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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정서적 학대 자행 초등교사 '징계 없이 복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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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정서적 학대 자행 초등교사 '징계 없이 복귀' 논란

학부모들 "지난해 아이들에게 지속적 폭언·욕설 담임교사 올해도 근무" 반발

"피해 아동과 가해 교사의 분리는 당연한 조치 아닙니까."

경기도내 한 초등학교에서 지난해 어린 제자들을 상대로 정서적 학대를 했던 교사가 아무런 징계도 없이 올해도 해당 학교에서 근무하게 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지역 사회에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경기 수원교육지원청과 수원 A초등학교 및 학부모 등에 따르면 지난해 새 학기를 앞두고 A초교로 발령받은 교사 B씨는 3학년 학급 담임을 맡았다.

해당 학급의 학부모들은 교사 경력이 30여 년에 달하는 담임 교사를 만났다는 생각에 안도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2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상상할 수 없는 일이 교실 안에서 펼쳐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수원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학생들에게 지속적인 정서적 학대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다. 사진은 해당 학교의 모습. ⓒ프레시안(전승표)

학부모들 중 1명이 자녀에게서 이미 3월 중순 내지 월말께부터 B교사가 자신을 포함해 2명의 아이를 상대로 욕설과 폭언을 일삼았다는 얘기를 듣게 된 것이다.

해당 학부모는 즉각 다른 학부모들에게 해당 사실을 알린 뒤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B교사의 학대로 인한 피해 아동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B교사의 이 같은 행위는 점차 다른 아이들에게로 확대돼 "난 이 반에서 누가 미친 X이고 미친 X인지 알고 있다"와 "넌 니가 정상이라고 생각하니? 너는 언제까지 학교 다니려고 그래? 너 때문에 수업하기 싫어", "너란 XX는 일찍부터 싹을 잘라버려야 해", "오지랖 좀 부리지마. 니 애미 애비가 그렇게 가르치디?" 등의 언어폭력과 학대를 했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주장이다.

또 햄스터를 기르고 있다고 발표하는 아이에게 "햄스터를 병에 넣고 죽인 적이 있다"고 말하거나 아이들 앞에서 자를 휘두르며 "난 한번에 너희들을 정신 차리게 해 줄수 있어"라고 협박하는가 하면, 이 같은 폭언에 대해 항의하는 학부모들에게 "전화 끊어라. XX(자녀 이름)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겠다"라거나 "생리 중이냐. 집안에 우환 있느냐" 등의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는 것.

학부모들은 이 밖에도 코로나19 백신을 맞기 전날에는 ‘신경이 쓰인다’며 수업을 하지 않거나 월요일과 금요일에는 각각 ‘주말에 피곤했다’, ‘화수목에 피곤했다’고 말하며 수업을 등한시 하는 등 비교육적인 모습도 보였다고 말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한 학부모들이 지난해 10월 교장에게 집단으로 항의하자 교장은 즉각 해당 학급의 담임교사를 교체하고 B교사의 출근을 금지한 뒤 B교사의 타 학교 전출을 약속했다. 하지만 B교사는 지난 겨울방학 기간 중 다시 정상적으로 출근 중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4일 수원 A초등학교 담벼락에 정서적 학대 논란이 불거진 해당 학교 교사를 규탄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프레시안(전승표)

학교 측은 이를 문제삼는 학부모들에게 "지난해 관할 교육지원청에 B교사의 전출을 요청했지만, 요건에 부합하지 않아 불가능했다"며 "대신 징계의 일환으로 올해 4학년 학생들에 대한 수업에서 배제시킨 뒤 1∼3학년 수업만 맡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수원교육지원청은 당시 학교 측에 규정상 최소 2년 근무 후 학교를 옮길 수 있으며, 아동학대 및 성폭력 등을 저질러 징계를 받거나 1년 동안 교장에게서 3번 이상의 주의 또는 경고를 받은 경우에 가능한 ‘비정기 전보 내신’ 역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당장의 전출은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이는 10월 중순께 B교사의 행위가 알려졌는데, 절차상 B교사가 담당했던 학급의 모든 아이를 대상으로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상담사들이 상담을 진행하고 교육지원청에서 감사를 진행하는 기간이 3개월 가량 소요되다보니 매년 10월 말에 이뤄지는 ‘전보 신청’ 기간을 넘기게 돼 물리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A초교 측은 해당 학급 아이들을 상대로 자초지종을 확인한 결과 일부 아이들이 학부모들의 주장과 달리 "우리 선생님은 좋으신 분" 등의 말을 하는 등의 사정을 토대로 징계위원회조차 진행되지 않았고, 학부모들도 아동학대로 수사기관에 신고를 하지 않아 규정상 다른 학교로의 전보를 할 수 없었다.

학부모들은 이 같은 교육당국의 결정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B교사의 타 학교 전출 약속을 어긴데다 그의 복직을 사전에 알리지도 않았다는 이유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은 올해 새 학기가 시작된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등교시간에 학교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보다 앞서 학부모들은 지난달 25일 117 학교폭력 신고센터에 이 같은 사실을 신고했고, 같은 날 사건을 이첩받은 수원남부경찰서는 지난 3일 B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입건한 뒤 학교 측에 수사개시를 통보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학부모들은 "전교생이 300명도 안되는 소규모 학교이다 보니 문제제기를 할 경우 아이가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걱정과 함께 ‘반드시 다른 학교로 전출시키겠다’는 학교 측의 약속을 믿고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는데, 결과가 이렇다 보니 분통이 터진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라며 "그렇지만 다른 학교로 전출될 경우 해당되는 학교의 아이들에게도 미안하고, 오랜 시간 진행될 징계절차가 마무리기까지 강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B교사가 스스로 휴직이나 퇴직을 선택하시길 바란다. 학부모들은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원 A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린 청원글. ⓒ국민청원 캡처

이들은 이와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폭력 교사, 아동학대 교사가 징계도 없이 교육현장으로 복귀했다. 아이들을 구해달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상태다.

한편, 학부모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A초교 측은 이날 오전 항의 시위 중인 학부모들에게 B교사의 전면적인 수업 배제를 약속했다.

학교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학부모들이 주장하는 아동학대 행위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당장 학생들과의 거리두기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B교사와의 면담을 통해 모든 수업을 맡지 않기로 했다"며 "이 같은 수업 배제는 현재 진행 중인 수사기관의 수사가 종료될 때 까지로, 수사 결과에 따라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프레시안>은 이날 B교사의 입장을 직접 듣기 위해 수 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만, B교사는 학교 측에 이번 사건을 개인적으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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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표

경기인천취재본부 전승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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