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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교사의 설움 "애들 돌보며 식사하는데, 그것도 10분 내 먹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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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교사의 설움 "애들 돌보며 식사하는데, 그것도 10분 내 먹어야"

노동·시민단체, 보육교사 실태 설문조사 발표..."직장 내 괴롭힘 명시 표준계약서 도입 필요"

경기도 화성시의 한 국공립어린이집에서 2018년부터 보육교사로 일하고 있는 염영미 씨(43)가 영아들을 돌보는 교실 창문은 합판으로 막혀 있다. 교사 대기실·물품실 등과 연결된 창이 게시판 설치를 명목으로 막혀 버리자 맡고 있는 3명의 영아에게 눈을 떼기 어려운 염 씨는 근무 중 필요한 물품이나 요청해야 할 사항을 다른 교사들에게 제 때 전달하기 어려워졌다. 또 다른 교실에서는 2명의 교사들이 원아들을 함께 돌보는 데 비해 염 씨는 혼자서 영아반을 맡고 있어, 다른 교사들과의 교류가 거의 차단된 상태다. 

염 씨는 이런 식의 "직장에서의 은근하고 교묘한 괴롭힘"이 2019년부터 3년째 지속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견디다 못한 염 씨는 지난해 7월 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하고 지난 달 인정까지 받았지만, 변한 건 없었다. 염 씨는 "원장은 오히려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나를 명예훼손과 영업방해 혐의로 고소하기까지 했다"며 결국 혐의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됐지만 수사 기관의 조사를 받으며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려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직장갑질119 등 노동·시민단체들은 1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2021 보육교사 노동 실태 설문조사 결과 발표 및 개선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어린이집 내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한 지자체와 보건복지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직장갑질119 등 노동·시민단체는 1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2021 보육교사 노동 실태 설문조사 결과 발표 및 개선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어린이집 내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한 지자체와 보건복지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프레시안(김효진)

이들이 지난해 12월1일~17일에 직장갑질119의 직종별 모임을 통해 보육교사 34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 보육교사의 71.5%(246명)는 지난 1년 사이 직장 내에서 괴롭힘을 당했다고 답했다. 이는 직장갑질119에서 전 직종의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하는 직장 내 괴롭힘 여부 조사 결과(28.9%)에 비해 2.5배나 높은 수치다. 직장 내 괴롭힘 유형으로는 야근 강요, CCTV 감시 등을 포함한 부당지시가 62.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유독 보육교사들이 직장 내 괴롭힘에 취약한 이유에 대해 박인화 공공운수노조 전략조직부장은 "직장 내 괴롭힘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37.2%(128명)는 '직업 이미지'라고 답했다. 보육교사는 '노동자'가 아니라 어린이를 보육하는 숭고한 봉사자라는 이미지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참아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괴롭힘이 있었다고 답한 보육교사는 많았지만 신고를 한 응답자는 26명에 불과했고 다수의 응답자(197명)는 신고보다 참거나 소극적 대응을 택했는데 그 이유는 적극적으로 대응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았기 때문(121명)이었다. 실제로 괴롭힘 신고를 한 교사 중 대부분인 21명은 괴롭힘을 인정받지 못했고, 신고 뒤에 부당한 처우에 대한 암시 등이 담긴 발언을 들었으며(14명), 동료나 상급자 등으로부터 공감이나 지지를 얻기보다 참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11명).

대다수의 보육교사(75%, 258명)는 2019년 7월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뒤에도 직장 내 괴롭힘이 줄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단체들은 처벌조항이 없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공공운수노조는 기자회견문에서 "강력한 법적 처벌을 위해 영유아보육법에 원장의 괴롭힘시 처벌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지자체의 '의지 부족'도 문제 삼았다. 공공운수노조는 회견문에서 "보육교사들이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문을 두드리는 곳이 관할 지자체다. 하지만 지자체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이 원장 교체 사항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 조치도 할 수 없다는 말 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자회견에서 염씨도 괴롭힘 관련해 해당 지자체에 문의했으나 이 같은 대답만이 돌아왔다고 증언했다. 

때문에 단체들은 국공립어린이집의 경우 지자체 위수탁 계약서 해지 사유에 사용자의 직장 내 괴롭힘 조항을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보육교사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발생시 해당 어린이집의 국공립 위수탁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체들은 나아가 현재 지자체별로 제각각인 위수탁 계약서가 직장 내 괴롭힘 방지 등의 내용을 담은 표준 계약서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민간·가정 어린이집의 경우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가 원장인 경우 해당 지자체가 원장 자격 정지 등 강력한 행정처분을 할 것을 촉구했다. 박 전략조직부장은 "물론 법이나 조례가 바뀌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조치 등은 현재도 충분히 가능한 일인데도 현장을 다녀보면 대부분의 지자체가 해결할 노력조차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괴롭힘이 아니라도 보육교사의 노동여건은 열악했다. 대부분의 응답자(86.8%, 298명)들이 서류상 휴게시간이 있다고 해도 영유아와 분리되고 행정업무를 하지 않은 채로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없다고 답했다. 또한 대다수의 응답자(87.8%, 302명)는 점심식사를 위한 휴게시간을 부여 받고 있지 않으며 원생을 돌보면서 식사하고 있다(82.3%, 283명)고 답했고, 그나마 식사할 수 있는 시간도 10분 미만(76.7%, 264명)이었다.

현장 보육교사들은 노동 보호를 위해 학부모 등 어린이집 이용자에 대한 교육을 포함한 보육현장 개선(77.9%, 268명)이 시급히 필요하며, 정작 보육교사 자신은 열람이 불가능한데 노동 감시 등의 목적으로 수시로 열람되는 CCTV 매뉴얼 개선(62.8%, 216명)도 수반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단체들은 직장 내 괴롭힘을 포함한 보육교사의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해 궁극적으로는 "국가의 직접 운영을 통해 동일 지역 어린이집 간 전환배치를 가능하게 하고 임금 및 처우 수준을 동등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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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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