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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해고 없는 사회를 위해 연대합니다"

[기고] 9년째 투쟁 중인 해고노동자 박미희 님과 동행 취재기

눈발이 흩날리는 21일 오후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 박미희 씨가 나타났다. 앰프 스피커를 틀고 1인 시위를 시작했다. 다른 동행인들도 함께 섰다. 피켓을 든 60대 남성과 20대 여성, '9년 차 해고자' 박미희 씨와 나눈 대화를 순서대로 싣는다.편집자

60대 최 모 씨와 대화

최창우 : 왜 이 자리에 나왔습니까?

최○○ : "해고를 당해서 박미희 씨 혼자 싸우고 있는데 누군가 연대를 해줘야 그 일이 해결될 것이고 해결되어야 노동자들이 대우를 받는 세상이 되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오게 되었어요."

최창우 : 이전에도 함께했습니까?

최○○ : "강남역사거리 김용희 철탑 농성에 함께 했고 한국사회보장정보원 해고자 박해규 복직 투쟁 현장에도 함께 했습니다. 박해규 씨는 노사 활동하다가 모함으로 1년에 3번 징계 되고 부당해고 당했어요. 거기도 여동생이 혼자 싸우고 있어요. 혼자 하고 있으면 경찰이 나와 괜히 시비를 걸어요. 나라도 가서 서 있으면 그런 일이 줄어들지요. 그래서 그런 일을 하고 있어요."

최창우 : 현대·기아차 정의선 회장과 경영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최○○ : "대한민국에서 자기들이 최고의 기업이라고 얘기하는데 이건 아니지요. 노동자들의 피땀을 수탈하는 악덕 기업이죠. 그런 사람들이 기득권으로 사는 대한민국이 불쌍한 겁니다. 노동자들을 존중하는 기업으로 돌아오길 바라요."

▲박미희 씨와 연대하는 시민들. ⓒ최창우

20대 김 모 씨와 대화

최창우 : 여기 왜 나오게 되었습니까?

김○○ : "박미희 님 지인 분 통해 박미희 님을 알게 돼 나오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몰랐는데요. 지난해 여름 천막 치워진 이후부터 많이 나오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합류하게 되었는데 이게 확실하게 문제가 있다는 걸 많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소송에 승소까지 해서 집회를 할 수 있는 거로 알고 있는데, 자기들 멋대로 코로나 4단계를 핑계로 천막과 집회 물품을 치우는 건 말이 안 됩니다. 멋대로 철거하는 건 아니라 봅니다. 일반인인 제가 봐도 아니라고 봐서, 불합리하다고 생각해서 함께 하고 있습니다."

최창우 : 회사에 한 말씀 한다면요?

김○○ : "글로벌 기업이라고, 우리나라 차 점유율 1위라고 해서, 안주하고 자랑할 게 아니라 내부 문제부터 해결하라, 먼저 자랑하기 이전에 내부 문제부터 해결하고 차 팔아라, 이렇게 말하고 싶네요."

최창우 : 정부나 국회에다 한 말씀 한다면요?

김○○ : "정부나 국회, 말로만 챙긴다고 하지 말고 진짜 와서 겪고 있는 현대·기아차뿐만 아니라 한남동에도 한국타이어 노조가 천막치고 뭐 하고 있더군요. 여기 말고도 곳곳에 많이 있으니 발로 뛰어서 보고 그분들에게 귀 기울여 노동문제가 해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문재인 정부, 노동문제 해결한다고 공약한 거로 알고 있는데,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고 이제 3개월 지나면 임기가 끝나는데 끝까지 이행하지 않는데요.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최창우 : 대통령 후보들에게 하실 말씀 있습니까?

김○○ : "모든 대통령 후보에게 하고 싶은 말인데요. 노동 문제를 해결해야 국민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국민 대부분이 노동자니까 노동 문제가 해결되어야 국민들이 삽니다."

▲최창우 안전시민연대 대표가 박미희 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최창우

박미희 씨 본인 이야기도 들어 봐야 할 것 같아 질문을 던져 보았다.

최창우 : 왜 이 자리에 나와 있습니까?

박미희 : "내부 고발한 지 10년이 다 되어갑니다. 보다시피 집회를 방해하고 알박기 집회를 하고 있습니다. 해결할 생각은 전혀 안 하고 있습니다."

최창우 : 상당히 춥겠어요.

박미희 : "영하 20도 새벽에도 나와서 했습니다."

최창우 : 집회 물품을 가져갔다면서요.

박미희 : "코로나를 핑계로 서초서와 서초구청이 집회를 못 하게 하기 위해 집회 물품을 다 가져가고 소각, 파쇄했어요. 집회 장소가 없어졌습니다. 법원에서도 인정한 곳인데요. 화분을 잔뜩 갖다 놓았고요. 곳곳에서 알박기 집회를 해서 접근하지 못하게 막고 있어요."

최창우 : 인권위 진정한 거로 알고 있습니다.

박미희 : "서초서와 서초구청이 집회 못 하게 하기 위해 코로나 4단계를 핑계로 집회 물품을 강제 철거했습니다. 그것도 새벽 1시 야밤에요. 철거 자체가 부당하지만, 야간철거 금지 원칙도 안 지켰어요. 그래서 서초구청과 서초서의 불법행위에 대해 인권위에 진정하게 되었습니다."

최창우 : 예전에도 인권위에 진정한 적 있다면서요?

박미희 : "2016년에 인권위에 집회 방해하는 것과 경찰이 의무 수행 안 하는 것에 대해 제기했습니다. 2018년 '인권 침해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최창우 : 법원에도 호소했다면서요?

박미희 : "2016에 법원에 집회 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습니다. 1개월 뒤 승소했습니다. 이후 집회 방해는 계속되었지만 그런대로 집회를 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7월 코로나 4단계를 핑계로 서초구청이 집회 물품을 가져간 뒤부터는 집회를 아예 할 수 없도록 방해하고 있습니다. 2016년 법원 판결 이전으로 돌아가 버린 것이죠.

코로나 4단계는 집회 물품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서울시 총무과로부터 확인받았습니다.

작년 7월 15일 오밤중에 가져갔는데 항의를 하자 코로나 4단계가 끝나면 돌려주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때는 힘이 없어 믿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코로나 4단계는 10월 31일 끝났지만 집회 물품을 안 돌려 주었습니다. 배너, 트래스(현수막 걸이), 10여 개의 피켓을 소각 파쇄했다고 합니다. 이럴 수가 있습니까? 어떤 물건은 가지고 왔다가 안 내려주고 도로 가져갔습니다. 내려놓을 장소가 없다면서요. 자기들이 화분으로 다 막아놔서 장소가 없어진 건데요. 자기들이 공간을 없애 놓고 공간이 없어 못 내려 준다고 말하는 겁니다. 이해가 되세요?"

최창우 : 이재명 후보에게 한마디 한다면요?.

박미희 : "지난 12월 마석모란공원에서 만난 적 있습니다. 그때 적폐 청산 해 달라,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 만들어 달라, 곳곳이 모두 썩어 있다, 대한민국을 깨끗하게 만들어 달라고 말했습니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집회조차 못 하고 있는 이 상황을, 대기업 앞에서 집회하는 사람들 곤욕을 당하고 있는 이 상황은 바뀌어야 합니다. 유독 서초구에서는 대기업 앞 집회는 극도로 방해받고 있습니다.

대통령 되시면 집회의 자유가 온전하게 지켜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하고 싶습니다.

내부 고발자 해고 문제 해결은 기업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대·기아차는 실상을 숨기기 위해 대형 로펌을 동원, 법적 대응을 하면서 사실을 왜곡하고 있습니다, 법원 판결도 제대로 실행되지 않다고 하는 나라 바뀌어야 하고요. 노동자를 억압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내부 고발자가 해고되고 억압받는 문제가 해결되길 원하고요. 다시 일할 수 있는 반듯한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박미희 씨의 시위를 막기 위한 회사 측의 '알박기 집회'로 추정된다. ⓒ정순교

▲'알박기 집회'로 추정되는 집회 뒤에는 큰 화분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최창우

집회 현장은 어수선했다. 현대·기아차에서 내보낸 청년들(용역 또는 알바로 추정)이 현수막을 세 곳으로 나누어 들고 '알박기 집회'를 하고 있었고 피켓만 든 '알박기 집회자'도 몇 명 있었다. '알박기 집회자'를 모두 합치면 20여 명에 이르렀고 주변에 서 있는 청년들도 10명 가까이 되었다. 매우 추운 날씨였는데도 장갑도 안 끼고 나온 '알박기 집회자'도 여러 명 있었다. 모두 손이 빨개졌다. 알박기 집회에 청년들을 내보내면서 장갑조차 안 주나 싶었다.

회사 측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피케팅 하는 시위자들을 향해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증거'를 채집하는 것 같았다.

회사는 기아차 판매 부문의 비리를 없애기 위해 용기를 내어 내부 고발한 노동자를 해고하게 한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책임은 망각하고 9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박미희 씨를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다. 그것도 모자라 헌법적 권리인 집회 시위의 자유를 봉쇄하기 위해 알박기 집회에 청년 30여 명을 동원하는 모습을 보고할 말을 잃었다. 현대·기아차 정의선 회장이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박미희 씨를 직접 만나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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