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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산 게이 "제이다 스미스는 농담을 웃어 넘길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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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산 게이 "제이다 스미스는 농담을 웃어 넘길 필요가 없다"

NYT 기고 통해 인종·젠더폭력 소재 유머까지 용인 강요하는 문화 비판

국내에도 저작 <나쁜 페미니스트>로 널리 알려져 있는 록산 게이가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배우 윌 스미스가 아내의 탈모증을 농담의 소재로 삼았다는 이유로 시상자 크리스 록을 폭행한 사건에 대한 칼럼을 <뉴욕타임스>(NYT)에 게재했다. 게이는 칼럼에서 많은 흑인 여성들이 앓는 탈모증에 대해 언급하며 불편한 농담도 웃어 넘기라고 강요하는 문화에 대해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록산 게이의 '제이다 핀켓 스미스는 농담을 웃어 넘길 필요가 없다. 당신도 그렇다'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게이는 칼럼에서 "이 글은 윌 스미스를 위한 변론이 아니다. 이는 예민한 사람을 위한 변론"이라며 "당신이 누구인지, 당신이 무엇을 하는지, 당신이 외모가 어떤지 공격하는 유머를 즐기고 용인하는 것이 고상한 것이라는 이상한 생각이 팽배하다"고 꼬집었다.  

게이는 이어 "우리는 코미디언들이, 경험한 사람들은 그다지 재미있다고 느끼지 않는 인종·성폭행·젠더 폭력 등을 유머의 소재로 삼을 때 종종 이것을 본다. 만일 당신이 웃을 수 없다면, 당신은 유머 감각이 부족한 사람이다. 당신은 예민한 사람이다. 당신이 문제다(라는 지적을 듣는다)"라고 썼다.   

게이는 "크리스 록이 제이다 스미스의 머리를 조롱거리로 삼은 것은 형편없는 짓"이라고 비판하며 흑인 여성 절반이 탈모를 앓고 있다는 미국 피부과학회의 2016년 연구를 인용했다. <뉴욕타임스>는 대부분 30~55살 흑인 여성들에게서 발생하는 면역 관련 탈모 질환이 존재하며 이 질환이 15% 가량의 흑인 여성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추정하는 연구가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흑인 사회에서 머리를 너무 오랜 시간 꽉 잡아당겨 묶는 것이 원인이 되는 탈모증도 흔히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게이는 "제이다 스미스는 자신의 탈모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했다 이는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지만 여성의 외모에 대한 끝없는 평가를 참아내야 하는 미국 유명인의 세계에서는 특히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게이는 칼럼에서 "우리가 끊임없이 무던해지라는 요구를 받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며 그런데 "무던해지라는 요구는 누구에게 득이 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득을 보는 것은 남을 조롱의 대상으로 삼으면서도 "처벌을 받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라며 "조롱 당하는 대상이 무던한 사람이기만 했어도 조롱하는 이들은 하고 싶은 대로 말하고 행동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만일 우리 모두가 최고로 무던하다면 누구도 잔인한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될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매력적인 생각일 것"이라고 썼다. 

게이가 윌 스미스의 폭력 행위를 두둔한 것은 아니다. 그는 칼럼에서  "폭력은 언제나 나쁘고 거의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윌 스미스는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다른 사람에게 손을 올리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많은 선택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윌 스미스는 그의 아내가 고통을 겪는 것을 보았을 것이고, 그 자신도 취약해지는 순간을 경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게이는 많은 흑인 여성들이 온갖 모욕·인종차별·여성혐오를 무던하게 참아내도록 강요 받는 경험을 갖고 있다고 봤다. 그는 최근 미국 최초 여성 흑인 대법과 지명자 커탄지 브라운 잭슨 후보에 대한 상원 법사위의 인사청문회에서 잭슨 후보가 공화당 의원들에게 이런 종류의 질문을 받으면서도 침착한 태도를 유지했고 그로 인해 찬사를 받았다고 썼다. 그는 "많은 흑인여성들에게 그것은 고통스러운 장면이었다"며 "우리는 잭슨 판사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침착하고, 둔감하고, 인내심을 가지는 것이라는 점을 이해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당은 후보자를 보호하는 데 실패했으며 상원 법사위는 분명히 잭슨 판사의 존엄성보다 체면을 중시했다"고 비판했다.

게이는 "이들은 모두 유명인이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농담·모욕·무례함의 대상이 되면 많은 흑인 여성들이 그러하듯, 우리가 평생 갈고 닦은 무던함은 한계에 부딪힌다. 우리는 그저 인간일 뿐이다"라고 썼다.  

지난 27일 미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배우 윌 스미스는 아내를 조롱거리로 삼았다는 이유로 시상자 크리스 록의 뺨을 때렸다. 스미스는 이에 대해 공개 사과했으나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이에 대한 공식조사에 착수하는 등 영화계 안팎에서 폭력 행위로 인한 비난을 받고 있다.  

▲배우 윌 스미스(오른쪽)가 27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4회 오스카 시상식에서 아내를 조롱거리로 삼았다는 이유로 배우 겸 코미디언 크리스 록의 뺨을 때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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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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