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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7년 국민연금 기금 고갈론', 정말일까?

"국민연금 제정추계, 제도 불신 근원 아닌 공적 연금 개혁 참고자료로 삼아야"

한국사회는 주기적으로 '국민연금 몸살'을 앓는다. 진원지는 5년마다 이뤄지는 국민연금 재정추계다. 추계가 발표되면, 20XX년 연금 기금이 소진된다는 정보가 언론을 덮는다. 이를 바탕으로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과 공포가 재생산된다. 재정 점검과 대책 마련이라는 국민연금 재정추계의 제도 취지, 적절한 노후 보장이라는 공적 연금의 제도 취지는 사라진다.

대선을 앞두고도 이 불신과 공포는 등장했다. 지난 3일, 20대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2017년 추계에 바탕해 '2057년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된다'며 수지 불균형 해소를 위한 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얼마 뒤 “이대로면 90년대생은 한 푼도 못 받을 것”이라는 자극적인 문구를 제목에 담은 국민연금 관련 기사가 떠 주목을 받았다.

앞으로도 이 같은 광경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출생률, 경제성장률 등이 갑자기 오르지 않는다면 기금 소진은 '예정된 미래'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민연금에 대한 시선이 불신과 공포로 쏠리는 만큼 적절한 노후 보장을 위한 사회적 논의는 어려움을 겪을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는 자리가 열렸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이 7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연 '20대 대선 공적연금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해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토론회에서 국민연금 재정추계를 연금 제도에 대한 불신과 공포의 근원이 아닌 더 나은 공적 연금 개혁을 위한 참고자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절한 노후 보장이라는 제도 취지를 중심에 두고 국민연금을 개혁하되 세대 간 형평성 담보를 위한 보험료율 인상이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이 7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20대 대선 공적 연금 토론회'를 열고 있다. ⓒ프레시안(최용락)

"재정추계 수용해야 하지만 계산 과정 이해하고 참고자료로 삼아야"

정 위원은 먼저 5년마다 이뤄지는 국민연금 재정추계 과정을 설명했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에 쓰이는 변수는 출생률과 사망률에 기초한 수급자 규모와 가입자 규모, 경제 요인인 실질경제성장률, 실질임금상승률, 명목기금투자수익률 등이다. 재정추계 기간은 70년이다. 국민연금 재정목표는 해당 기간의 연금 적립액과 수급액의 비율을 1대1로 맞추는 것으로 세워진다.

각각의 변수는 다음과 같이 작용한다. 9% 보험료율, 40% 소득대체율의 현행 국민연금 체계에서 수급자와 가입자가 늘면 국민연금 수지는 나빠진다. 반대로 경제성장률 등 경제 변수에 해당하는 값이 높아지면 국민연금 수지는 좋아진다.

현재 국민연금 수급자와 가입자는 늘고 있고 경제성장률 등 경제 변수 값은 낮아지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 소진 시기가 점점 앞당겨지는 이유다. 정 위원은 이같은 추세를 부정하지 않는다. "각계 최고의 전문가가 모여 계산한 것이기에 국민연금 제정추계 결과를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70년 간의 출생률과 사망률은 물론 경제변수까지 예측해 도출되는 국민연금 재정추계 과정에 대한 이해 없이 특정 결과값이 강조돼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과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쓰인다는 데 있다.

정 위원은 "2070년 부과방식(그해 수급자에게 줄 연금을 그해 가입자에게 걷어 지급하는 방식) 비용률이 2013년 재정 추계 때는 21.4%였는데 2017년 재정추계 때 29.7%가 됐"며 "미래세대가 소득의 29%를 연금으로 내야 한다고 한 사람들에게 이 값이 5년만에 어떻게 이렇게 뛰었는지 설명해달라고 묻고 싶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재정추계는 연금 운영 방향을 논의하는 데 쓰는 참고자료로 삼아야지, 이에 담긴 값 하나 하나를 절대시해 제도 불신을 부추기는 데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정 위원의 시각이다.

"연금 개혁, 적절한 노후소득 보장과 세대 간 형평성 담보 필요"

정 위원은 이어 자신이 참여했던 2018년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에서 만든 (가)안을 바탕으로 바람직한 공적 연금 개혁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정 위원은 우선 국민연금으로 적절한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것이 공적 연금 개혁 논의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초연금이나 민간 퇴직연금에 대해서는 국민연금 중심의 노후소득 보장 체계가 자리잡은 상황에서 보충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적절한 노후소득 보장 기준으로는 소득대체율 45%를 제시했다. 정 위원은 "평균 소득을 벌고 남들만큼 열심히 일한 국민연금 가입자가 공공부조 제도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주거급여(중위소득 45%)와 의료급여(중위소득 40%) 지급 기준을 소득대체율의 최소 기준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정 위원은 이어 "국민연금 제도의 부담과 급여는 기초연금, 기초생활보장제도 등과의 관계 속에서 고려돼야 한다"며 "국민연금으로 적절한 노후소득을 보장받는 노인이 많아져 기초연금이나 기초생활보장제도 등의 지출이 줄면 사회적으로 후세대의 부담도 덜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단, 세대 간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금 기금 소진 이후 부과방식 전환에 대한 대비는 여전히 중요하다. 정 위원은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45%로 올리는 즉시 소득대체율 5%p 인상에 상당하는 보험료율 2%p를 인상해야 한다"며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인상될 수 있다는 점이 사회적으로 환기된 뒤에는 재정추계 상 재정안정 목표에 따라 단계적으로 보험료율 인상을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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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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