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부의 특별사면에 따라 31일 석방됐다. 보수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이 7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 판세에 어떤 여파를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 전 대통령은 31일 오전 0시를 기해 석방됐다. 구속 4년 9개월만이다. 교정 당국은 이날 박 전 대통령에게 사면증을 교부하고, 박 전 대통령이 입원 중인 서울 강남 삼성서울병원에서 상주하던 계호 인력이 철수함으로써 사면 절차가 마무리됐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로 석방됐지만 어깨 질환과 허리디스크 등 지병이 있어 향후 한 달 이상은 병원에 남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박 전 대통령이 치료에 전념하면서도 정치권으로부터 거리를 둘지 여부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4일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신병 치료에 전념해서 빠른 시일 내에 국민 여러분께 직접 감사 인사를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치료에 집중할 계획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의 건강 문제 때문에 사면을 결정한 이상 박 전 대통령은 석방 후로도 당분간은 치료에 전념하고 정치 활동에 전면적으로 나서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에 힘을 실어주라는 옥중 메시지를 낸 전례가 있는 만큼 어느 시점에서는 대선 관련 메시지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공교롭게도 박 전 대통령은 석방 하루 전날인 30일 책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를 출간해, 정치 활동 재개가 멀지 않은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 책은 2017년 3월 탄핵 이후 지지자들이 옥중에 있는 박 전 대통령에게 보낸 서신과 이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답장을 엮은 것으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출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저서에서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사심을 가지고, 누구를 위해 이권을 챙겨주는 그런 추한 일은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선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고 엉킨 실타래도 한 올 한 올 풀려질 것으로 믿는다", "시간이 지나면 가짜와 선동은 그 스스로 무너지고 파괴된다는 믿음으로 참고 견디고 있다"면서 결백을 호소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이 정치 활동을 재개한다 해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유리한지는 미지수다.
박 전 대통령의 정치 재개가 전통적 보수 성향인 ‘TK’ 표심을 자극할 수 있다 하더라도, 촛불집회에 나섰던 중도층의 민심이 빠져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나 윤 후보가 과거 검찰총장 시절 국정 농단 사건 수사를 직접 지휘한 만큼 박 전 대통령 구속에 대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도 이를 염두에 둔 듯 30일 대구시당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님의 석방을 아주 크게 환영하는 입장"이라며 "건강이 회복되시면 찾아뵙고 싶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조금 더 일찍 나오셨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아직 입원해 계시고 건강이 좋지 않기 때문에 빠른 쾌유를 바란다"고 했다.
현재까지 박 전 대통령이 퇴원 후 머무를 거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서울 내곡동에 위치했던 사저는 추징금 징수를 위해 경매에 넘어갔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국정농단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등(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 원, 추징금 35억 원을 확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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