 외에도 강관희(70) 전 경기도교육위원과 이달주(64) 전 경기 화성태안초등학교 교장 및 이일호(67) 전 칼빈대학교 교수 등 보수성향의 인물들이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로, 이들을 포함하면 모두 10명이 이재정 교육감의 3선 불출마 선언에 따라 무주공산이 된 경기도교육감 자리를 노리고 있다.

그러나 후보의 자질에 대한 다른 후보들의 비판과 함께 각 진영별로 후보단일화를 둘러싼 잡음이 이어지면서 선거의 본질을 잃은 채 세력 다툼 또는 정치싸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교육은 정치가 아니다

현재 각 출마예정자들은 특정 출마예정자의 자질을 두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 출신의 임태희 예비후보가 대상이다.

자타공인 ‘행정’의 달인인 임 예비후보의 교육경력은 6개월의 대학교수 재직(2012년 3~7월 서울대학교 경영학부 겸임교수) 및 2017년 10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4년간의 국립한경대학교 총장 역임이 전부다. 평교사·교장 출신과 대학교수 또는 교육청 근무 경험 등을 내세운 타 출마예정자에 비해 교육분야의 경험이 상대적으로 일천(?)하다는 이유다.

▲진보진영 경기도교육감 후보군.

실제 박효진 예비후보는 지난 6일 입장문을 통해 "경기교육을 정치판의 세력다툼으로 전락시키지 말라"고 요구했다.

박 예비후보는 "아이들의 미래를 설계하고 지원하는 교육을 책임진다는 것은 세치 혀로 감당할 수 없는 숭고한 일"이라며 "경제범으로 구속된 이명박 전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소위 ‘보수’의 대표주자인 그가 출마를 선언하면서 교육감 선거가 진흙탕의 정치판 선거놀음으로 빠져 들어갈 위기에 놓였다"고 비난했다.

이어 "그는 1985년 청와대 근무와 국회의원, 청와대 비서실장을 거쳐 최근 대선의 국민의힘 선거 총괄상황본부장까지 인생의 전부를 정치인으로 살고 있다"며 "최근 몇 년간 대학 총장을 지낸 것이 교육경력의 전부인 그는 교육감으로서 가져야 할 그 어떤 경험도 검증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동안 교육 현장을 모르는 정치인 출신과 교수 출신 교육감의 한계를 지켜봤다"며 "학생 및 학부모와 호흡하고, 학교현장과 소통하지 못하는 교육은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고 정체와 후퇴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성기선 예비후보도 지난 4일 논평을 통해 "정치인 교육감 후보의 한계가 첫 행보부터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성 예비후보는 "임 전 총장은 지난달 31일 학부모와의 토론회에서 모든 정권이 쉽게 해결하지 못했던 ‘유보통합’ 문제를 마치 현 정부의 실책처럼 주장하면서 사안의 본질에 대한 수박 겉핥기식 인식을 보였고, ‘공모교장’을 무자격교장이라고 비판하며 공모교장에 대한 엄격한 평가와 긍정적 결과에 대해 스스로 무지함을 드러냈다"고 쏘아붙였다.

또 "공교육의 문제를 오로지 학교의 문제인 것처럼 인식하며 정치권 출신이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은 스스로가 윤석열 당선자의 후광을 입어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다는 세간의 비판을 정당화하는 것"이라며 "전국 최대 규모의 학생과 교직원이 있고, 10여 년간 전국의 교육혁신을 이끌고 있는 경기교육의 책임자의 자리는 유·초·중등교육에 대한 경험이나 전문성 없이 정치적 후광만 믿고 나설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진보진영 뿐만 아니라 보수진영에서도 임 예비후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이미 지난 4번의 교육감 선거에서 각각 정진곤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과 조전혁 국회의원 및 임해규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의 등판 및 보수 어용단체의 난립으로 선거에서 패배했던 과거의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달주 전 화성태안초 교장은 지난 4일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1인 피켓시위를 벌이며 "임태희 대통령 특별고문을 즉각 해임하라"고 주장했다.

이 전 교장은 "임 후보는 대통령 특별고문으로서의 막중한 역할과 책무를 망각한 채 고문직을 자신의 경기도교육감 출마에 이용하려 한다"며 "최근의 행보는 명백한 직무유기이며, 윤 당선인과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임 예비후보는 "교육감 선거는 정치 선거가 아니다"라며 "앞으로 교육감 선거를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비판에 대해선 가급적이면 대응하지 않을 생각으로, 더 이상의 잡음을 방지하기 위해 윤 당선인 특별고문직도 사퇴했다"고 밝혔다.

□ 당선 위해 불가피한 ‘후보 단일화’… 시작부터 난항

"교육감 선거에서 ‘후보 단일화’는 불가피한 선택입니다."

이번 경기도교육감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각 출마예정자 측에서는 보수와 진보를 불문하고 모두 ‘후보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는 그동안 유권자들이 후보자의 공약이나 교육철학은커녕 이름조차 관심을 두지 않는 ‘깜깜이 선거’로 치러져 온 교육감 선거에서 각 진영별 당선 확률을 높이기 위한 최선의 전략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소속 정당에 따라 후보자의 기호가 부여되는 다른 모든 선거의 투표 방식과 달리, 소속 정당이 없는 교육감 후보들은 ‘교호순번제’ 방식으로 진행되는 점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교호순번제’는 투표용지에 후보자의 이름을 가로로 나열하고, 각 선거구별로 후보자 이름의 배열 순서를 다르게 적용하는 방식으로, 유권자의 관심이 낮아 인물이 아닌 1번 또는 2번 후보에게 투표하는 대다수 유권자들로 인한 형평성의 문제 및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교육의 특성상 후보 선출에 정당의 개입 금지를 명시한 관련법에 따라 도입됐다.

이 같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당선되기 위해 최대한 확률을 높일 수 있는 후보 단일화가 관행화 된 것이다.

▲보수진영 경기도교육감 후보군.

실제 지난 2018년 6·13지방선거 당시 도교육감 선거에 나선 후보는 당시 현직 교육감이었던 이재정 후보와 송주명 후보, 배종수 후보, 임해규 후보 및 김현복 후보 등 모두 5명이었다.

이 가운데 진보성향의 후보는 이재정·송주명 후보였으며, 보수성향은 임해규·김현복 후보였다. 배종수 후보는 중도로 분류됐다.

당시 진보진영에서는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후보단일화를 진행, △구희현 친환경학교급식 경기도운동본부 상임대표 △박창규 전교조 전 경기지부장 △송주명 한신대 교수 △이성대 신안산대 교수 △정진후 전 정의당 원내대표가 경선 과정을 거쳐 송 교수를 범진보 단일후보로 선출했다.

이 교육감은 "교육계를 진보와 보수로 나누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라며 "특히 진영논리로 후보를 단일화 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라는 이유로 해당 단일화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그 역시 2014년 시민단체들에 의해 단일 후보로 선출된 뒤 당선된 바 있다.

당초 단일 후보로 가닥이 잡혀가던 보수진영에서는 후보자 등록 마지막 날 갑지기 출마를 선언한 김현복 후보가 보수교육감을 표방함에 따라 ‘1보수·3진보’ 양상으로 예상되던 선거판이 ‘2보수·3진보’ 구도로 형성됐다.

결국 해당 선거는 ‘현직 프리미엄’에 힘입어 40.8%의 득표율을 얻은 이 교육감의 당선으로 마무리됐다.

보수진영과 진보진영 모두 단일후보를 내지 못하면서 2위와 3위를 차지한 임 후보와 송 후보의 득표율은 각각 23.5%와 17.6%에 불과했으며, 4위 김 후보와 5위 배 후보는 9.2%와 8.9%에 그치는 등 표가 크게 분산된 결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이번 선거를 앞두고 각 진영은 반드시 단일후보로 선거에 나서야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각 진영 모두 복수의 단체가 후보단일화 추진을 시도하면서 단일후보 추대를 두고 분열이 발생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보수진영의 경우 임 예비후보를 추대한 ‘경기좋은교육감추대위원회’와 강관희·이달주·이일호 출마예정자가 참여한 ‘경기보수교육감 후보자협의회’로 갈린 상태다.

각 단체는 지난 13년 동안 진보성향의 경기도교육감이 당선된 이유를 ‘보수 후보 단일화의 실패’로 꼽고, 반드시 후보단일화를 이뤄내겠다는 계획이지만, 단일화 방식에 대한 이견 등으로 인해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진보진영 역시 ‘2트랙 단일화’ 양상을 띠면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김거성·성기선·송주명·이종태 예비후보 등 4명은 도내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경기도교육감 민주진보 단일후보를 위한 준비모임’이 추진하는 단일화 경선에 참여한다.

준비모임은 오는 9~10일 단일화 방법과 일정에 대해 논의한 후 11일 (가칭)단일화추진위원회 출범할 예정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소속 후보군인 박효진 예비후보와 송주명 예비후보의 단일화를 추진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박 예비후보는 "두 후보 모두 민주노총 후보 선정을 요구하는 서류를 등록한 만큼, 민주노총 규정에 따라 후보단일화를 거쳐야 한다"며 ‘민주노총 후보 단일화 우선’을 주장한 반면, 송 예비후보는 "지금까지 전국 교육감선거에서 ‘민주노총’이 단일후보를 먼저 선정한 뒤 2차 경선을 통해 ‘진보 진영 단일후보’를 선출한 사례는 없다"며 ‘범진보 원샷 단일화’ 방식을 고수해 단일화 협상이 결렬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준비모임이 추진하는 경선에 박 예비후보가 동참을 거부하고 있는데다 "준비모임 측의 경선 참여 요청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이한복 예비후보 역시 "누구나 인정할 수 있을 만큼의 투명성을 확보한 경선이여야 할 것"이라며 경선 참여를 미루고 있어 자칫 진보진영의 후보가 난립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한 교육계 관계자는 "이번 교육감 선거의 결과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단일후보를 선출한 진영이 유리할 것"이라며 "그렇지만 각 후보들이 교육을 정치화·세력화하지 않고, 교육자 본연의 모습으로 선거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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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표

경기인천취재본부 전승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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