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컸던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방역패스 제도 적용안이 부분적으로 완화된다. 독서실과 스터디카페, 대형마트, 백화점 등 6종 시설에서 방역패스가 해제되고, 실내체육시설과 PC방 등 11종 시설에는 방역패스가 유지된다.
청소년이 이용하는 시설 가운데 도서관 등 학습시설이 아닌 곳에는 방역패스 적용이 유지된다. 정부는 이 같은 조정안을 18일부터 적용키로 한 가운데, 앞으로 코로나19 감염 확산 상황에 맞춰 패스 적용 대상을 조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국 백화점·영화관 등 방역패스 해제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정리한 방역패스 조정 방안 핵심은 방역패스 적용 대상 중 6종 시설을 적용 제외하는 것이다.
정부는 △독서실과 스터디카페 △도서관 △박물관과 미술관, 과학관 △백화점과 대형마트 △학원 △영화관과 공연장 등 6종 다중이용시설의 방역패스를 18일부터 해제키로 했다.
강화된 거리두기 조치 이후 코로나19 유행 규모가 축소된 가운데, 시설 내에서 상시 마스크를 착용할 수 있어 침방울 배출 가능성이 적다는 점을 고려해 이들 일부 시설을 방역패스 적용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이에 따라 방역패스가 해제된 후에도 이들 시설에서 취식 등 침방울 배출 가능성이 있는 행위는 제한된다. 다만 50명 이상 비정규 공연장에서는 방역패스가 계속 적용된다.
이번 조치로 방역패스가 해제되는 시설은 전체 방역패스 적용시설 115만 개 중 13만5000개(11.7%)다.
이와 별개로 △유흥시설 △실내체육시설 △노래연습장 △목욕장 △경마·경륜·경정·카지노 △PC방 △식당·카페 △파티룸 △멀티방 △안마소·마사지업소 △(실내)스포츠 경기(관람)장 등 11종 다중이용시설은 현행대로 방역패스 적용이 유지된다.
이들 시설에서는 12~18세 청소년도 방역패스 적용 대상이 된다. 전체 확진자 가운데 해당 연령대 청소년 환자 비중이 25% 이상을 유지해 방역패스 적용 필요성이 있다고 정부는 강조했다.
정책 필요로 방역패스 완화
정부는 이번 결정 배경에 서울 지역 마트와 백화점의 방역패스 및 청소년 방역패스 집행정지 결정을 내린 지난 1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 판결 내용이 고려됐다고 밝혔다.
재판 성격상 서울의 마트와 백화점 등만 방역패스 적용 대상에서 해제되면 지역 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전국 단위로 동일한 해제를 조치했다고 정부는 전했다.
아울러 최근 들어 유행규모가 감소해 의료 대응 여력이 커졌다는 점도 방역패스 완화 결정 배경이 됐다고 정부는 밝혔다.
다만 정부는 여전히 사법부 판단 근거 자체에는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어서 서울시와 합의해 즉시 항고한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학원 중에서도 침방울이 생성되는 관악기, 노래, 연기 등 일부 교습분야는 방역패스를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며 항고 과정에서 해당 필요성을 설명하기로 했다. 정부는 아울러 방역패스가 일상을 유지하는 방역수단으로서 필요성이 크다는 점 역시 강조하기로 했다.
다만 정부는 이번 방역패스 부분 완화 배경의 핵심은 정책 필요성이었지, 법원 판결은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대본 브리핑에서 "(법원 판결에 영향을 받았다기보다) 오히려 사실 지난주 금요일 거리두기 조정을 할 때 법원 결정이 예고된 상황에서 정책 조정을 (앞서서) 하는 것이 법원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우려"했다며 "당시에는 논의를 보류했고, 따라서 법원 판결에 따라 (이번 방역패스 적용 대상 조정이) 취해진 조치라기보다, 방역 상황 변화에 따라 정책 조정이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미크론 유행 곧 시작하는데…
한편 정부는 오미크론 유행이 이르면 금주 중 시작될 가능성이 큰 만큼, 유행 확산에 발맞춰 방역패스 적용 범위를 유연하게 조절하겠다고 밝혔다.
손영래 반장은 "(작년) 12월 말 이후 유행이 안정화되면서 의료대응 여력도 회복되었기에 방역패스를 축소"했으나 "향후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 등으로 방역 상황이 다시 악화되고, 중증환자가 증가하고, 의료체계의 여력이 부족하게 되면 다시 방역패스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중대본이 집계한 지난주 기준 국내 지역사회에서 오미크론의 검출 비율은 26.7%였다. 해당 수치는 3주 전 4%, 2주 전 12.5%였다. 최근 한 주 사이 거의 두 배 수준으로 오미크론 비중이 커지는 모양새다.
이와 더불어 금주부터는 사적 모임 인원 제한 선이 기존 4인에서 6인으로 완화된다. 다중이용시설 운영 시간 제한은 종전대로 유지된다. 방역패스 완화와 사적 모임 인원 완화가 동시에 시작되는 셈이다.
문제는 사실상 오미크론 유행이 금주말을 전후해 시작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오히려 정부가 방역 규제를 완화했다는 데 있다. 앞서서 정부는 여러차례에 걸쳐 오미크론 유행 전까지 지금의 기저 확진 환자 수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비록 장기화한 정부 정책으로 인해 자영업자 피해가 크다는 점이 고려됐다손 쳐도, 정부가 방역 체제 강화를 고민해야 할 시기에 반대로 방역 규제 완화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올 법한 배경이다.
실제 손 반장은 "(설 연휴와 오미크론 우점화를 앞두고 방역패스 해제가 이른 것 아니냐는) 점을 상당히 심도 있게 논의했다"며 "그에 따라 '마스크 착용이 상시적으로 가능하냐'는 기준과 '침방울 생성 활동량이 작으냐'는 기준에 따라 일부 시설만 방역패스를 해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질병관리청 분석에 따르면 영업시간 제한이 사적 모임 제한보다 효과적이며, 특히 영업시간을 밤 9시에서 10시로 1시간 늘리는 것이 사적모임 인원을 4인에서 8인으로 두 배로 늘리는 것보다 방역 위험성을 더 키운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손 반장은 설명했다.
종합하면, 이어 이번 정책 결정은 "사회적 비용과 방역적 필요성에 대한 합리적 균형을 맞추는 정책 조정 과정"이며 현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완화와 규제의 사이에서 중간 균형을 맞추는 대응이었다는 설명인 셈이다.
이번 정부 결정에 관해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부의 이번 조치가 전체 방역 상황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며 "다만 앞으로 방역패스 전반에 관한 논란으로 번지면서 향후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앞서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음주면 우리나라에서 오미크론 변이 우세종화가 완료될 것"으로 시뮬레이션 결과 나타났다며 "이번주부터 유행 규모가 점차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실상 기존의 코로나19 유행이 금주로 마무리되고, 다음주부터 새로운 유행이 시작된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비해 무엇보다 "남은 시간 진료 역량 확충이 가장 중요하다"며 "큰 폭으로 늘어나는 환자에 대응해 자가격리 기간을 단축하고 경구용 치료제 보급량을 확충하는 동시에 일차 진료역량을 강화활 필요가 있다"고 정 교수는 강조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