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배우이자 방송 진행자인 우피 골드버그가 홀로코스트에 대해 "인종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해 2주간 방송 출연 금지 처분을 받았다.
골드버그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ABC 방송의 토크쇼 '더뷰'에서 홀로코스트(독일 나치에 의한 유대인 대학살)에 대해 "솔직해지자. 이는 인종(차별) 문제가 아니"라면서 "두 그룹의 백인들"이 관여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인간에 대한 인간의 비인간성 문제다. 인종 불문하고 인간이 서로를 어떻게 대하는가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골드버그는 이 방송의 공동 진행자다.
문제가 된 발언은 미국 테네시주 맥민 카운티의 교육위원회에서 아트 슈피겔만 작가의 만화 <쥐(MAUS)>를 교육 과정에서 빼기로 한 결정에 대해 다루는 과정에서 나왔다. 공동 진행자인 조이 베하가 "유대인은 별개 인종으로 간주된다"며 인종차별 문제라고 말하자 골드버그가 이에 대해 반박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테네시주 맥민 카운티 교육위원회는 최근 <쥐>에 여성의 나체를 그린 장면이 등장하며 욕설 등이 나온다는 이유로 교육과정에서 빼기로 했다. 10명 교육위원의 만장일치로 이런 결정을 내렸다. <쥐>는 슈피겔만 작가의 아버지의 삶을 통해 유대인 수용소의 참상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슈피겔만 작가는 이 작품으로 1992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2020년 대선 전후 일부 미국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사실상 인종 차별 교육, 다양성 교육을 반대하는 흐름이 강력하게 존재하고 있다. 미국의 인종 차별은 법과 제도 등에 내재되어 있다는 '비판적 인종 이론(Critical Race Theory)' 교육을 금지하는 법안이 30개에 가까운 주에서 이미 통과가 됐거나 논의가 진행 중이다. <쥐>를 교육 과정에서 뺀 테네시주도 'CRT' 교육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골드버그의 발언에 미국 유대계는 발끈하고 나섰다. 미국 최대 유대인 단체 반명예훼손연맹(ADL)은 "홀로코스트는 나치의 유대인 말살 정책에 의한 것으로 나치는 유대인을 비인간화하고 유대인 학살을 정당화하려고 인종차별적 프로파간다(정치 선전)를 이용했다"며 "홀로코스트 왜곡은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골드버그는 자신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다음 날 방송과 트위터 등을 통해 사과했다. 자신의 발언이 생각이 짧았으며, 이제는 홀로코스트가 인종 문제라는 점에 대해 배웠고 인정하게 됐다는 취지의 사과 발언을 연이어 내놓았다.
그럼에도 논란이 계속되자 ABC 방송은 별도의 사과와 함께 골드버그의 출연을 2주간 정지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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