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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젠더폭력, 신고도 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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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젠더폭력, 신고도 더 어렵다

한국여성의전화 <2021 상담통계 분석> 보고서 발표

젠더폭력 10건 중 8건은 전·현 배우자 또는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국여성의전화는 "피해자를 향한 비난, 역고소 등의 2차 피해로 피해자는 수사기관에 피해를 호소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8일 이 같은 결과를 담은 '2021 한국여성의전화 상담통계 분석'을 발표했다. 보고서는 한국여성의전화가 운영하는 전국 21개 부설 상담소의 지난해 전체상담 건수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이중 한국여성의전화 본부의 부설 상담소만을 봤을 때, 전체상담 건수는 총 2108건이었으며, 피해자가 여성이고 가해자가 남성인 경우가 98%(1070건)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어 피해자가 남성이고 가해자가 남성인 경우가 1.56%(17건), 피해자가 남성이고 가해자가 여성인 경우가 0.37%(4건)로 뒤를 이었다. 전체상담 중 첫 상담인 초기상담이 1141건으로 나타났다. 초기상담 중 폭력 피해를 동반한 상담 건수는 1092건(95.7%)으로 전체 초기상담 대부분이 폭력 피해를 동반했다.

폭력 피해 대부분은 전·현 배우자 또는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다

폭력 피해 초기상담 중 피해자와 가해자가 '친밀한 관계'인 사례가 80.6%(879건)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전·현 배우자가 24.8%(271건), 전·현 애인 및 데이트 상대자가 17.8%(194건)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외 △친족 19.5%(213건) △직장 관계자 9.1%(99건) △학생 또는 교사·강사·교수 등 28건(2.6%) △인터넷 채팅 등으로 알게 된 사람 2.1%(23건)가 뒤를 이었다. 이에 해당하지 않는 동네 사람 등의 지인도 4.7%(51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모르는 사람에 의한 피해'는 2.0%(168건)에 그쳤다.

'친밀한 관계' 내의 폭력을 다시 피해 유형별로 분류하고 중복집계 했을 때, 폭언·협박·스토킹 등 '정서적 폭력'이 68.4%(318건), 구타·물건 던지기 등의 '신체적 폭력'이 63.4%(295건)로 높게 나타났다. 이어 강간·성관계 강요·불법촬영 등 '성적 폭력'이 24.5%(114건), 생활비를 내지 않거나 채무를 지게 하는 등의 '경제적 폭력'이 21.1%(98건)로 뒤를 이었다. 배우자 또는 애인에 의한 성적 폭력을 폭력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통념을 고려했을 때 성적 폭력의 비율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 세계 여성의 날 여성단체들이 미투 운동에 연대와 지지를 호소했다. ⓒ연합뉴스

두 가지 이상의 유형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폭력 피해는 전체 초기상담 1092건 중 370건으로, 이중 '친밀한 관계' 내에서 발생한 경우가 79.6%(295건)로 높게 나타났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이중 정서적 폭력이 다른 유형과 중첩적으로 발생하는 비율이 높았다"며 "친밀한 관계 내에서 정서적 피해가 다른 주요 폭력인 신체적, 성적, 경제적 피해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봤다. 그러나 "신체적·물리적 행위의 유무로 피해를 판단하는 사회적 통념 때문에 정서적 폭력은 도움을 요청하기 어렵다"고 덧붙엿다.

친밀한 관계 내 폭력 전체상담(초기상담 포함) 891건 중 129건(14.5%)의 사례에 2차 피해가 있었다. 2차 피해가 있는 상담사례 129건을 중복으로 집계한 결과 가해자 가족·주변인이 38건(29.5%)으로 가장 많았으며 피해자 가족·주변인에 의한 2차 피해도 21건(16.3%)으로 높게 나타났다.

사건 대응 어려운 이유, '역고소' 때문에

2차 피해의 양상은 다르게 나타났는데, 가해자의 가족· 주변인의 경우 "네가 내 아들의 인생을 망쳤다", "좋아서 한 것 아니냐", "왜 이제 와서 문제를 제기하냐" 등 가해자를 옹호하며 피해자 탓을 하거나 피해자가 사건 대응을 하지 못하도록 지속적인 연락을 가하는 등 협박하는 유형이 많았다. 반면 피해자의 가족·주변인의 경우에는 피해자의 피해 내용을 못 들은 척하거나, 법적 대응을 시도하려는 피해자에게 그냥 잊어버리라고 하거나, 그런 일을 겪은 네 책임이라고 비방하는 유형이 많았다.

특히, '가해자의 역고소'는 피해자의 신고를 더욱 어렵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의전화의 친밀한 관계 내 폭력 전체상담 중 '가해자에 의한 역고소'는 18건으로 집계됐다. '역고소'의 유형을 중복집계 했을 때 '무고'가 52.9%(9건)로 가장 많았으며 '쌍방폭력'이 17.6%(3건)로 나타났다. 그 외 명예훼손, 재물손괴, 아동학대, 특수협박 등의 사례도 보고되는 등 '역고소'는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실제 위협이나 협박을 한 사례를 포함한다면 가해자에 의한 역고소 건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가해자에 의한 역고소는 피해자의 문제 제기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배우자, 전 배우자, 애인, 전 애인 등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이 계속되는 이유는 성차별적 사회구조를 보지 않은 채 사건을 대등한 개인의 싸움이나 갈등으로 축소 시켜, 여성폭력의 현실을 제대로 보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친밀한 관계의 특성을 고려한 국가 통계를 구축하고 가해자 가중처벌 및 피해자에 대한 통합적인 지원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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