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3일 용적률을 500%까지 높일 수 있는 주거지역을 신설하고 층수 제한·안전진단 등 재건축·재개발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에서 악화된 서울 부동산 민심을 다독이려는 행보이지만, 주택시장의 불안요소를 자극해 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날 이 후보는 서울 노원구 재건축 추진 아파트 주민들과의 간담회를 마친 뒤 부동산 공급 부족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문재인 정부와 차별성이 부각된 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재개발·재건축을 금기시하지 말고 국민의 주거 상향 욕구도 존중해야 한다"며 "용적률, 층수규제 완화를 통한 재건축·재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특히 "역대 민주정부는 재개발·재건축을 과도하게 억제한 측면이 있다"며 "구조 안전성 비중 하향 등을 통해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합리적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2018년 김현미 국토부장관은 "재건축은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순기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구조 안전성의 문제가 없음에도 사업 이익을 얻기 위해 사회적 자원을 낭비한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며 구조안전성 기준을 기존 20%에서 50%로 높인 바 있다. 당시 김 장관이 노무현 정부 수준으로 안전진단 절차를 강화한 배경은 1980년대 후반에 지어진 아파트들이 집값 상승의 진원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또 "재개발·재건축 신속협의제를 도입하고, 500%까지 용적률 상향이 가능한 4종 주거지역을 신설하겠다"면서 "4종 주거지역 적용을 포함해 용적률을 상향하고 층수 제한, 공공기여 비율 등도 유연하게 조정하고 기반시설 설치에 필요한 비용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지자체와 주민 간 협의가 되면 인허가 통합심의를 적용해 사업기간을 대폭 단축하겠다는 것이다.
고도제한지역 및 1종 일반주거지역에 대해서는 "도시기반시설, 생활형 SOC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겠다"며 "주택 정비가 시급한 지역은 공공정비사업을 통한 저층고밀개발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재건축 수준의 노후 공동주택 리모델링 지원도 약속하면서 "'리모델링 특별법'을 제정해 세대수 증가와 수직증축을 지원하겠다. 인허가 절차, 안전진단과 안전성 검토 기준을 정비해서 사업 기간을 단축하겠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이 후보의 재개발·재건축 공약에 대해 "주택가격이 상승함은 물론 투기를 부추기는 꼴","토지주들과 시행사만 배불리는 규제완화"라고 비판했다.
김성발 경실련 정책국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신속통합기획', 국토부와 정부의 '공공재개발' 흐름에 이어 이 후보까지 경쟁적으로 재개발 규제를 풀어주겠다는 흐름이 보인다"며 "재개발·재건축이 되면 주택가격이 안정돼서 서민이 살 수 있는 집이 나오나. 아니다. 누군가 이익을 본다면, 토지주들과 시행사들이 막대한 이익을 본다. 서민들의 주거안정과 관련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박근혜 정부때까지 부동산 가격이 떨어져 세금도 깎고, 대출도 풀어주고, 민간임대 활성화까지 나왔지만 가격이 반등하지 않았던 것은 민간아파트에 대한 가격규제 그리고 분양가 상한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굵직한 규제가 부재한 상황에서 재건축·재개발 규제만 완화하게 된다면 기존의 '바가지 분양'의 재탕 삼탕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효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도 "현재 서울의 부동산 투기 문제가 심각한 상황인데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게 되면 주택가격이 상승함은 물론 투기를 부추기는 꼴"이라며 "중요한 문제는 재건축·재개발 지역의 세입자에 대한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규제를 완화하면 주택시장의 불안요소를 더하는 셈이 된다"고 했다.
이어 "용적률은 공공재인데 상승률에 따라 개발이익이 어떻게 환수될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도 보이지 않는다"며 "용적률 상승으로 개발이익이 소유주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는 부분이고, 그 때문에 대부분의 투기가 재개발·재건축 단지에서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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