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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눌린 수요 폭발'…사우디 첫 여성 기관사 모집에 정원 900배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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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눌린 수요 폭발'…사우디 첫 여성 기관사 모집에 정원 900배 몰려

"온건 이슬람" 기조 여성 억압 완화 속 여성운동가 탄압은 남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최초로 여성 철도 기관사를 모집하는 공고에 모집 정원의 900배가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사우디는 2017년 "온건한 이슬람"을 선언한 뒤 여성 억압을 다소 완화하고 있지만 동시에 여성운동가들을 구금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며 비판 받아 왔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스페인 운송업체 렌페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낸 여성 기관사 모집 공고에 2만8000명의 여성이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모집 인원은 30명인데 정원의 900배가 넘는 지원자가 몰린 것이다. <로이터>는 이를 "억눌려 있던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봤다. 사우디에서 여성 기관사를 채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이터>는 렌페 측이 학력과 영어 능력을 측정하는 온라인 평가를 통해 지원자의 절반을 걸러 냈으며, 채용 절차는 3월 중순까지 진행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통신은 렌페가 "지역 사업에서 여성을 위한 기회를 창출하고 싶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번 채용에 합격한 여성 기관사들은 메카와 메디나 사이 약 450킬로미터(km) 구간을 최고 속력 시속 300킬로미터(Km/h)로 달리는 고속열차를 운행하게 될 예정이다. 렌페는 해당 고속철도 프로젝트의 최대 주주라고 철도 전문 잡지 <레일웨이 서플라이>는 전했다.

사우디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2017년 "온건한 이슬람"을 선언한 이래 2018년 여성의 차량 운전을 허용하고 2019년에는 남성 후견인 제도를 완화하여 여성이 남성 보호자의 허락 없이 해외 여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최근 여성 억압을 다소 완화하는 행보를 취해 왔다. 이러한 행보의 배경에는 석유 의존적인 경제 구조를 다변화하고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가통계포털을 보면 사우디의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2016년 22.2%에서 2020년 32.1%로 크게 증가했다.

다만 '온건 이슬람' 선언 뒤에도 여성 인권운동가 탄압과 구금은 이어져 사우디는 국제인권단체로부터 지속적인 비난을 받아 왔다. 여성의 운전은 허용됐지만 여성 운전 금지에 반대하는 운동을 벌인 활동가는 수감되는 식이다. 사우디의 대표적 여성운동가 중 하나인 루자인 알하틀룰은 여성이 운전할 권리를 주장하다 테러방지법 위반 혐의로 2018년 체포됐다. 여성 운전이 허용되기 불과 한 달 전에 체포된 그에게 사우디 법원은 2020년 징역 5년 8개월을 선고했다. 지난달에는 여성 인권을 옹호하는 활동을 하다 구금된 바스마 빈트 사우드 빈 압둘라지즈 사우디 공주가 약 3년만에 석방되기도 했다.

▲지난해 3월 항소심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법정으로 향하는 루자인 알하틀룰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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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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