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 및 미국의 동맹국을 중심으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이 이어진 가운데 일본도 여기에 동참을 선언했다.
24일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베이징 올림픽 및 패럴림픽에 대해 "정부 대표단 파견을 예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사회에서 불변하는 가치인 자유와 기본적인 인권 존중, 법의 지배가 중국에서도 보장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은 이같은 점도 감안해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마쓰노 장관은 이번 결정에 있어 일정 부분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이번 보이콧 결정이 '외교적 보이콧'이라는 표현으로 불리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미국 정부의 발표에도 이러한 표현이 사용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마쓰노 장관은 2016년 열린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이나 2018년 개최된 평창 동계올림픽 때와 달리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해 정부 대표단이 참석하더라도 선수들을 격려할 수 없다는 점이 고려됐다고 밝혔다. 정부의 정치적 판단보다는 팬데믹이라는 상황적 측면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음을 강조한 셈이다.
또 그는 참의원 의원인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회장, 야마시타 야스히로(山下泰裕) 일본올림픽위원회(JOC) 회장, 모리 가즈유키(森和之) 일본패럴림픽위원회(JPC) 회장 등이 베이징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각각 참석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가 이처럼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결정했음에도 일정 부분 상황을 관리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배경에는, 하계올림픽이긴 하지만 직전 올림픽 개최국이었다는 점과 중국과 관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요인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외교적 보이콧은 올림픽에 선수단은 파견하되 개‧폐회식을 비롯한 행사에 정부 사절단을 보내지 않는 것으로, 미국은 지난 6일(현지 시각) 중국 신장 위구르 및 기타 인권 유린 문제를 감안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으며, 이후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이 여기에 동참한 바 있다.
하지만 2024년 하계올림픽을 개최할 예정인 프랑스는 이같은 흐름에 동조하지 않았다. 지난 9일 (현지 시각)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매우 작고 상징적인 조치를 취하기 위해 올림픽을 정치화시켜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베이징에 이어 다음 동계올림픽을 예정하고 있는 이탈리아 역시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는 관행상 자국에서 개최하는 올림픽 직전에 열리는 대회에 정부 대표단을 파견해야 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역시 외교적 보이콧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다만 어느 정도 고위급 정부 인사가 올림픽에 참가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는데, 종전선언 및 한반도 문제와 연계되어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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