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민 소령은 이제 우리 곁에 없지만, 그의 군인 정신은 모든 공군 장병들의 마음 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지난 11일 발생한 공군 전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공군 제10전투비행단(이하 공군 수원기지) 소속 고(故) 심정민 소령(29·공사 64기·추서 계급)의 영결식이 14일 ‘부대장(部隊葬)’으로 엄수됐다.
이날 오전 9시 경기 수원시 공군 수원기지 내 필승체육관에서는 군악대의 추모곡이 울려퍼졌다.
심 소령의 영정과 위패를 든 공군 병사의 뒤로 고인의 시신이 안치된 관이 유가족과 함께 체육관 안으로 들어왔다.
운구되는 관을 따라가는 심 소령의 아버지의 표정은 담담했지만, 어머니와 아직 결혼 1년차에 불과한 아내는 가족 등의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걸음을 옮겼다.
고인에 대한 경례와 고인 약력보고, 장례위원장 조사 및 동기생 추모사 낭독에 이어 참석자들의 헌화 및 분향 등의 순으로 진행된 이날 영결식은 갑작스러웠던 황망한 그의 죽음 때문인지 내내 비통함으로 가득했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박대준 10전투비행단장은 조사를 통해 "오늘 우리는 참으로 비통한 심정으로, 고 심정민 소령과 영원한 작별을 고해야 하는 힘든 자리에 함께하고 있다"며 "신 소령은 불과 사흘 전, 대한민국의 하늘을 지키기 위해 출격하던 중 뜻하지 않은 기체 이상으로 비상탈출을 결심했지만, 눈 앞에 펼쳐진 민가를 발견하고는 비상탈출의 기회를 뒤로한 채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민가 회피 기동’을 하며 찰나의 순간에도 자신의 손에서 조종간을 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끝내 고인이 아끼고 사랑하던 전투기와 함께 ‘무사 귀환’이라는 마지막 임무를 뒤로한 채 조국의 푸른 하늘을 지키는 별이 되고 말았다"며 "그는 끝까지 의로운 전투조종사의 길을 선택했으며,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군인으로서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참 군인의 자세를 보여줬다"고 추모했다.
박 단장은 "평소 ‘나는 언제까지나 전투조종사로서 살고 싶다’던 고인의 생전 다짐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는데, 그 꿈을 한창 펼쳐 나가야 할 때 떠나는 고인 앞에서 가슴 속 깊이 저며오는 슬픔과 한없는 그리움을 가눌 길이 없다"며 "고인의 지휘관이기 이전에 선배 군인이자 전투조종사의 한 사람으로서, 살신성인의 자세로 ‘위국헌신 군인본분’의 정신을 몸소 보여준 신 소령에게 존경의 마음을 바친다"고 애도했다.
"최정예 전투조종사로서 마지막 순간까지 ‘빨간 마후라’의 명예를 지켰던 고인은 이제 조국의 하늘에서 영원히 빛나는 호국의 별로 남아 우리의 앞길을 환하게 밝혀줄 것이라 믿는다"며 조사를 마무리 하던 박 단장은 곧 오열하며 "사랑하는 정민아! 마지막까지 꽉 잡았던 조종간을 내려놓고, 그대가 그토록 사랑했던 대한민국의 하늘에서 부디 평안히 잠드시게"라고 인사를 건넸고, 유가족들은 참았던 울음을 쏟아냈다.
심 소령의 공군사관학교 동기생 회장인 김상래(29) 대위도 추도사를 낭독하며 고인에게 작별을 고했다.
김 대위는 "어제는 2012년 1월 13일 상무대에서 널 처음 만난지 딱 10년째 되던 날이었다. 멋진 사관생도가 되고, 훌륭한 조종사가 되겠다던 너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며 "항상 재치있는 입담과 호탕한 웃음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주던 너는 작은 고민까지도 잘 들어줬다. 동기들 중 너의 밝고 따뜻한 말 한마디에 위로받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그와의 추억을 회상했다.
그러면서 "너를 데려간 푸른 하늘이 오늘도 우리 위에 있다. 저 하늘이 야속하게만 느껴진다. ‘배우고 익혀서 몸과 마음을 조국과 하늘에 바친다’는 교훈이 우리에게는 당연한 숙명과도 같은 것이라 여기며 살아가고 있지만, 왜 하필 너여야만 했을까 원망스럽다"며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은 너처럼, 우리도 너의 남은 몫까지 임무를 다하겠다. 내 친구 정민아, 사랑한다"고 말하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진 헌화 및 분향시간이 되자 심 소령의 아버지가 가장 앞에 나섰다.
헌화를 마친 아버지는 한참동안 아들의 영정 사진을 바라보며 서 있었고, 부축을 받으며 뒤따른 어머니는 내내 ‘정민아’를 되 내이며 영정 앞을 쉽게 떠나지 못했다.
영결식 내내 몸을 가누지 못한 채 흐느끼기만 하던 아내는 자신과 마주한 남편의 영정 사진 앞에서 결국 큰 소리로 오열했고, 이 모습을 지켜보던 참석자들은 저마다 눈시울을 붉혔다.
영결식에 참석한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서욱 국방부 장관, 박인호 공군 참모총장 및 김진표·주호영·하태경 국회의원과 유승민 전 국회의원도 헌화와 분향을 하며 장렬히 순직한 심 소령의 숭고한 희생을 기렸다.
체육관 밖에서 3발의 조총이 발사된 뒤 단상에 오른 유가족 대표 심 소령의 외삼촌은 "조국의 하늘을 지키기 위해 전투기와 함께 산화한 심 소령은 12명의 공군 장성을 배출한 가문 출신으로, 평소 전투조종사로 복무하는 것을 큰 자랑으로 여겼다"며 "슬프고 슬픈 마음 뿐이지만, 그토록 좋아했던 하늘에서 영원한 안식을 얻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 "누구보다 하늘을 사랑한 명예로운 군인이었음을 기억해 달라"며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기관과 정부의 철저한 사후조치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모든 영결식이 마무리된 뒤 영현이 봉송되기 시작했지만 심 소령의 어머니와 아내는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했고, 아내는 결국 휠체어에 몸을 맡긴 채 운구 행렬에 합류했다.
이윽고 고인의 관이 운구차에 실리자 유가족과 동기 및 동료들은 끝까지 참았던 울음을 쏟아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아… 우리 아들. 아! 우리 아들… 정민아. 정민아. 사랑한다. 정민아. 아들아. 미안하다. 사랑한다"고 외치는 유가족 사이로 힘겹게 휠체어에서 일어선 아내는 남편의 관에 쓰러지듯 몸을 맡기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일부 유가족들은 "낡은 기종 좀 바꿔달라. 이래서야 되겠냐"며 분통을 터뜨리는 모습도 보였다.
심 소령의 대대장과 대대원들을 비롯해 동기와 동료들도 침통한 표정으로 심 소령의 이름을 부르며 통곡했다.
고인의 소속 부대인 201비행대대 동기인 이지수 대위는 "심 소령은 항상 전투비행대대에서 전투조종사로 남고 싶다는 꿈을 얘기해왔기에 조종간을 끝까지 놓지 않고 민가를 피하는 임무를 수행했다고 생각한다"며 "전투조종사로서의 삶을 끝까지 살다간 심 소령을 모두가 훌륭한 전투조종사로 기억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심 소령은 지난 11일 오후 1시 43분께 공군 수원기지에서 F-5E 전투기를 조종해 이륙한 뒤 상승하는 과정에서 전투기 좌우 엔진화재경고등이 켜지며 기체가 급강하 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이 같은 상황을 관제탑에 알렸다.
이후 긴급 착륙을 위해 수원기지로 선회하는 도중 추가로 조종 계통 결함이 발생했고, 관제탑과의 교신을 통해 2차례에 걸쳐 ‘이젝트(Eject·탈출하다)’를 선언하는 등 비상탈출 절차를 준비했음에도 탈출하지 못한 채 순직했다.
공군은 심 소령이 민가에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인적이 없는 야산으로 ‘민가 회피기동’을 하면서 비상탈출 시기를 놓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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