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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김건희씨 사과, 남편에겐 진심 국민에겐 가식적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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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기자수첩]김건희씨 사과, 남편에겐 진심 국민에겐 가식적 느낌

26일 전격적으로 진행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각종의혹에 대한 본인의 사과 기자회견은 현직 기자인 필자의 입장에선 도저히 납득되지도 않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과 기자회견’이다.

‘사과’가 필요하기에 하게 된 김건희씨나 국민의힘 입장에선 많은 사정이 있었겠지만 ‘기자회견’이라고 전달되었고 그렇게 진행되었다면 어느 기자든 질문은 당연히 있었어야 하는 것이고 그 질문에 대해 당사자가 답을 했어야 한다. 그래야 기자회견이다.

그런데 김건희씨 ‘사과 기자회견’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기자들의 질문은 아예 받을 생각조차 없이 그냥 자신이 준비해온 글을 읽고는 퇴장했다. 이게 무슨 기자회견인가. 대체 이런 걸 누가 기자회견이라 하는가. 그럴 바에는 그냥 보도자료를 내고 말 일이지.

휴일 날 언론인들을 불러놓고 자신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담은 준비된 글을 읽고 갈 것이라면 왜 굳이 ‘기자회견’을 자처했는지 알 수 없다. 내용 또한 국민들이 갖고 있는 김건희씨 의혹에 대해 충분한 해명도 되지 않았다. 이건 두고두고 또 다른 분란의 여지를 남긴 것이다.

사과의 핵심을 요약하면 ‘저는 잘못을 저질렀기에 사과드리니 남편은 지지해 주세요’였다. 그러다보니 남편인 윤 후보에게 전하는 내용은 거의 ‘연애편지’ 수준의 절절함도 배어 있었지만 국민들에게 사과할 때는 가식적으로 느껴졌다.

김건희씨에게 어제 사과는 ‘국민들에게 남편의 지지를 호소하러 나온 날’의 행사였나? 국민들에게 사과를 하려면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고백하고 용서를 바라는 것이 맞을듯한데 정작 자신의 잘못은 양념처럼 되어버리고 남편에 대한 무한애정과 미안함만 듬뿍 들어있었다.

뜬금없는 윤 후보와의 러브스토리에다 갑자기 아무런 사실관계에 대한 해명 없이 약간 무조건 잘못했다. 용서해 달라. 이런 식, 정작 뭘 어떻게 잘못했고 그걸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가장 중요한 본론이 빠져 있는 알맹이 없는 사과다. 비웃거나 진영 논리로 지적하는 것이 아닌 국민적인 관점에서 전혀 충분했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유다.

사람이기에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고 판단을 잘못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잘못을 무엇 때문에 왜 했는지 고백해야 진정성이 있다고 보지 않겠는가? 필자가 보기엔 김건희씨 사과는 결론적으로 국민에 대한 사과가 아니고 남편에 대한 사과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좀 불쾌했다.

지금 밝혀지고 있는 것들, 재직증명서의 공문번호 위조의혹, 한자도 틀린 재직증명서, 직인도 못 찍은 재직증명서 제출 등 아마 사문서위조가 아닐까 싶다. 딱 지은 죄만큼은 처벌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국민들이 많다.

김건희씨 본인이 말한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적도 있다”는 것에 대해 학생을 가르치겠다고 하는 교수님이 되시겠다는 사람이... 교수가 되셨던 사람이 이렇게 하면 되는가?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 공정한 처벌을 받기 바라는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윤석열 후보 입장과 국민의힘에선 김건희씨와 관련된 ‘배우자의 악재’라고 규정되는 여러 가지가 확인이 된 터에 본인도 물론이거니와 윤석열 후보 스스로 그걸(배우자의 허위이력 등) 대하는 태도가 더욱 분란을 초래한다고 생각한다.

맨 처음 김건희씨가 예정에 없던 언론접촉으로 인해 상당한 의혹 등이 불거졌을 때 윤 후보가 “뭐가 문제냐? 일부 부풀려졌지만 그게 죄라면 죄다”는 식의 톤으로 대응한 것이 국민들 받아들이기엔 ‘별 문제없는데 왜 그러느냐’는 식으로 해석되면서 굉장한 국민적 분노가 조성됐다.

또한 “배우자의 사과가 적절해 보인다”는 식의 윤 후보 대응이 분노를 키웠다. 배우자이면 자신에겐 당사자의 문제나 마찬가지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제3자가 바라보는 ‘관전자’의 입장에서 두둔하는 투로 대응한 것이 국민들의 분노를 부채질 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최서원(순실)의 국정농단에 대해 국민들이 굉장히 많이 분노했던 주요원인 중 하나가 바로 ‘유체이탈’ 화법이었다. 자신과 직접 연관된 일을 전혀 남의 일처럼 제3자가 보듯이 대하는 태도. 때문에 국민들이 윤석열 후보에게 ‘나라경영을 맡겨’도 되는지 ‘위기관리’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갖게 한 것이다.

무엇보다 윤 후보 출마의 명분이 ‘공정과 상식’이었다. “본인이 가장 중요하게 주장한 추상같은 ‘공정과 상식’이 자신의 배우자에 대해서는 그런 엄격함이 전혀 없는 것 아니냐”는 점에서 윤 후보도 그렇지만 김건희씨 어제 ‘사과’는 참으로 부족함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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