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또 한국 근현대사와 관련된 실언성 발언을 내놨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자신과 가족들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다면서 문재인 정부를 과거 권위주의 정부에 비기다가 '권위주의 정부는 경제라도 잘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이다. 과거 '전두환 씨가 정치는 잘했다'고 한 것과 유사한 어법이다.
이날 대구·경북(TK) 지역을 찾은 윤 후보는 20여 분간 진행한 연설 내내 "사회주의", "혁명 이념" 등 이념적 표현을 동원해 정부·여당에 맹공을 퍼붓고 "뭉치면 정권교체"라고 보수진영 단합을 호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사면을 앞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의식한 행보가 아니냐는 풀이도 나온다.
"권위주의 독재정부는 경제 확실히 살려 산업화 기반 만들었다"
윤 후보는 29일 경북 안동에서 열린 국민의힘 경북 선대위 출범식에 참석해 한 연설에서 "오늘 이 자리에서 여러분께 드릴 말씀을 메모해 왔는데, 다른 말씀을 좀 먼저 올리겠다"며 즉흥 연설을 시작했다.
윤 후보는 "(지역에) 내려오는 동안 저와 제 처, 제 누이동생까지 통신 사찰을 당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 공수처라는 게 뭐하는 사람들인지 알 수가 없다"고 언성을 높였다.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무능을 넘어서서 이제 사찰에, 과거 권위주의 독재 정부 하던(행태를 보인다)"고 비난하며 "권위주의 독재정부는 국민들 경제를 확실하게 살려놔서 우리나라 산업화 기반을 만들었다. 이 정부는 뭐했나"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윤 후보는 이어 "공수처를 만들려고 국민을 얼마나 속였느냐. 결국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갑자기 없던 조항이 들어가 '검찰 경찰이 가진 수사 사건 첩보를 무조건 이관하라고 하더니 완전히 사찰 정보기관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런 기관을 왜 두겠나. 부패해서 두는 것이다. 걸릴 게 많기 때문"이라며 "대장동 특검을 하자고 하니 제가 대검 중수부 과장 할 때, 10~11년 전 했던 사건에 무슨 '고발 사주'까지 끼워서 하자고 해서 저는 '하라'고 했다. 왜냐, 걸릴 게 없으니까. 그런데 이 사람들은 왜 안 하느냐"고 반문했다.
"좌익 혁명이념 배워 민주화 투사인 양", "사회주의로 끌고가려 하나"
정부·여당에 대한 이념적 공세도 나왔다. 윤 후보는 "오래 전 우리가 자유민주주의라는 정신에 입각해 민주화 운동을 할 때 좌익 혁명이념, 북한의 주사(주체사상) 이론 등을 배워서 민주화 운동 대열에 끼어 가지고 마치 민주화 투사인 것처럼 자기들끼리 도와 가며 살아온 집단들이 이번 문재인 정권 들어서서 국가·국민을 약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지금 제일 문제가 안보"라며 "안보라는 게 다른 게 아니라 국가 정체성이다. 이게 큰 문제다. 대문을 열어주는 게 아닌가 걱정되기도 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 하는 것인지 이 나라를 사회주의로 끌고 가려는 것인지"라고 문재인 정부를 공격했다.
그는 "북한은 핵개발을 계속하고 미사일을 펑펑 쏴대는데 종전선언을 하자고 한다. 하면 뭐 하나? 거기서 떡이 나오나, 국민 먹거리가 나오나? 자기 할 일이나 좀 똑바로 하지"라며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 정치인들을 겨냥해 "사이버 전사들, '대깨문'이란 사람들을 동원해 인격 말살을 하고 머리를 들 수 없도록 만든다", "이번에 선대위에 들어온 금태섭 의원,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데 그걸 눈뜨고 못 봐 바꿔치기 하는 정당"이라는 비판도 했다.
윤 후보는 "웬만한 뱃심, 용기가 없으면 이 무도한 집단에 대응하지 못하도록 시스템을 다 만들어 놨다"면서 "민주당 모 원로 정치인은 '20년 간다', '50년 간다'고 한다. 나라 말아먹을 일 있느냐? 그러니 그 사이에 전문가를 쓰겠나? 전문가가 들어오면 자기들이 해먹는 데 지장이 있으니 무식한 3류 바보들 데려다가 정치를 해서 나라 경제를 망쳐놓고 외교안보를 전부 망쳐놨다"고 비난했다.
"민주당 후보가 토론하자고 하더라고요. 제가 바봅니까?"
윤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토론 제안에 대해서는 날선 반응을 내놨다. 그는 "민주당 후보가 저보고 토론하자 하더라"며 "제가 바보인가? 국민 알 권리가 있다고 하던데, 알 권리를 얘기하려면 대장동·백현동 진상부터 밝히고, 민주당 후보를 둘러싸고 있는 읍습한 조직폭력배 이야기, 잔인한 범죄 이야기부터 먼저 밝히라. 국민 알 권리는 그게 우선"이라고 했다.
그는 이 후보가 정책 관련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며 "한다고 했다가, 안 한다고 했다가, '안 한다는 말은 안 했다'고 한다. 이런 사람하고 제가 국민 여러분 보는데 토론을 해야겠나"라며 "정말 어이가 없다. 같잖다"고 언성을 높였다.
그는 "제가 우리 당 훌륭한 후보들과 16번이나 매치(match. 시합)한 사람"이라며 "미국 대통령 후보 토론도 3번밖에 안 한다. 힐러리-트럼프 때 3번 했고, 바이든 때는 코로나 때문에 2번 했다"고 했다. 자신이 토론을 피하는 게 아니라는 취지다.
윤 후보는 한편 준비된 연설문을 읽은 부분에서는 "뭉치면 정권교체, 흩어지면 정권 연장이다. 흩어지면 국민 약탈"이라고 보수의 단결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우리가 정권을 회수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이 돌이킬 수 없는 불행에 빠진다는 위기 의식"을 강조했다.
윤 후보의 대구·경북 지역 방문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 직전 이뤄졌다. 평소와는 달리 이날 연설에서 유달리 보수적 이념 공세를 장시간 펼친 것이나, 보수의 단결을 강조한 것 모두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따라 TK지역 또는 보수진영 민심이 이반하는 효과를 사전 단속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윤 후보는 앞서 이날 오후 도산서원 앞에서는 기자들로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사과 요구 집회를 한다는데 어떻게 대응할 계획이냐'는 질문을 받고 "그 분들에게 대응하는 것보다, 늘상 말씀드렸듯 공무원으로서 직분에 의해 한 일이라 하더라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늘 안타깝게 생각하고 건강을 많이 걱정하고 있다"고 답하며 지역 민심에 호소하는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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