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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률의 이 한 곡의 노래] ‘님을위한행진곡’ 40년, 그리고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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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률의 이 한 곡의 노래] ‘님을위한행진곡’ 40년, 그리고 그 후  

‘님을위한행진곡’이 세상에 나온 지 40년이 되었다. 1982년에 작곡이 되었으니 그렇게 된 셈이다. 며칠 전 국회에서 미얀마 인권 상황(Human Rights in Myanmar)을 다루는 간담회가 있었다. 관계자로부터 연락이 와서 참여해서 격려사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작년부터 미얀마는 민주주의를 주장하는 시민들이 이를 진압하려는 군부세력에 의해 엄청난 희생을 치르고 있다. 1980년 광주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시위 중에 ‘님을위한행진곡’이 불리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런 이유로 ‘님을위한행진곡’ 작곡자가 참여해준다면 큰 위로가 된다는 뜻이리라.

간담회에 참여하고 다시 한 번 ‘님을위한행진곡’ 40년을 생각했다. “한 곡의 노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수없이 하면서 보낸 세월이다. 오늘 이 지면을 이용해 40년을 맞는 ‘님을위한행진곡’의 작곡 과정, 전개 과정, 앞으로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말하려 한다

1982년 4월 말 경, 5·18 2주기를 앞 둔 시점, 광주는 온통 회색이었다. 만나는 사람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서로 쳐다볼 뿐, 말을 아꼈다. 5·18 2주기가 다가왔다는 것은 모두 다 알았지만 모두 다 모른 척 하는 듯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일 것이다. 살아남았다는 미안함과 자괴감 그리고 실제 5·18을 언급하면 잡혀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었을 것이다.

당시 소설 '장길산'의 작가 황석영씨가 광주에 살고 있었다. 광주 문화운동을 하는 문화패 10여명을 불러 모았다. “아무리 시대가 험하다고 5·18 2주기가 다가오는데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을 수는 없다. 우리는 문화예술 활동을 하고 있으니 기념할 무엇인가를 하자.”라는 말을 했고 우리는 이에 모두 동의했다. 누군가에게 2개월 전에 윤상원, 박기순 열사의 ‘영혼 결혼식’이 있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자연스레 ‘영혼 결혼식’을 소재로 노래극을 만들자는 마음으로 이어졌다.

님을위한 행진곡의 탄생, 시작이다. 노래극 <넋풀이-빛의 결혼식> 제작이 시작되었다. 대본은 황석영씨가 썼고, 내 역할은 노래극에 들어갈 7곡의 노래를 만드는 일이었다. 보안 때문에 1박2일의 짧은 시간동안 노래극을 완성해야 했다. 기존에 이미 작곡한 곡 중에서 6곡을 추리고 가사의 일부를 손질하니 그럴 듯했다. 문제는 대미를 장식할 마지막 합창곡이 없어서 새로 만들어야 했다. 다행히 당시 입속에서 맴돌던 2마디가 있었고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압박감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되어 4시간 만에 합창곡을 작곡할 수 있었다. 거기에 황석영씨가 찾아낸 백기완선생의 <묏비나리> 시를 가사로 곡에 붙이니 잘 어울렸다.

음악 이론상, 대부분의 행진곡은 장조로 작곡되며 밝고 경쾌한 것이 특징이다. 나는 이런 일반적인 방법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과감하게 ‘님을위한행진곡’은 단조로 표현했다. 단조의 행진곡은 장엄하고 웅장하며 슬프고도 유장한 맛이 있다.

조그만 휴대용 카세트테이프 레코더를 사용하여 노래들을 녹음하였다. 한 분이 '시이작~!'하면서 카세트의 빨간 버튼을 누르면 기타와 북, 꽹과리를 가지고 반주하면서 노래를 녹음했다. 녹음된 ‘님을위한행진곡’을 처음으로 들어 보고 나서 제작진은 한 동안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면서 눈빛을 교환했다. 그 ‘눈빛'은 뭔가 큰 것 하나를 만들어 냈다는 의미의 다른 표현이었으리라.

더군다나 음악과 함께 카세트테이프에 ‘개 짖는 소리’ 그리고 ‘기차 기적소리’가 녹음되어 있었다. 녹음에 집중하느라 아무도 알지 못하였는데 나중 노래를 들어 보니 그 소리들이 노래 속에 담겨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그 ‘개 짖는 소리’와 ‘기적소리’가 노래 박자와 잘 맞게 녹음되어 음악적 화합을 이룬 듯한 느낌이었다. 제작진 모두는 “하늘에 계신 오월 영령들이 우리를 돕는다.”고 서로 말하진 않았지만 믿었다.

이렇게 제작된 ‘님을위한행진곡’은 하지만 노래로 불리우기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5·18민주화운동을 추모하며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한 곡의 노래를 정치적으로 이념적으로 상처를 낸 불행한 역사를 우리는 목도했다. 이제는 많이 정리되어 옛날과 같은 염려가 사라졌지만 돌이켜보면 쉽지 않은 고통의 시간이었다. 지난 5년 동안 ‘님을위한행진곡’ 대중화와 세계화 사업을 통해서 5·18민주화운동의 예술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그 결과 8편의 관현악곡이 작곡되었고 대형 뮤지컬로도 개막되었다.

5·18민주화운동의 예술적 형상화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계속 되어야 한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다. 프랑스 대혁명이 전세계에서 인정하고 부러워 하는 역사가 될 때까지 100년이 걸렸다. 그리고 그 후로도 수많은 예술가들이 작품의 주재로 소재로 사용하면서 오늘날의 혁명으로 자리 잡았다. 나는 5·18민주화운동도 이런 역사의 궤적을 그릴 것으로 확신한다. 그리하여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역사가 될 것을 기대한다.

‘님을위한행진곡’ 작곡가로서 이 노래의 의의를 말하라면 항상 3단어를 언급하곤 한다. ‘존경’과 ‘찬사’ 그리고 ‘각오’이다. 자유와 민주를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바치면서 희생했던 5월 영령과 시민들에 대한 ‘존경’이 첫째이고 이 노래의 모티브가 된 두 남녀의 죽음을 뛰어 넘는 사랑에 대한 ‘찬사’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런 5·18과 같은 역사가 다시 온다고 해도 끝까지 ‘님을위한행진곡’을 부르며 자유와 민주를 지키겠다는 ‘각오’가 그것이다.

▲님을위한행진곡 원본 ⓒ김종률

김종률은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님을위한행진곡’의 작곡자로 Sony뮤직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제이알미디어 대표이사,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세종시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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