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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러 원유 중단 카드 만지작 '소극적 제재' 기조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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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러 원유 중단 카드 만지작 '소극적 제재' 기조 바뀌나

미, 러 원유 수입 중단 검토에 국제유가 급등…사료값 등 줄줄이 인상 우려 '밥상 물가 비상'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 중단을 검토하며 국제 유가가 장 중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섰다. 그 동안 서방 국가들은 인플레이션 부담과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높은 의존도 때문에 러시아산 원유 관련 제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6일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장 중 한 때 배럴당 139.13달러까지 치솟았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도 같은 날 장 중 130.5달러까지 뛰었다. 2008년 7월 이후 최고가다.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지난주까지 약 1주일간 브렌트유 가격은 19.2%, WTI 가격은 24.6%나 상승했다.

유가 급상승은 6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미국이 유럽 동맹국과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데 띠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5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제재가 러시아와 이란의 협력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미국에 서면 보증을 요구해 이란 핵합의가 지연될 가능성, 6일 리비아 유전 폐쇄의 영향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는 세계 경제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침체에서 회복기로 접어들면서 수요 증가 및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를 포함한 기타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가 증산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상승세를 보여 왔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부담 때문에 서방이 강도 높은 경제 제재 와중에서도 석유 관련한 제재에는 소극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서방이 러시아에 제재를 가할 때 에너지 부족과 유가 상승을 피하고자 했다"며 "러시아 은행에 제재를 가할 때도 천연가스와 석유제품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면제가 있었고,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어떤 러시아 은행을 퇴출 시킬 것인지 선정할 때도 에너지 시장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높은 물가 상승률을 가라앉힐 필요성과 러시아산 원유 제재라는 상충되는 요구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매체에 따르면 미국이 지난해 수입한 석유 및 관련 제품 중 러시아산 비중은 8%에 이른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최근 몇 년 간 이 비중이 27%에 달한다. 

그러나 서방 국가들의 원유에 대한 조심스러운 접근에도 시장 참여자들은 이미 러시아산 원유에서 발을 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제재를 하든 안 하든 거래자들은 이미 러시아산 원유 구매가 전쟁 자금을 대는 일이 될까봐 기피 중"이라고 보도했다. 기업들은 국가보다 빠르게 러시아 시장 포기를 선언했다. 지난달 27일 영국계 에너지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러시아 최대 석유 기업인 로스네프트의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밝힌 것이 그 예다. 

얀 앤시아 라이스대 존스경영대학원 전략경영학 교수는 호주 연구 전문 매체 <컨버세이션>에 "러시아와 협력 관계인 서방 에너지 회사들은 자국 정부의 제재를 약화시키거나 러시아의 전쟁 자금을 지원한다고 인식될 수 있다"며 "대형 석유 회사의 경영진들은 러시아에 남을 경우 회사의 평판, 자국 정부와의 관계, 주주 및 이익집단과의 관계에서 광범위한 손상을 입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에너지 기업 쉘은 지난 4일 러시아산 원유를 싼값에 사들였다가 국제적 비판에 직면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러시아산 원유에서 우크라이나인들의 피 냄새가 나지 않는가"라며 쉘을 공개 비난했다.

현 상황이 지속되면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나온다. 미국 방송 <CNN>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분석가들이 러시아의 원유 수출이 막힐 경우 공급 부족이 발생해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뛸 수 있다고 전망했으며 JP 모건 분석가들도 연말 유가가 185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봤다고 전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밀과 옥수수의 주요 생산국으로, 러시아의 침공으로 인해 전세계 식량 가격도 요동치고 있다. 지난주 시카고선물거래소(CBOT)에서 주간 밀 선물 가격 상승폭은 41%에 달했다. 옥수수 가격도 한 주만에 15%나 상승했다. 곡물 가격은 급등은 곡물을 원료로 하는 사료값 상승으로 이어져 축산물 가격 인상, 곡물을 원료로 하는 각종 식자재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식탁 물가가 전방위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5일 성명을 내 "상황이 유동적이고 불확실성이 크지만 경제적 결과는 이미 매우 심각하다. 밀과 다른 곡물을 포함한 상품 가격 및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서, 그리고 코로나19 대유행에 대한 반동과 공급망 붕괴로 인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됐다. 물가 충격은 전세계적으로, 특히 음식과 연료 지출 비중이 높은 가난한 가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 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주유소에 갤런당 5달러를 훌쩍 넘는 휘발유 가격이 게시되고 있다.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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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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