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국제 입양됐지만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한 입양인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입양인 시민권법'이 4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에서 통과됐다.
입양인시민권법(Adoptee Citizenship Act, H.R. 1593)은 이날 하원에서 미국 경쟁력 강화 법안(the America COMPETES Act)에 포함돼 찬성 222표(반대 210표)로 통과됐다.
지난 2021년 3월 애덤 스미스 의원(민주당, 워싱턴)과 존 커티스 의원(공화당, 유타)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앞서 이미 세 차례 하원에서 발의된 바 있지만 번번이 2년 회기 안에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이번에 입양인 시민권법이 하원에서 통과되면서 어느 때보다 법제화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경쟁력 강화 법안은 지난해 6월 이미 상원을 통과했다. 상원의 조정위원회에서 앞서 통과된 법안과 하원에서 통과된 법안 사이의 차이점에 대해 조정을 거쳐 최종 통과 여부가 결정된다. 이후 대통령 서명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민주당 출신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제로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상원이 유일한 시험대다.
이전과 달리 이번에 하원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었던 힘은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우선, 법안을 대표 발의한 애덤 스미스 의원의 진정성이다. 어린 시절 미국으로 입양된 입양인이 시민권을 갖지 못하게 된 것은 이들의 잘못이 아니다. 한국과 미국의 허술한 입양법제가 가장 큰 원인이며, 책임지고 법적으로 입양을 완료하지 않은 입양부모의 책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로 인한 피해는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한 입양인 개인이 평생 받아야 한다. 때문에 입양인 시민권법의 취지 자체를 반대할 명분은 없지만 이 법안이 계속 폐기됐던 까닭은 늘 우선 순위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스미스 의원이 중요법안 중 하나인 '미국 경쟁력 강화 법안'에 이 법안을 결합시켰다. 그만큼 이 법안에 대한 진정성과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얘기다. 4일 '미국 경쟁력 강화 법안'이 하원에서 통과되면서 자동으로 입양인 시민권법도 통과됐다.
둘째, '입양인 시민권법'은 입양인 단체와 풀뿌리 시민단체의 소중한 성과다. 지난 2019년부터 미주한인유권자연대(Korean American Grassroots Conference, 김동석 대표), 입양인권익운동(Adoptee Rights Campaign, 조이 김 알레시 대표), 홀트인터내셔널(수잔 콕스 부회장) 등 25개 단체가 '입양인 평등권 연대'를 꾸려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해왔다. 이들은 입양인 시민권법을 초당적 법안으로 만들기 위해 민주당 뿐 아니라 공화당 의원들도 일일이 찾아가 설득하며 공동 발의자를 모았다. 기자회견, 컨퍼런스, 온라인 캠페인 등을 통해 꾸준히 이 문제를 알리는 작업도 해왔다.
송원석 KAGC 사무국장은 "스미스, 커티스 두 의원의 리더십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며 "정치권 전반에 걸친 공동 발의 의원들, 지지자들의 노력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수년간 이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우리는 이 법안이 하원에서 통과되는 이정표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이 알레시 입양인 권익운동 공동 대표는 "하원 통과는 우리가 미국인으로 성장한 입양인들이 평등을 보장 받는데 더 가까이 다가서게 한다"며 "진심 어린 축하를 받을 가치가 있는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송 국장은 <프레시안>과 전화 통화에서 상원 통과 여부에 대해 "솔직히 반반"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현재 가장 큰 진전이 생긴 것은 사실이지만 무조건 될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상원에서 로이 블런트 공화당 의원과 마지 히로노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는데 상원 의원들을 상대로 이 법의 취지에 대해 설득해 최대한 많은 지지자들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하원 승리 가능성이 높게 점쳐 지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놓치면 요원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우려하면서 이번 기회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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