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9일 대선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사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1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드 추가 배치"라는 단문 공약을 올렸고, 다음날에는 "사드를 포함한 중층적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해 수도권과 경기 북부 지역까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확실히 지키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직속인 글로벌비전위원회도 "수도권 2000만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사드 포대를 추가 배치하겠다"는 공약을 밝혔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사드가 수도권 방어에 도움이 되나"라고 반박했다. 사드는 고고도에서 종말 단계에 요격하는 시스템인 만큼, 북한과 인접한 수도권 방어에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선대위 평화번영위원회는 "사드보다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인 천궁이 더 수도권 방어에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요격 고도가 40-150km 사이인 사드가 수도권 방어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은 자명하다. 유사시 북한이 수도권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면 이보다 훨씬 낮은 고도로 날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저고도 요격체계인 패트리엇이나 중고도 요격체계인 천궁2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역부족이다. 북한은 미사일방어체제(MD)로는 요격이 불가능한 장사정포와 대구경포를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회피 기동이 뛰어나고 속도가 매우 빠른 극초음속 미사일도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후보는 미국제 사드에, 이재명 후보는 한국형미사일방어체제(KAMD)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두 후보 모두 '절대 안보'를 신봉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하다. 이 문제점을 인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두 후보 모두 강조해온 '국익'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입장과 헨리 키신저의 발언을 소개하고 싶다. 오바마 행정부는 "MD 능력 강화는 적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 동기와 목적을 위축시켜 비확산체제 강화와 국제 평화와 안정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쉽게 말해 강력한 MD가 구축되면 북한은 '핵미사일을 만들어도 소용없다'고 깨닫고는 이들 무기를 포기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이게 어불성설이었다는 점이 판명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북한은 미국 주도의 MD가 강화될수록 핵과 미사일 능력 증강으로 맞서왔기 때문이다.
특히 2016년과 2017년에 걸쳐 한미가 사드 배치를 강행하자, 이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미사일 개발을 공언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최근 들어 북한판 '이스칸다르'로 불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미사일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이는 매우 유감스럽지만 예견된 일이다.
그럼 북한의 선택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일찍이 키신저가 한 말을 떠올려보면 된다. 그는 "한 나라의 절대 안보를 향한 열망은 다른 모든 나라에겐 절대 불안을 의미한다"며 MD의 심각한 부작용을 경고한 바 있다.
이미 서로를 파멸시킬 수 있는 공격력을 보유한 상태에서 어느 한쪽이 상대방의 미사일을 막겠다며 MD를 추구하면, 이에 불안을 느낀 다른 쪽이 더 다양하고 더 많은 미사일을 만들어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절대 안보를 추구할수록 오히려 안보가 더 위태로워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만다.
MD가 없으면 북한의 미사일에 무방비가 될 것처럼 안보 불안을 조장하는 언행이 정작 안보를 포함한 국익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남한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응할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한국은 7000발이 넘는 미사일을 보유한 '미사일 강국'이다. 또 2020년부터 3년 연속으로 세계 군사력 6위로 평가받고 있는 '군사 강국'이다. 이는 한국이 이미 강력한 대북 억제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요한 점은 또 있다. 북한은 '생존'을 위해 핵과 미사일을 개발·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이 핵미사일을 사용하는 순간, '자멸'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도 너무나도 자명하다.
억제는 이러한 지피지기를 통해 확립되며, 한미연합전력뿐만 아니라 한국의 독자적인 군사력도 상당한 대북 억제 능력을 구비하고 있다. 반면 MD의 늪에 빠지면, 군비경쟁과 안보딜레마의 격화를 피할 수 없게 된다. 막대한 세금을 낭비하면서 말이다.
안타깝게도 2010년대 중반까지 핵심적인 논쟁거리였던 MD는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당연히 해야 할 일처럼 되어버렸다. MD를 둘러싼 생산적인 논쟁은 사라지다시피 했고 이 사이에 패트리엇-천궁-사드로 이어지는 '3중 방어망'에는 가속도가 붙었다. 그리고 유력 대선 후보들은 경쟁적으로 MD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50년 전에 MD를 사실상 금지한 ABM 조약이 추진되었을 때에도 미국 내에서 반발 여론이 높았다. 소련의 핵무력 증강뿐만 아니라 중국의 핵무장도 완성 단계에 접어들고 있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이에 대해 당시 협상을 주도한 키신저는 "ABM 조약은 위험한 방어경쟁을 제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격용 무기를 배치하려는 동기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의 미사일 폭주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식이 무엇인지, 여러 가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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