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유세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은 정부·여당의 선거 전략'이라는 음모론에 가까운 주장을 펴 눈길을 끌었다.
윤 후보는 17일 경기 용인 유세에서 약 40분에 달하는 연설을 하며 "이 정부 경제정책, 부동산 정책을 보라. 이것을 도대체 28번이나 한 게 말이 되는 소리냐? 저는 이 사람들이 머리가 나빠서 그랬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윤 후보는 이어 "아주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것이다. 집값 올려서 운 좋아 집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가르고, 집 없는 사람은 민주당 찍게 하려고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상식에 맞춰서 하면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없다. 건국 이후 7~80년 동안 당대에 이렇게 집값이 뛰는 것을 봤느냐"며 "이게 고의·악의·선거전략이 들어가지 않았으면 이런 식의 방책이 나올 수 있는 것이냐"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서초 유세에서는 "집값 올린 것이 실수가 아니라고 했는데, 양극화 역시 마찬가지"라며 "못 사는 사람은 자기들 편이라 생각해서 양극화를 방치하거나 조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충북 청주 유세에서 "있는 사람 없는사람 갈라치고, 집 있는 사람 없는 사람 갈라쳐서 (분열을) 고착화시키고 없는 사람들한테 거짓말해서 늘 편하게 내 편 만들고 선거 치른 집단"이라고 여당을 비난한 것보다 한층 수위를 끌어올린 것이다.
윤 후보는 용인 유세에서 신(新)뉴딜 정책 등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경제 공약을 거론하며 "결국은 세금 왕창 뜯어내가지고 좀 나눠주고, 옛날 미국 1930년대처럼 뉴딜을 배워서 수백 조 세금을 뜯어낸 걸 정부 투자 판단으로 경제 부흥시킨다는 것"이라며 "또 끼리끼리 누구한테 하청 주고, 이권거리 만들어서 자기들끼리 배불리 먹고 살자 이런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윤 후보는 민주당을 겨냥해 "선거 전문가다. 밥 먹고 한 게 이런 거밖에 없다", "정상적 직업을 갖고 땀흘려 먹고살고 돈 벌고 한 게 아니라 시대착오적 이념에 빠져 수십 년 동안 선거공작만 해온 사람들"이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그는 민주당이 이 후보를 대선후보로 선출한 것을 근거로 "이 당이 얼마나 병든 당이냐"고 주장하고 "병든 민주당의 잘못된 전체주의 세력이 민주당을 장악하고, 정상적이고 훌륭한 정치인이 숨쉬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지속된다면 대한민국에 미래가 없다"고 했다.
그는 "이 당은 기본적으로 점조직 전체주의 정당이나 다를 바 없다"며 민주당이 '현 정부 적폐 수사' 등 자신의 발언을 비판하고 있는 데 대해 "옛날부터 독일의 나치, 이탈리아의 파시즘, 그리고 소련 공산주의자들이 늘 하던 짓이 자기 과오를 남에게 뒤집어씌우고, 자기 과오는 덮고, 남이 하지도 않은 것을 뒤집어씌우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허위 선동, 선전, 공작이라는게 이런 전체주의자들의 전유물인 거 아시죠?"라며 "민주당이 멀쩡한 나라를 혁명을 하겠다는 시대착오적 이념을 갖고 수십 년 끌어왔다. 우리 국민들은 이거 민주화라고 하고 많이 봐줬지만 더 이상 이런 짓 해 가지고는 이 나라의 미래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급속히 산업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권위주의 정부가 장기간 집권해 왔고, 민주화를 해내야 한다는 국민 열망 때문에 이런 잘못된, 민주주의로 위장했지만 실제로는 점조직의 전체주의 운동 같은 것도 방향이 같으면 국민들이 다 좋다고 용서해 주고 품어줬다"며 "그런데 지금 어떠냐? 80년대 운동권 족보, 또그 족보의 자녀들까지 다 끼리끼리 자리 해먹고 이권 받아먹고 하지 않느냐"고 강변했다.
李 겨냥 "불법에 유능한 후보냐"…"국민 약탈 세력 쫓아내고 부정축재 환수해야"
이재명 후보 개인에 초점을 맞춘 비난도 쏟아냈다. 윤 후보는 "제가 상대 당 후보에 관해서 폄훼할 생각 없다. 경쟁자로 심각하게 생각 안 한다"고 하면서도, 이 후보의 선거 슬로건 '위기에 강한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빗대 "이 위기를 누가 만들었나. 자기 개인 위기는 잘 넘어가더라"고 비꼬았다.
그는 이날 첫 유세지였던 경기 안성에서 "국가 위기, 국민 위기 잘 넘어가는 게 아니라 자기 개인의 사법적 위기는 검찰 수사를 무력화시켜 가지고 그럭저럭 넘어가더라"며 "유능한 경제 대통령이라고? 3.5억 들고 들어온 사람한테 도시개발 사업에서 1조 가까운 돈을 받아가게 만든 대단히 유능한 사람인 것은 맞는 것 같다. 뭐에 유능하다는 것이냐 도대체? 시장 하고 지사 하면 다 유능한 거냐? 불법에 유능한 거냐?"고 재차 비꼬았다.
그는 "국민과 함께 미래를 향해 나가려 하면 국민을 속이고 약탈한 세력을 쫓아내지 않고 나갈 수 있느냐"며 "부패한 사람들이 축재한 돈을 법적으로 환수해 국고에 넣어야 되지 않겠나"라고 말해 집권시 이 후보 등에 대한 사법 처리 방침을 시사했다.
안성 유세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정책 담론을 겨냥해 "기본소득 받아서 형편이 크게 나아지느냐"며 "부자들한테 이 돈을 왜 나눠주느냐"는 공격도 했다.
윤 후보는 또 전날에 이어 전문적인 정책 역량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듯한 태도도 보였다. 윤 후보는 이번 대선에 나선 주요 후보 가운데 정치 경력이 가장 짧다.
그는 용인 유세에서 "국민들 편하게 살(게 하)고, 일상 회복시키고, 열심히 일하는 분들이 보람된 성취를 느끼게 하는 게 뭐 어렵나?"라며 "상식에 입각해 국민 목소리를 경청하고 정상적 정책을 펴나가면 큰 방향에서 국민들을 편하게 살도록 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정권 초기부터 갖은 해괴한, 국민 상식으로는 납득이 안 가는…(일들을 한다)"라며 "이걸 이해하려면 따로 공부하고 주입시켜야 한다. 운동권 학생들이 대학 가서 고등학교 때까지 선생님한테 배운 거 다 버리고 이상한 거 주입하고 외우고, 다른 생각하면 선배한테 혼나고, 이런 식의 주입이 아니면 상식으로는 납득이 안 가는 사고방식"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또 "시민 여러분, 여기 그냥 규제 안 하고 잘 놔두면 시민 여러분이 용인 잘 발전시킬 수 있다"며 "정부가 해야 할 건 교통망, 반도체산업 지원, 이런 것 하면 되는 것 아니냐. 이게 뭐 그리 어렵나"라고도 했다.
혁신학교에 대한 비판을 하면서도 그는 "민주당의 시대착오적인 좌파 이념으로 만든 학교"라며 "여기서 맨날 토론하고, 무슨 공동체가 어떻고, 그거 안 배워도 우리가 다 집에서, 가정에서, 사회에서 우리가 (가진) 상식에 입각하면 다 아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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