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60세 이상 집중관리군에 해당하지 않는 이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사실상 완전 자율 자가치료가 시행된다. 재택치료자 급증에 따라 정부는 60세 미만 등 일반관리군으로 분류된 환자의 모니터링 의무를 폐지하고 격리 관리 앱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이달 말이면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최대 17만 명에 이를 정도로 확진자 급증세가 거세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재택치료 모니터링 개편안을 포함한 오미크론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일반관리군 환자, 사실상 완전 자율 치료
오미크론이 지배종이 되면서 종전보다 코로나19 확산력은 강하지만 중증화율이 낮아, 한정된 의료 자원을 중증환자 관리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코로나19 방역 및 치료체계를 개편한 것이 이날 발표안의 골자다.
정부는 우선 코로나19 확진자가 직접 설문조사 인터넷주소(URL)에 접속해 접촉자 등을 입력하는 '자기기입식 조사' 방법을 역학조사의 기본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확진자 폭증으로 인해 보건소의 역학조사 대응 여력이 크게 떨어짐에 따라 역학조사를 간소화하고 확진자 자율에 맡기는 방안이다.
인터넷 사용에 익숙지 않은 고령자나 장애인 등 직접 설문조사 항목 기입이 어려운 이의 경우 보호자가 대신 이를 수행토록 했다.
확진자 격리는 사실상 완전 자율로 전환된다. 현재는 위치정보시스템(GPS)을 이용한 자가격리앱을 바탕으로 환자의 격리지 이탈 여부 등을 당국이 확인한다. 외래진료센터 방문 등 외출시에는 보건소 신고를 해야 한다. 아울러 동거가족에게도 환자와 별도로 격리를 통보한다.
이 같은 체제가 앞으로는 자가격리앱 폐지 및 필수 목적 외출 허용으로 변화된다. 동거가족 격리는 확진자를 통해 7일간 공동 격리 방식으로 바뀌고, 격리 해제 후에는 추가격리 없이 사흘간 자율적으로 생활수칙을 준수하는 방향으로 완화된다.
격리 해제 시에도 별도로 보건소에 해제를 통보할 필요 없이 격리 7일 후 자율적으로 해제하면 된다.
즉, 가족 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올 경우 온 가족이 함께 7일간 공동 격리 후 3일간 자율적으로 방역 수칙을 최대한 지키면서 지내면 격리는 해제된다.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시간차를 두고 가족 내에 다른 확진자가 발생하는 릴레이 감염이 발생하더라도 가족의 격리 기간이 늘어나지 않는다.
정부는 이처럼 사실상 확진자 자율로 격리 체제를 바꾸면서 여유가 생기는 지자체 공무원을 방역과 재택치료 관리 인력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아울러 재택치료 키트 구성품은 해열제와 체온계, 산소포화도 측정기, 세척용 소독제 등 4종으로 간소화하고, 키트 제공 대상은 60세 이상 등 집중관리군 확진자로 한정하기로 했다.
재택치료 모니터링도 60세 이상 집중관리군 만을 중심으로 실시된다. 현재는 1일 1회 유선 모니터링을 정기 실시하는 일반관리군 환자는 앞으로 정기적 모니터링 없이 자율 격리 치료만 받게 되며, 필요할 경우에만 비대면 진료와 상담센터 상담 등을 하게 된다.
정부는 이 같은 조치에 더해 집중관리군의 건강관리 여력을 더 강화하기 위해 현재 532개인 관리의료기관을 650개로 확대해 현재 16만여 명인 총 관리가능인원을 20만 명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기일 중대본 제1통제관은 "모니터링 체계 개편에 따라 상담 인력이 많이 필요할 것"이라며 "현재 자가격리 앱 관리자 6만 명, 재택치료 관리자 3만여 명 등 총 9만 명가량을 (모니터링 요원으로 재배치) 활용하고, 각 시도별 다양한 형태의 상담센터도 (모니터링을) 같이 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조치가 전부 이뤄진다면 정부는 하루 21만 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더라도 이에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개편은 당장 이날부터 행해진다고 정부는 밝혔다. 이기일 중대본 제1통제관은 "전날 지자체와 논의 결과, 역학조사나 재택치료 키트, 동거가족 공동격리 등은 바로 오늘부터 시행할 계획"이라며 "다만 (자율) 모니터링의 경우 서울시는 오늘부터 상담센터 오픈이 가능하지만, 다른 시도는 10일 목요일부터 운영이 가능하도록 조치해 달라고 (지자체에) 부탁드렸다"고 말했다.
대면 진료 강화
한편 정부는 동네 병·의원이 치료의 중심이 되는 민·관 협업 의료대응체계도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중증환자에 집중 대응하고 무증상이나 경증인 환자는 동네 병·의원이 치료를 책임지는 체제가 정부 구상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동네 병·의원도 비대면 전화 처방과 진료를 통해 재택치료 환자를 관리하는 체계에 들어가게 된다.
이미 종전 호흡기클리닉 403곳, 지정 의료기관 779곳이 병·의원 검사 및 치료체계에 포함된 데 이어 동네 병·의원이 비대면 진료에도 참여하게 됐다.
이와 별개로 정부는 코로나19 환자의 코로나19 대면 진료와 심근경색, 뇌출혈, 뇌경색 등 응급 질환 및 출산, 투석 등 비 코로나 질환 대응을 위해 외래진료체계를 개편하기로 했다.
현재 55곳인 외래진료센터를 112곳으로 늘리고 감염병전담병원 진료과목을 추가 개설하고, 코로나19 확진자용 분만 및 투석 병상도 더 확보하겠다고 정부는 밝혔다.
아울러 공동격리자를 위해 외래진료센터 응급실에는 코호트 격리구역도 설치하기로 했다.
"확진자 17만 명대 대응 필요"
이번 정부 발표를 요약하면, 결국 오미크론 확산에 따라 정부가 앞으로 코로나19를 사실상 독감처럼 관리하는 방향으로 체계를 개편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60세 미만 환자 등 무증상 혹은 경증 가능성이 큰 일반 환자의 격리부터 치료를 사실상 완전 환자 자율에 맡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기일 중대본 제1통제관은 "이 제도 시행을 위해서는 우리 국민의 자발적인 자유와 책임이 강력히 요구된다"며 "국민 여러분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달리 말해, 앞으로 경증 확진자 개개인이 시민적 책임으로 자가 격리를 잘 지키지 않는다면 확진자를 통한 연쇄 감염 위험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그 같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중증 환자 진료에 관련 역량을 총집결하기로 했다. 확진자는 급증하면서 이미 재택치료 관리 여력이 한계에 달한 상황에서 앞으로 더 강력한 확진자 증가세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날 브리핑에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질병관리청과 국내외 여러 전문가들의 코로나19 발생 예측 결과에 따르면 오미크론 변이의 영향으로 2월 말경에는 국내 확진자가 13만 명에서 17만 명 수준까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확진자 규모가 단기간 내에 급증할 경우 위중증 환자가 증가하고 의료 대응에도 부담이 될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다"고 대응 체계 개편 배경을 설명했다.
더 구체적으로 정부는 하루 10만 명 수준의 확진자가 20일 이상 발생하더라도 대응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날 0시 현재 정부는 총 4만5818병상을 보유하고 있다. 병상가동률은 위중증병상 18.4%, 준중증병상 47.2%, 중등증병상 45.3%, 생활치료센터 41.9%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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