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이자 '민주주의의 어머니'인 배은심 여사가 9일 오전 5시 28분 별세했다. 향년 82세.
고인은 지난 3일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퇴원 후에도 주변인과 무리 없이 대화를 나누는 등 건강을 회복한 것처럼 보였으나 다시 쓰러져 결국 소생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진은 고인의 사망 원인이 명확하지 않아 부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배은심 어머니는 아들 이한열 열사가 1987년 6월 9일 민주화 시위 당시 경찰 최루탄에 맞아 숨진 것을 계기로 민주화 운동에 일생을 바쳤다.
1998년부터는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 회장을 맡아 422일간 국회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여 민주화운동보상법과 의문사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끌어냈다. 고(故) 전태일 열사의 모친인 고(故) 이소선 씨와 고(故) 박종철 열사의 부친 고(故) 박정기 씨 등과 함께였다.
2019년에는 용산참사(용산4구역 철거 현장 화재로 철거민 7명과 경찰 1명 사망)와 관련해 용산범대위 공동대표를 맡기도 했다.
고인은 이런 민주화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 6월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고인은 최근까지도 민주화 운동에 대한 열정을 지펴나갔다. 지난해 6월부터 국회 앞에서 진행된 민주유공자법 제정 촉구 1인 시위에 참여, 한 달의 3분의 1이상을 국회 앞에서 보냈다.
고인의 사망 소식에,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애도도 잇따르고 있다.
배은심 어머니와 긴밀한 관계였던 김순 광주·전남 추모연대 집행위원장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며 황망해했다. 이날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에도 고인의 자택을 방문해 담소를 나눴다. 김 위원장은 "살아 계실 동안 민주유공자법이 제정되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이제 정말로 어머니가 못다 이룬 뜻을 저희가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자신의 SNS에 '6월과 민주주의의 어머님, 배은심 여사님의 영면을 기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1987년 6월, 이한열 열사가 산화한 이후 어머님께서는 무려 34년 동안 오로지 이 나라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해오셨다. 어머님께서는 그 숱한 불면의 밤을 수면제를 쪼개어 드실지언정 전국민족민주열사유가족협의회의 일이라면 전국을 다니셨고, 이한열 열사 추모식과 6월 항쟁 기념식이 찾아오면 어김없이 참석자들 한분 한분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까지도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바쳤던 이들의 죽음이 과거로 끝나지 않고 미래세대에 대한 교훈이 될 수 있도록 '민주 유공자법' 제정을 위해 열성적으로 활동해주셨다"면서 "오직 민주주의 한 길 위해 노력하셨던 어머님의 모습을 생각하니 비통한 마음을 누를 수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후보는 "이제 남은 일은 걱정마시고 이한열 열사와 함께 편히 쉬시라. 어머님의 뜻을 가슴 속에 깊이, 단단히 새기겠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 반드시 지켜가겠다. 부디, 영면하시길"이라고 추모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SNS에 "계룡산 자락에서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아니 우리시대 모두의 어머니셨던 배은심 여사님의 부음을 마주한다"며 "이른 아침, 산사를 휘감는 겨울 바람이 슬픔을 더한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국민의힘은 "'열사들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의 영면을 기원하다"고 애도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배은심 여사는 아들 이한열 열사의 죽음 이후, 열사가 꿈꿨던 민주화의 삶을 이어 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민주화의 열망이 피어나는 곳에 늘 함께였고, 1998년 민주화 운동 보상법과 의문사 진상 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정에서의 역할은 지대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우리 역사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삶을 희생하고 그로 인해 고통받는 가족들이 생기지 않는 나라가 됐으면 한다'는 고인의 말씀을 되새기며,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은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는 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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