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을 만나 민주노총에 대한 혐오적 정서, 청년과의 관계 설정,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 등 민주노총을 둘러싼 난제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인터뷰는 지난 22일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실에서 이뤄졌다.
양 위원장은 민주노총에 대한 혐오적 정서에 대해 "공격적인 시선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정부와 보수진영, 기득권도 민주노총의 긍정적인 면은 애써 부정하며 한목소리로 민주노총을 비판하고 있다"며 "국민과의 소통 창구를 늘리는 걸 돌파구로 생각하고 '민주노총 방송국' 등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무직 MZ노조와 스타벅스 트럭시위 등에 대해서는 "노조를 만들거나 집단행동을 하는 건 긍정적이고 좋은 일"이라면서도 "개별 노조의 힘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MZ세대나 스타벅스 노동자들이 노조 활동과 관련해 좀 더 깊이 있고 장기적인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에 관해서는 "정규직이 비정규직 문제를 좋은 일자리의 관점에서 바라봐 내 미래와 내 후세대의 미래를 설계하는데 영향을 주는 내 문제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며 민주노총 내부적으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노조 활동을 하며 간부들부터 공감대와 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전체 조합원에게 확장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아래는 그와의 인터뷰 내용.
(관련기사 : "거대양당 비호감 대선, 진보 제3지대 되찾아야" [인터뷰 上]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프레시안 : 한국사회에 민주노총에 대한 혐오적 정서가 짙다.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양경수 : 민주노총에 대해 혐오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비판적이고 공격적인 시선이 많다는 것을 잘 안다. 그건 민주노총이 도드라지기 때문이고, 불편한 이야기를 계속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옳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방법은 좀 타협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한다. 민주노총의 선명성이나 전투성에는 부정적인 면도 있지만 긍정적인 면도 있다. 방법에서 타협하고 있는 한국노총은 존재감이 사라져 있다. 그래서 비판도 받지 않는다.
또, 한 축에는 반대 목소리를 용납하지 않는 정부의 독선, 보수진영과 사회 기득권이 한 목소리로 민주노총을 공격하는 상황이 있다. 이들은 민주노총의 긍정적인 면은 애써 부정하고 부정적인 면만 드러내려 한다.
예를 들면, 올해에는 아마 7월 3일 전국노동자대회 때 민주노총이 가장 많은 공격을 받은 것 같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공격받을 문제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집회에서 코로나가 퍼진다는 과학적 근거도 없고, 집회에서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면 민주노총이 이야기한 최저임금, 노동자 안전,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주목과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했다.
그런데 정부는 민주노총의 목소리를 지우려고만 했다. 대회 전날 김부겸 국무총리가 찾아와 집회 자제를 요청했다. 집회를 하기 전에 민주노총이 요구한 의제에 대한 대화를 하자고 해서 진짜 문제를 푸는 게 올바른 방식일텐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회 당일 언론의 논조도 대부분 기습 집회 강행에 맞춰졌다.
프레시안 : 돌파구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양경수 : 역시 국민과의 소통이다. 노동자의 문제를 더 헌신적으로 열심히 알리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유일한 돌파구라고 생각한다. 그런 소통 창구를 지금보다 훨씬 더 늘려야 한다. '민주노총 방송국'을 만들어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기도 했고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부족한 면이 있지만 계속 노력할 거다.
프레시안 : 소통을 이야기하니 학교 내 노동인권 교육 활성화를 목표로 진행한 '학교부터 노동교육 운동본부' 활동이 떠오른다. 민주노총도 참여한 걸로 안다.
양경수 : 올해 역점을 두고 집행한 사업이다. 결과도 냈다. 정규 교육과정에 노동교육이 포함됐다. 장기적으로 한국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유의미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이제 막 노조에서 활동을 시작한 사람들을 만나면 본인이 어려운 일을 겪기 전까지 노조에 대해 잘 몰랐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양경수 : 특히 연배가 있는 조합원을 만나면 '평생 노조는 뿔난 빨갱이들이 하는 거에 경제 망치는 건 줄 알았는데 직접 해보니 세상에 이렇게 고마운 데가 없다'고 하는 분이 많다. 그런 게 우리가 욕을 먹어도 활동을 계속할 수 있게 하는 원천이 아닐까 싶다.
한국사회 노조 조직률이 10%를 살짝 넘는다. 민주노총 조합원 비율로만 보면 5%가 채 안 될 거다. 전체 노동자의 20%만 민주노총 조합원이 돼도 민주노총을 혐오하지 않을 것 같다.
"청년은 미래세대 아닌 현재세대,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권한 줘야"
프레시안 : 청년 문제에 대해 묻겠다. 현대차, LG 등에서 MZ세대가 주도한 사무직 노조 출범, 스타벅스 트럭시위 등이 이슈가 됐다. 스타벅스 때는 민주노총이 언제든 돕겠다고 제안했다가 거절당하기도 했다. 이런 일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나?
양경수 : MZ세대가 노조를 만든 건 굉장히 긍정적이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스타벅스 노동자들이 집단행동을 한 것도 굉장히 긍정적인 신호다.
그래도 안타깝고 아쉬웠다. 우리가 겪은 시행착오를 그대로 반복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에서 노조하기가 그렇게 만만치 않다. 특히 노조가 올바르게 활동하려다 보면 필연적으로 자본이나 정권과 대립하게 된다. 물론 그렇게 하지 않고 노조 활동을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 평온할 수도 있을 거다. 그래도 좋고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하지만 정말 제대로 노조 활동을 하려면 머지 않아 수많은 벽을 느낄 거다. 그 벽을 부수는 건 개별 노조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그게 가능했다면 민주노총이 출범하지도 않았을 거다.
여기에 대해서 MZ세대나 스타벅스 노동자들이 좀 더 깊이 있게 좀 더 장기적으로 고민했으면 좋겠다. 꼭 민주노총에 들어오지 않더라도, 혹시라도 저에게 만나자고 한다면 이런 이야기를 진솔하게 해보고 싶다.
프레시안 : 민주노총에서 20, 30대 조합원 비율은 얼마나 되나?
양경수 : 정확하게 파악은 안 되지만 20% 이상은 되지 않을까 싶다. 업종별로 보면, 공무원, 교사, 보건의료, 공공기관 등에 집중된 면이 있다.
프레시안 : 추정이 맞다면, 전체 인구 중 20, 30대 인구 비율이 26.2%인데 적어보이진 않는다. 추세는 어떤가?
양경수 : 늘고 있다. 예컨대, 플랫폼, 택배 등에서 청년 조합원 비중이 절반 가까이 된다. 고령자가 많은 집단으로 인식되는 건설노조에서도 청년 조합원이 굉장히 많아지고 있다. 다른 편에서는 민주노총 조합원 중 고령자가 많아 정년퇴직자가 꽤 많이 나온다. 청년 조합원이 빠른 속도로 민주노총에서 다수를 차지할 거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올해 초 청년사업본부를 설치했다. 어떤 사업을 했나?
양경수 : 앞서 말한 '학교부터 노동교육'도 청년사업본부가 주관해 진행했다. 10월에 메타버스 제페토 집회를 했고, 11월 처음으로 청년노동자대회를 개최했다. 청년 활동, 캠프, 워크숍도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런 사업으로 청년과 교감하고 청년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는 역할을 해왔다.
프레시안 : 청년사업본부에는 실제 젊은 활동가들이 있나?
양경수 : 청년사업을 구상하면서 청년에게 모든 권한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성세대의 눈으로 청년 사업은 이래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건 그들의 상상력을 갉아먹는 일이다. 청년사업본부에는 2, 30대 활동가들이 포진해 있고 청년사업에 대한 권한과 예산도 줬다.
올해 민주노총 게임대회도 그런 과정에서 나왔다. 욕도 많이 먹었지만, '욕은 내가 먹을 테니 하라'고 했다. 청년들에게 뭘 해보라고 시키기보다 그들이 직접 사업을 구상하고 실행할 수 있는 인력, 재정, 권한을 주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보장하는 게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제가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공약 중에 청년 부위원장 할당이 있었다. 진행 상황은?
양경수 : 부위원장 선출은 원래 임기 초에 하기 때문에 내년에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 규약 개정이 필요한 면도 있다. 모두가 투표해 뽑을지 청년만 투표해 뽑을지도 정해야 한다. 청년을 어떻게 규정할지도 논의해야 한다.
또, 청년 부위원장 한명 뽑는 걸로 끝낼 문제가 아니기도 하다. 그렇게 하면 겉으로 표는 나겠지만 청년 부위원장이 실질적으로 청년을 대표하는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 지역본부나 산별에서 청년 사업 체계를 어떻게 갖출지, 대의원 중에 청년의 비율을 어느 정도로 할지 등 토대를 구축하는 게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논의과정을 거치고 있다.
프레시안 : 지난 11월 민주노동연구원에서 <청년 조합원과 민주노총>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설문조사와 질적 조사를 병행해 만 39세 이하 조합원의 노조 활동,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내용이었다. 기억에 남는 게 있나?
양경수 : 민주노총이 그동안 다양한 영역에서 부분적으로 청년을 이야기하고 사업도 해왔지만 청년을 주요주제로 연구하고 결과물을 낸 적은 거의 없다. 이런 차원에서 굉장히 유의미하다고 생각했다.
보고서를 보고 나서는 흔히 청년을 미래세대라고 하는데 사실 이들은 현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년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이다. 지금 청년들이 겪는 문제를 들여다봐야지 미래라는 관점으로 이들을 보며 이런 저런 희생을 강요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특혜가 아니라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일"
프레시안 : 민주노총 홈페이지에 조합원 통계가 올라와있다. 2019년 기준 민주노총 조합원 중 비정규직 비율이 32% 정도다. 그 뒤로는 어떻게 됐나?
양경수 : 올해 집계하기로는 37% 정도로 알고 있다. 수로는 40만 명 정도 될 거다. 한국사회 비정규직의 노조 조직률 2%에 비하면 월등히 높다.
프레시안 : 정부 통계를 보면, 올해 임금 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율이 38.4%다. 민주노총 조직률과 차이가 크지 않아 보이지만 정부와 민주노총 간 비정규직을 정의하는 방식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양경수 : 정부의 비정규직 규정과 민주노총의 비정규직 규정은 좀 다를 거다. 예컨대, 정부는 특수고용 비정규직을 개인사업자로 본다. 학교 비정규직의 예를 보면, 대부분 간접고용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지만 내용적으로는 비정규직이다. 정부는 비정규직 규모를 700~800만 명으로 주장하는데 우리는 1000만 명이 넘어섰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특수고용 비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을 비정규직이 아니라고 구분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오히려 정부가 비정규직 개념을 확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비정규직 조직 확대를 위해서는 어떤 사업을 진행 중인가?
양경수 : 일단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가 굉장히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여전히 민간부문 비정규직은 많이 조직되지 않았다. 민간 영역에서 비정규직이 노조를 만들기가 그만큼 더 어렵다. 그래서 민간 영역 비정규직 조직에 더 많은 지원과 지지,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
최근에는 플랫폼, 돌봄, 콜센터 등 다양한 영역에서 조직화 사업이나 영역별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택배노조가 과로사를 막자고 싸우면서 택배노동자가 많이 가입하기도 했다.
프레시안 : 민주노총 안에서 비정규직 비율이 늘고 여러 사업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과정을 돌아보면, 민주노총 안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연대가 쉽지 않아 보인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양경수 : '연대'라는 관점으로 고민하면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연대는 내가 도움을 주는 거다.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도와줘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는 순간 벽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정규직이 비정규직 문제를 내 문제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정규직 일자리를 늘리는 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거다. 양질의 일자리가 늘면 청년에게도 좋고, 정규직에게는 내 미래를 설계하고 내 후세대의 미래를 설계하는데 영향을 주는 문제다. 이런 관점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봐야 한다.
프레시안 : 현실에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이 일부 정규직과 청년의 비판과 반대에 부딪쳤다.
양경수 : 사실 우리가 비판해야 하는 건 현대차와 기아차 같은 대기업이 정규직을 뽑지 않는 것과 같은 문제다. 이런 기업들은 매년 수천 명의 정규직 정년퇴직자가 나오는데도 그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운다.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이미 있는 비정규직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바꾸지 않으면, 한국사회에서 일자리의 질은 점점 나빠질 거다.
또, 지금의 비정규직 일자리 상당수가 IMF 전에는 정규직 일자리였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이를 원상복구하는 거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특혜를 주는 게 아니라고 인식할 필요도 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사람들만 비판할 수는 없다. 그들이 그렇게 반응하는 건 한국사회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국사회는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사람이 더 많은 부를 가져가는 게 공정하다고 끊임없이 규정하고 이에 따른 시스템을 만들어왔다. 이런 사회 구조 전반을 바꿔야 한다.
프레시안 : 구체적으로 민주노총 안에서는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연대 움직임을 어떻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나?
양경수 : 끊임없는 관계 형성이 필요하다. 저도 비정규직 노동자인데 기아차에 일할 때 1사 1노조 원칙에 따라 정규직과 노조를 같이 했다. 분회장을 하기도 했다. 매일 아침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부가 함께 노조 조회를 하고 모든 사업을 공유하고 함께 논의했다.
그러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 공감대가 넓어지고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 전에는 비정규직이 정규직에게 말도 못했다. 하지만 같이 활동하면서 현장에서 형님, 동생 하면서 친하게 지내게 됐다. 의견이 안 맞으면 싸우는 일도 있었지만 현장 분위기가 굉장히 많이 좋아졌었다. 지금은 또 곡절이 있지만.
결론적으로 노조 간부부터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 공감대와 관계를 형성하고 그게 전체 조합원에게 확장돼야 한다. 조직문화를 그렇게 만들어가야 한다.
"내 권리 만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싸우자"
프레시안 : 최근 일 한 가지를 묻겠다. 지난 16일 민주노총에 찾아온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을 만나 ILO(국제노동기구) 사무총장 출마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만남 자체를 거부할 수도 있었을 텐데 왜 만났냐는 목소리도 있는 것 같다.
양경수 : 만나서 할 이야기는 해야 한다. 피할 이유가 뭐가 있나.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
민주노총이 왜 강 전 장관의 출마에 반대하는지 명확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본인에게 직접 이야기하는 게 가장 정확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1시간 정도 면담을 했는데 제 의사를 충분히 전달했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한국사회 노동 상황, 강 전 장관이 노동과 관련한 일을 한 경험이 없다는 점 등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만남 자체가 강 전 장관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결국 언론에는 민주노총이 반대한다는 사실과 그 이유가 전달됐다.
프레시안 : 내년 1월이면 취임 1년이다. 아쉬운 점과 잘한 점을 꼽는다면?
양경수 : 올해 1월 임기 시작 전 민주노총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었다.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져 있었고 사회적 대화와 관련한 이견으로 조직이 이완되고 대립돼 있었다.
어려운 조건이었음에도 지난해 9월 전태일3법 10만 국민동의청원이 이뤄졌고, 지난해부터 이어진 활동의 결과 올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도 제정됐다. 그건 투쟁의 힘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힘을 어떻게 극대화할지가 제게는 숙제였다.
그래서 총파업 투쟁을 제기했고 성사됐다. 이를 통해 민주노총이 노동자, 민중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앞장서서 투쟁하는 조직으로서의 명성을 회복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시기 소외된 사람들의 문제를 끄집어내고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도 있었다.
부족한 점은 여전히 문제를 해결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점이다. 노동자, 민중의 문제를 드러냈지만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또 민주노총에 가장 중요한 시기였던 올해 하반기에 제가 자리를 비우게 됐다는 것도 무척 아쉬운 점 중 하나다.
프레시안 : 민주노총을 지켜보는 조합원과 시민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양경수 :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민주노총에는 투쟁, 강경 이미지도 있었지만 어렵고 희생하고 헌신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미지가 있었다. 그런 기초적인 공감대가 많이 달라졌다는 걸 느낀다. 이제는 희생하고 헌신도 하지만 기득권도 갖고 있는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
저는 민주노총도 이걸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 민주노총 조합원 중 다수인 정규직은 실제 한국사회에서 소득 수준이 높은 편이다. 그런데 민주노총이 계속 '우리도 어려워요, 힘들어요'라고만 하면 공감대를 형성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민주노총은 우리가 가진 권한으로 모두가 잘 살게 하기 위해 싸우는 조직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시민들도 민주노총을 그렇게 받아들여주시면 좋겠다. 민주노총은 위원장의 것도, 간부들의 것도 아니다. 민주노총은 조합원들의 것이고 시민들의 것이다.
조합원들에게는 '우리가 갖고 있는 무기가 결코 약하지 않다. 이 무기로 우리의 권리만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함께 싸워야 한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다. 이에 대한 이해와 공감도 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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