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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이유 없이 재판 미루는 사이 피해자는 '피가 말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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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이유 없이 재판 미루는 사이 피해자는 '피가 말라 간다'

대법원 형사사건 재판 평균 2.9개월…성폭력 사건은 3년 넘어도 재판 안 돼

대법원이 성폭력 사건의 재판을 기약 없이 미루면서 '피해자는 피가 말라 죽어간다'는 진정이 제기됐다. 특히 2심에서 피고인에 무죄 판결이 선고된 경우, 대법원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피해자가 '무고녀' 낙인에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간다는 취지다.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해군 사건 공대위)와 준강간 사건의 정의로운 판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보통 사건 공대위)는 2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폭력 사건의 장기계류가 성폭력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면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해군 사건'은 지난 2010년 두 명의 해군 상관이 갓 배치된 부하 성소수자 해군에게 성폭력을 했다는 사건이다. 직속 상관인 박 모 소령은 지속적인 가해를, 함장 김 모 대령은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알게 된 후 1회 강간했다는게 소송 내용이다. 이들은 1심에서 각각 징역 10년, 8년을 선고받았으나 지난 2018년 11월 고등군사법원 2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해군 사건 공대위는 2심 결과에 "고등군사법원이 군대 내 강고한 위계질서, 해군 함정의 특수성, 피해자가 '성소수자'라는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현재 피해자 측은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3년이 넘은 지금까지 계류 중이다.

'보통 사건'은 지난 2017년 클럽에서 처음 만난 피고인이 술에 취한 피해자를 모텔로 데려가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다. 공대위는 이 사건에 '가장 보통의 준강간 사건'이라 명명했다.

보통 사건 공대위는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였음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1심, 2심은 피해자의 당시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다수가 무죄 평결을 했다는 사실만 고려해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20년 5월 대법원에 접수된 후 1년 9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계류돼 있다.

두 공대위는 기자회견에서 "대법원 형사 사건 평균 재판 기간은 2.9개월(2020년 기준)이나 위 두 사건에 대해 몇 년이 지난 현재까지 선고하지 않고 있다"며 "기약 없는 대법원 선고를 기다리는 동안 피해자들은 언제 법적 싸움이 끝나는지도 모른 채 불안해하며 미래의 삶과 일상을 결정하고 계획하기 어려워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무런 이유도 설명하지 않은 채 판결이 끝도 없이 지연되고 있는 현재 상황은 명백히 성폭력 피해자들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있다. 또한 범죄피해자가 불합리한 지연이 없는 절차를 행할 권리도 침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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