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밀물에 배는 띄웠는데 막상 노 저을 사공이 없다”
호황기에 접어든 조선업계의 인력난을 두고 하는 말이다.
호황국면에 접어든 국내 조선소들의 경쟁적인 인력 스카우트, 특히 경력직 빼가기가 한국 조선산업의 공멸을 가져온다는 따가운 질책이 나왔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4일 현대중공업의 경력직 모집과정이 기업윤리에 어긋나며 부도덕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우조선노조는 “한국 조선소들은 서로 경쟁관계이면서도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며 세계 일등으로 조선산업을 성장시켰다. 독식의 구조는 존재하지 않았다. 동반자의 관계에서 한국 경제를 같이 이끌어 가는 모습으로 성장 발전해왔다” 고 그간의 조선산업 생태계를 설명했다.
이어 “현재 조선산업은 수주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호황기에 접어들면서 각 조선소마다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 7년간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떠났던 조선 인력들의 재유입도 쉽지 않은 상황” 이라고 인력난의 심각성을 전했다.
노조는 “기업결합심사 3년 동안 현대중공업은 물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체계로 더욱 성장했고 대우조선해양은 외연확장을 하지 못했다. 성남에 R&D센터를 짓고 대규모 인원을 모집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을 보면 국가 기반산업을 이끌어 가는 산두주자로서 국민의 기대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신입사원 채용이 아닌 동종 경쟁사를 대상으로 한 전방위적인 경력직 모집은 부도덕하다”고 꼬집었다.
미래 조선 산업을 위해 차세대 인재들을 육성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대우조선과 동종사에서 키운 우수 인재를 무차별적으로 빼가겠다는 경력직 모집을 부도덕한 행위로 규정했다.
대우조선노조는 과거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 인수 추진시 “대우조선을 인수하려는 목적은 조선산업을 살리기 위한 것이다. 어느 한쪽을 희생시킬 수 없다. 조선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사명감과 책임감 아래 당장의 이익보다는 장기적 목표를 갖고 이루어진 선택”이라고 했던 점을 상기시켰다.
노조는 “일등기업들은 도덕적이나 사회적 지탄을 받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그 중에 하나가 경쟁사 핵심인재 빼가기이다. 동종사의 핵심인재들을 빼가는 무차별적인 경력직 모집은 국내 조선업 생태계를 파괴하고 국내 경쟁사가 죽든 말든 자신들만 살고 보겠다는 행위 그 자체” 라며 우려와 함께 중단을 촉구했다.
정부를 향해서는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된다. 정부의 역할이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기이다. 조선소의 공멸을 자져올 것이 뻔한 인력 스카우트 전쟁을 지켜보고만 있는 것은 직무유기이다. 국내 조선소가 상호협약을 통해 자제 선언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노조는 “노동자가 좀 더 낳은 여건의 회사로 이직하는 것을 강제적으로 막아서도 막을 수도 없다. 다만 조선산업의 발전을 공동 책임져야 할 일등기업이 미래 조선산업을 위해 차세대 인재 육성을 택하지 않고 경쟁사의 인력을 노리고 가로채려는 인력수급 방식에 문제점을 지적하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는 정부도 조선산업 지원책을 내놓아야 하고 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근시안적이고 무분별한 스카우트 경쟁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