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법원은 안철수 후보와 국민의당이 낸 방송 3사(KBS, MBC, SBS)가 주관하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제1야당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간의 대통령 후보 양자토론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또 법원은 심상정 후보와 정의당이 낸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도 인용했다. 결국 예정된 방송 3사 주관 양자토론은 무산되었다.
같은 달 2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한발 더 나아가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양자토론을 하는 경우 온라인 토론만 허용되며 방송사의 중계나 녹화방송도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사실상 20대 대통령선거에서 지상파방송사가 주관하는 여당 후보와 제1야당 후보 간의 양자토론 가능성이 막혀 버렸다.
과연 법원과 중앙선관위의 판단이 헌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을까? 없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방송 3사가 이재명·윤석열 양자토론 방송만 계획하고 있었다면, 법원의 판단에 일응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방송 3사는 선거기간 양자토론만을 중계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여야 후보 4인(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심상정)이 참여하는 다자토론 방송 개최를 막아 두고 있지도 않았다. 더하여 앞으로 세 번의 법정 다자토론회 방송도 예정되어 있다.
둘째, 공직선거법은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하는 ‘법정토론회’와 방송 등 언론기관이 주관하는 ‘언론기관 주관 토론회’를 구분하여 규정하고 있다. 즉 법정토론회의 경우 그 개최 및 초청대상자(대통령선거의 경우 국회에 5인 이상의 소속의원을 가진 정당이 추천한 후보자 등)를 명시하고 있으나, 언론기관 주관 토론회의 경우 자율적으로 개최하고 초청대상자도 "1명 또는 여러 명"을 초청하도록 규정하여 방송사 등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 이번 양자토론은 언론기관 주관 토론회이다. 그렇다면 해당 법원의 가처분 인용은 선거운동의 자유와 방송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공직선거법 해당 규정의 취지와 입법자의 의도를 넘어서 잘못 판단한 것이다.
셋째, 우리 헌법은 대통령제를 택하고 있고, 대통령선거에서 최고득표자를 당선자로 한다. 즉 한 표라도 더 얻은 자가 당선자가 된다. 따라서 대통령선거를 40여일 앞둔 시점에는 대다수 유권자들은 여당 후보와 제1야당 후보 간 또는 지지율 1위 후보와 2위 후보의 정책 및 정견을 알아보고자 하는 요구가 높을 수밖에 없다. 과거 대선 기간 지지율 추이를 보더라도 10퍼센트 지지를 받는 후보가 당선된 바도 없다. 방송 3사의 양자토론 방송 개최를 허용하는 것이 유권자의 알권리 및 후보자선택권을 보장하는 헌법정신에 부합한다.
넷째, 해당 법원은 "안철수가 대선에 지대한 영향력이 미칠 수 있는 이 사건 토론회에 참여하지 못할 경우 후보자로서 자신의 정책 등을 홍보하고 유권자를 설득할 기회를 잃게 되는데다가 첫 방송토론회 시작부터 군소후보로서의 이미지가 굳어지게 되어 향후 전개될 선거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될 것이 명백한 점"을 양자토론 금지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러나 대선을 40여일 앞둔 상황에서 법원도 인정하는 바와 같이 지지율 10퍼센트대 안철수 후보가 군소후보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법원이 특정후보의 군소후보 이미지 고착까지 걱정해 줄 필요는 없다. 해당 법원은 기계적 평등을 선거의 공정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 법은 합리적 차별을 평등으로 본다. 군소후보자를 배제한 유력 후보 간 양자토론은 합리적 차별에 해당한다.
20대 대통령선거가 3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부터라도 방송 3사와 그 외의 지상파 방송사가 주관하는 유력 대선후보 간 양자토론 개최는 허용되어야 한다. 헌법과 공직선거법이 보장하는 선거운동의 자유, 유권자의 알권리 및 후보자선택권 그리고 방송의 자율성은 이번 대통령선거에서도 존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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