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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새정부, 반북·혐중으로는 '신냉전' 위기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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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새정부, 반북·혐중으로는 '신냉전' 위기 맞는다

한미동맹 일변도 대외정책, '한반도 평화' 안전할까?

윤석열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선인이 직면하게 될 국내외적 이슈가 산적한 가운데, 현 국제정세를 고려했을 때 남북 및 대외 관계는 윤 당선인이 해결해야 할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후보 시절 윤 당선인은 북한 및 외교 사안들에 대해 경직된 태도를 보였는데,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기존의 경직성에서 탈피해 얼마나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가 대외관계 성패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윤 당선인은 올해 1월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가 이어지자 1월 1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마하5' 이상의 미사일은 요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조짐이 보일 때 '킬체인'이라고 하는 선제타격 밖에는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선제타격론을 꺼내 들었다.

그는 이후 북한 선전매체에서 해당 발언을 비난하자 1월 23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선제타격은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이 임박한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우리의 자위권적 조치"라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어 그는 "북한의 핵·미사일이 한 발만 떨어져도 우리 국민 수백만 명이 희생될 수 있다. 이는 상상을 초월하는 대재앙"이라며 "결코 우리 국민이 희생되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겠다.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북한의 공격이 '임박한' 상황이라면 정부는 국민의 안전 보장을 위해 선제타격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한 조치도 실시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선제타격을 고려해야 할 상황까지 가게됐다면 이는 이미 전시와 다름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북한 미사일에 대한 윤 당선인의 인식이다. 그가 선제타격을 답으로 내놓았을 당시 기자의 질문은 북한이 공격했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아닌,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였다.

즉 북한의 미사일 문제에 대해 군사적 측면뿐만 아니라 외교적 부분 등 총체적인 접근 방법을 대답으로 내놓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윤 당선인은 선제타격이라는 가장 즉자적인 대응을 언급한 셈이다.

이러한 인식은 북핵이나 미사일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적잖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북한의 군사 행동은 오랜 역사적 배경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다양한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안인데, 이를 물리적으로 방어하는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면 평화적 해결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1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만 해도 이를 어떻게 방어할 것인지에 대한 군사적 대책과 함께 그 배경과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은 2019년 2월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그 해 10월 스웨덴에서 있었던 북미 간 실무협상 결렬 이후 미국과 협력보다는 자체적 방위력을 강화시키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했다.

이후 지난해 1월 당 대회에서는 △극초음속 미사일 △초대형 핵탄두 생산 △1만 5000km 사정권안의 타격명중률 제고 △수중 및 지상 고체발동기 ICBM 개발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전략무기의 보유 등을 "국방력 발전 5대 과업"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 1월 2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당 정치국 회의에서 그동안 주도적으로 취해왔던 신뢰 구축 조치인 핵실험 및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발사 등의 유예(모라토리엄) 조치를 해제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북한이 이같은 조치를 취하게 된 배경은 지난해 9월 29일 김정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 2일 째 회의에서 가졌던 시정연설에 나타나 있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추진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내놓으면서도 남한의 군비 증강 및 한미 연합 군사 훈련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이에 따른 자위적 대책을 세워가겠다고 밝혔다. 또 북미 간 대화에 대해서도 자신들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지 않는 한 이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처럼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포함한 군사적 행동은 남한과 미국의 군사 행동과 연동돼 있는 측면이 있다. 남한과 미국의 군사 움직임이 북한에 실제 위협이 되든, 아니면 이것이 북한의 군비 확충을 위한 구실이 되든 간에, 상대의 군사적 움직임이 각자의 군비 확충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북핵 및 미사일 고도화를 막기 위해서는 이 악순환을 어떻게 끊어낼 것인가가 핵심인데, 윤 당선인이 후보 때 했던 언급처럼 집권 이후에도 선제타격 등 군사적 대책에만 집중한다면 현재와 같은 대결적 상황을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고, 북한은 더 많은 미사일과 핵 실험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북한은 4월 15일 김일성 주석의 110주년 생일인 '태양절'에 맞춰 정찰 위성 발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후 북한이 ICBM 등 고강도의 군사 도발을 이어가고 여기에 윤 당선인이 군사 및 제재 방식으로만 대응한다면 남북관계의 출구를 찾기는 한동안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8일 오후 부산 연제구 온천천 앞 유세 현장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드' 추가 배치 주장, 실제 실현된다면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경직된 태도를 보여 왔다. 특히 사드 (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추가 배치 문제를 두고 중국 측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7월 15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사드 배치에 대해 "명백히 우리 주권적 영역"이라며 "(중국이) 사드 배치 철회를 주장하려면 자국 국경 인근에 배치한 장거리 레이더를 먼저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다음날인 16일 <중앙일보>에 '윤석열 인터뷰에 대한 반론'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윤 당시 후보의 "중국 레이더 발언을 이해할 수 없다"며 "사드는 중국의 안보 이익을 해쳤고 앞뒤가 모순되는 한국 정부의 언행이 양국의 전략적 상호 신뢰를 해쳤다"고 말해 한국 정치인 발언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경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최근 한국의 정부가 아닌 정치인이나 언론의 발언 및 보도에 대해 다소 과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9일 주한 중국대사관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경기판정에 대해 편파판정이라고 평가한 언론들의 보도와 관련, "엄중한 우려와 엄정한 입장"을 표명한다며 "'올림픽에 흑막이 있다'고 억측을 하고 '중국 당국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함부로 말하는 매우 책임감 없는 태도에 대해 중국 측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날선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중국 대사관의 최근 이같은 반응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장기 집권 및 올해 당 대회를 앞두고 있는 민감한 시기라는 점, 국력의 신장으로부터 나오는 자신감의 일환이라는 점 등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 배경이 무엇이든 외교 공관이라는 곳이 일반적으로 주재국과 파견국의 우호 관계 증진을 위해 관련한 활동을 수행한다는 측면에서 봤을 때 최근 중국의 태도는 분명 이례적이며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의 태도가 권위적이라고 해서 윤 당선인이 중국의 핵심 이익에 대해 후보시절처럼 경직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한국의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질서는 냉전 시대와 유사한 모습으로 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한국-미국-일본 대 북한-중국-러시아'의 구도가 공고화될 경우, 핵을 보유하지도 않았고 타국과 무역으로 경제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 입장에서는 정치적·경제적으로 매우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흐름에 동참한 이후 러시아로부터 '비우호국'으로 분류되는 등 한러 관계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과 관계마저 악화될 경우, 한국의 외교적 선택지가 줄어드는 것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타격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한국의 대통령이라면 중국에 해야 할 말은 해야 하는 것이 맞고 그것이 양국 간 지속 가능하고 건전한 관계 발전을 위해 필요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중국의 이른바 '핵심 이익'에 대해 여지를 두지 않는 입장을 천명하는 것 역시 양국 관계뿐만 아니라 국익을 생각했을 때도 적절한 처사가 아님은 분명하다.

▲ 지난해 4월 28일 오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기지 입구인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 도로에 사드기지로 들어가는 장비를 실은 군용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 진출 긍정적

윤 당선인은 지난 2월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한 2차 TV토론회에서 한일 간 군사동맹 및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개입 등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당시 토론회에서 "한미일 군사동맹에 참여해서 유사시에 일본이 한반도에 개입하게 하실 생각은 아니지 않느냐"는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의 질문에 "거기까지 상황을 가정할 수 없지만 그걸(한일 군사동맹을) 안 한다고 중국에 약속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윤 당선인은 "유사시에 한반도에 일본이 개입하도록 허용하는 건데 그걸 하시겠느냐"는 심 후보의 말에 "들어올 수도 있다"면서도 "꼭 그걸 전제로 하는 건 (아니)"라고 말해 일본 자위대의 유사시 한반도 개입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처럼 윤 당선인은 한국과 일본, 미국의 군사 동맹에 대해 열려있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면서 한미일 군사 동맹 강화의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실제 집권 이후 한미일 관계가 이러한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다만 한일 간에는 여전히 미해결된 과거사 문제가 남아 있어, 윤 당선인이 이를 돌파하고 한일 관계를 동맹 수준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을지 미지수다.

지난 1월 28일 일본 정부는 조선인 강제 노역이 이뤄졌던 곳인 사도(佐渡)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하기로 결정하면서 한일 간 과거사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특히 일본이 지난 2015년 조선인들의 강제 노역 피해가 있었던 군함도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면서 강제 노역 사실을 적시하겠다던 약속도 지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결정을 내리면서 한국 내 반일 여론이 더 높아지기도 했다.

현 정부가 유네스코 회원국을 중심으로 일본의 이같은 시도를 막기 위한 전방위적 외교를 수행하고 있는 가운데, 윤 당선인이 이 문제에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지가 향후 한일 관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시험대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선택적 유연성 아닌 필요적 유연성 가져야

윤 당선인이 남북 및 대외 관계와 관련해 후보 시절 언급했던 발언들을 살펴보면 북한과 중국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미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적극적 협력 입장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그간 어떤 정부에서도 공식화하지 않았던 미사일 방어체계(MD) 참여 의지를 보이고 있어 한미일 간 협력 체제가 공고화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제는 윤 당선인이 직면한 국제질서 현실이 한미일 협력을 공고히 하는 것만으로는 생존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중국 간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일어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향후 세계질서 재편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대외적인 상황이 국가의 생존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한국과 같은 국가에서는 대외 관계에 있어 유연한 자세를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한미 동맹을 핵심 축으로 끌고 간다고 해도 이를 바탕으로 변화되는 상황에 적응할 수 있도록 외교 공간에서 운신의 폭을 넓혀둘 필요가 있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진보세력이 정권을 잡았을 때는 북한과 중국에, 보수세력이 정권을 잡았을 때는 미국과 일본에 상대적으로 더 유연하고 포용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런데 이러한 선택적 유연성은 이후 부작용을 불러왔고, 이는 다음 정부에도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윤 당선인이 이전 정부들과 같이 선택적 유연성을 보인다면 남북관계와 외교 사안에 있어 또 다시 실패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수 있다. 그런데 이 실패는 이전 실패와는 비교할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한 2022년이 어떤 결말로 마무리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급변하는 국제질서 속의 외교와 안보에 대해서는 대선이 끝나면 당선자 측과도 잘 협력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만큼 상황이 엄중하다는 뜻일 테다. 정치적 지향성을 떠나 국가의 생존 앞에서 대통령은 무한 책임을 지는 자리임을 윤 당선인이 정확히 인식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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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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