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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몰락’ 인제대, 학과 구조조정 극약처방에 내홍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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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몰락’ 인제대, 학과 구조조정 극약처방에 내홍까지

충원미달 전국 최하위권…대학본부 “충원율 저조 학부 등 폐지, 모집단위 신설”에 “일방적 희생 강요” 반발

경남지역 대학가는 2022년 대입 전형이 모두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됐지만 표정이 밝지 못하다. 국립대인 경상국립대학교와 창원대학교를 비롯해 사립대인 경남대학교와 인제대학교 등 도내 주요 대학들 가운데 정원을 채운 곳이 단 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인제대의 성적표는 심각한 수준이다. 대학 내부에서는 올해 더 심화된 신입생 충원난을 해결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학 측은 신입생 모집단위 개편 등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내분은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보다는 손쉽고 희생만 강요하는 학과 구조조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비판이다.

비수도권 의과대학 가운데 입시생들의 선호도가 높고 수능점수가 비교적 높아 순천향대, 한림대 의대와 함께 ‘지방 삼룡의’로 불리는 의대를 가진 인제대의 ‘입시몰락’. 이를 두고 대학 내부뿐만 아니라 지역정서도 충격파에 휩싸였고, 대책을 둘러싸고 촉발된 논란과 갈등마저 더욱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마저 커지고 있다.

▲인제대학교가 2022년 대입 충원율에서 저조한 성적을 나타냈다. 대학 측은 학과 구조조정 등에 나서기로 했고, 이에 반발하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프레시안(김병찬)

정시 경쟁률 ‘뒤에서 11번째’…“어쩌다 이 지경까지”

인제대는 2022년 대입 정시모집에서 정원 내 경쟁률이 0.87대 1이었다. 정시에서 1대 0 이하로 미달인 대학은 서울 1곳과 수도권 2곳, 비수도권 16곳 등 모두 19곳이었고, 인제대는 뒤에서 11번째 순위였다.

정시 기준 3회 지원을 감안하면 경쟁률이 3대 1 미만이면 미달학과가 발생한 것으로 간주된다. 2022년 대입에서는 전국에서 모두 59곳이었다. 따라서 인제대의 경우 미달 기준인 3분의 1 이하 수준에서 전국 최하위권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추세도 하향세가 뚜렷하다. 2019년 정시 경쟁률은 3.28대 1로 체면치레는 했다. 하지만 2020년 2.70대 1로 떨어졌고, 2021년에는 1.38대 1까지 추락했다.

도내 다른 주요 대학들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게 난다. 경상국립대는 올해 정시 경쟁률이 3.97대 1이었다. 지난해보다 0.68포인트 상승했다. 창원대도 3.34대 1로 지난해 2.51대보다 상승했다. 같은 사립대인 경남대는 양상이 달랐다. 1.44대 1로 인제대를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여전한 약세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38대 1로 최근 5년 동안 최저치를 보였던 것보다는 소폭 상승으로 돌아선 것이다.

인제대의 정시 경쟁률을 보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쏠림현상에 따른 학과 불균형의 심각성은 더욱 커진다. 의대와 간호대, 보건대와 이번에 일반전형으로 바뀐 약대 등 의료보건 관련 학과를 제외하면 평균 경쟁률이 0.5대 1 수준이어서 치명적인 하향국면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분식회계를 하듯 대학 측이 평균 경쟁률을 분식하고 있다’며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추가모집 인원도 전국 세 번째 많아

인제대가 추가모집을 한 신입생 인원은 599명이다. 추가모집에 나선 전국 120개 대학 가운데 세 번째로 많았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달 22일 공식 집계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석대(650명)와 호원대(628명) 다음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학을 포함해 추가모집 500명대 이상 대학은 모두 7곳이었다. 경남에서는 인제대가 유일하고 부산지역에서는 동명대, 울산지역에서는 한 곳도 없었다.

추가모집 성적도 초라하다. 599명 중 90명만 최종 등록을 마쳤다. 이로써 인제대의 2022년 대입 최종 결과는 2000명 모집에 1491명이 등록하고 509명이 충원되지 못해 74.6%의 등록률을 보였다. 2021년 2137명 모집에 1691명이 등록하고 미달인원 446명으로 79.1%의 등록률을 보인 것과 비교해도 나빠진 성적표이다.

문제는 지난해보다 올해 전체 정원을 137명 감축한 상태에서 등록률이 더 떨어졌다는 데 있다. 신입생 수의 증감은 대학의 재정적인 측면에서도 큰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올해 실제로 줄어든 입학생 인원은 감축인원과 미충원 인원을 합한 646명에 이르고, 이는 지속적인 재정적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경상국립대는 87명을 추가모집 했고, 최종 등록률은 99.6%이다. 창원대는 추가모집을 하지 않았고, 최종 등록률은 98.7%이다. 국립대로서 현상유지는 근근하게 이룬 셈이다. 사립인 경남대는 209명을 추가모집 했고, 최종 82.93%가 등록을 마쳤다.

인제대 “4월말까지 신입생 모집단위 개편”

인제대는 4일 학과 통폐합과 신설,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잇따른 신입생 충원 실적 저조에 대한 후폭풍 잠재우기에 나섰다.

인제대는 “학령인구 감소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본격적인 모집단위 개편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교육과 사회인력 수요가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모집단위를 신설하고 개편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경쟁력이 낮은 모집단위 학과에 대해서는 소통과 회의, 의견 청취를 하고 있다”며 “전체 교수회 공청회와 학생단체 간담회, 근무 잔여기간 10년 이상 남은 전임교원 대상 간담회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 기구도 발족시킬 예정이다. 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대학발전기획위원회와 미래발전위원회를 발족해 교육과정을 혁신하고 학제 개편과 신입생 충원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 등을 집중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인제대는 “2023학년도 대입 모집단위 개편과 정원 조정에 대한 최종 내용은 4월 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최종심의 후 확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4일 인제대 교내에 게시된 교수들 명의의 현수막. 대학 측의 학과 신설과 신입생 모집 정지 등 개편 결정에 대해 의견수렴을 촉구하고 나섰다. ⓒ프레시안(김병찬)

“대학본부의 원천적 책임 외면 폭거”

인제대 대학본부의 이 같은 방안에 대해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학과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입시 충원율의 미달을 학과에 전가하고, 정작 중요한 대학 브랜드의 위상이 추락한 것에 대한 대학본부의 원천적인 책임을 회피하는 폭거라는 주장이다.

현재 신입생 모집 정지 대상으로 거론되는 학과와 학부는 모두 6개로 알려지고 있다. 국제어문학부와 인문문화학부, 공공인재학부, 건설환경공학부, 경제통상학과, AI융합대학 등이며 신입생 인원 총원 기준 300명 규모이다.

이들 학과와 학부는 2022년 수시모집 충원율이 50% 미만이라는 이유로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대입 모집 정지뿐만 아니라 모집단위를 신설하고 신설된 모집단위를 중심으로 전면 개편을 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같은 조건의 ‘교육부 프라임 사업’(산업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대상 학과는 모집정원을 감축할 뿐 정지 대상에서는 1년 동안 유예됐다. 2023년 대입에서 신입생 충원율이 80% 미만일 경우 모집을 정지하고 80% 이상의 모집단위 중심으로 전면 개편한다는 계획이다.

관련 학과와 학부 교수들 중 일부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국제경상학부 교수 전원은 지난달 17일 대학본부 기획처장 앞으로 의견서를 보내고 일방적인 의사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것과 즉각적인 의견수렴과 반영을 촉구했다.

중국언어문화전공 교수들도 지난달 25일 입장문을 내고 우려를 넘어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이들은 “학과 폐지의 세 가지 근거로 내세운 입시 경쟁률 미비와 중국시장에 대한 비관적 전망, 전국적인 반중감정은 전혀 객관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며 “결론을 끌어낸 컨설팅은 내용 자체가 부실함을 넘어서 악의적 조작”이라고 비난했다.

“비현실적 학과 만들려 전통 학과 죽일 텐가”

대학 측이 폐지 대신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학과에 대해서도 현실과 전혀 맞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논의나 준비 절차조차 없는 막무가내식 밀어붙이기라며 반발이 거세다.

대학 측은 AI빅데이터학과와 웹툰영상학과, 문화컨텐츠학과 등 미래산업에 대응하는 모집단위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4일 밝혔다. 또 프라임 사업과 연계된 6개 학부와 학과는 1년 유예의 차별적 특혜를 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신설이라는 명분은 타당한 논리가 없고 의사소통이나 수요조사, 사전준비, 인제대 브랜드와 정체성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강행이라는 비판이다. 또 신설도 학부와 학과의 폐지에 따른 학생 수 감소로 예상되는 재정손실분을 그대로 충당하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언어문화전공 교수들은 “전도유망했던 학과들을 프라임 사업을 핑계로 무리하게 축소하고 통폐합해 실질적인 기능을 박탈했다”며 “대학본부는 인제대 인문학의 몰락을 책임질 실질적인 존재다. 대학을 취업학원이자 인문적 소양이 결여된 기능공 양성의 마당으로 만들어 ‘3류 대학’으로 전락시킬 것”이라고 입장문에서 밝힌 바 있다.

국제경상학부 교수들도 “30년이라는 전통과 역사를 가지고 있는 국제경상학부는 명칭변경이 더 타당하고 논리적이라 판단된다”며 “명분 없는 폐지만 고집하지 말고 충분한 의견수렴과 함께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민주적 대학구조개편을 촉구하는 인제대 교수모임’도 4일 교내에 현수막을 내걸고 학과 신설과 모집 정지 등 개편 결정에 해당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하라고 촉구하고 나서 논란과 갈등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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