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민간인 학살 의혹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에서 퇴각하면서 민간인 410명을 집단학살했다고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정부가 밝혔다.
특히 키이우 인근 부차에서 민간인 수십명의 시신이 검은 봉지에 싸여 웅덩이에 집단 매장된 현장 등 민간인을 대상으로 끔찍한 학살을 단행했다는 정황을 보여주는 사진들이 공개되면서 러시아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유럽의 다른 나라에 비해 '미온적'인 입장이었던 독일도 이날 러시아의 민간인 학살 의혹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끔찍하고 소름 끼친다"는 입장을 밝혔고, 아날레나 베어복 독일 외무장관도 "러시아 제재를 강화하고 우크라이나 방어를 더욱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크리스틴 람브레히트 독일 국방장관은 이날 독일 방송과 인터뷰에서 EU 차원에서 러시아 가스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 서방 국가 정상들도 일제히 러시아의 민간인 학살에 대해 비난하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유엔 차원의 독립적인 조사"를 약속했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예고했으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학살 행위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는 것을 돕겠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가짜 뉴스"라며 이런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며 우크라이나 급진주의자들의 도발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유엔 인권사무소(OHCHR)는 4일 우크라이나에서 지난 2월 24일 개전 이후 지난 3일 밤 12시까지 3455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들 중 사망자는 1417명으로, 여성(201명)과 어린이(121명)도 다수 포함됐다.
유엔은 실제 사상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마리우폴, 도네츠크의 볼노바하, 하르키우의 이지움, 루한스크의 포파스나 등 교전이 치열했던 지역에서는 확인 작업이 늦어지고 있어 이날 발표된 민간인 사상자 숫자에는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미 시상식에 등장한 젤렌스키 "죽음 같은 정적을 노래로 채워달라"
3일 미국 언론 등과 인터뷰에서 러시아 민간인 학살 의혹을 폭로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그래미 어워즈 시상식에 등장하기도 했다.
젤렌스키는 이날 사전에 녹화된 영상 연설을 통해 "음악과 대비되는 것은 파괴된 도시와 모두의 침묵"이라며 "우리 음익인들은 턱시도 대신 방탄복을 입는다. 그들은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위해 병원에서 노래를 부른다"고 우크라 상황을 전했다.
그는 "우리는 삶을 살아가고, 사랑하고 소리를 낼 자유를 지키고 있다"며 "폭격으로 끔찍한 침묵을 가져오는 러시아에 맞서 우리 땅에서 싸우고 있다. 죽음과 같은 정적을 여러분의 노래로 채워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침묵 대신 여러분들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우리를 지원해주면 평화가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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