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서초구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으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기아차판매 박미희 내부고발해고자 공대위 소속 회원들이다.
20여 명이 모여 "정의선은 내부고발자 문제 해결하라", "기아자동차는 사과하고 박미희를 원직복직하라", "재벌 위해 헌법까지 유린하는 서초구청!", "서초구청은 재벌 하수인이냐?"는 등의 문구가 쓰인 팻말을 들고 현대·기아차 본사와 서초구청에 항의했다.
참석자들은 연대 발언을 통해 글로벌 기업이라는 현대·기아차가 내부고발자를 해고하도록 한 것도 모자라 9년에 걸친 긴 시간 동안 고소고발을 남발하고 알박기 위장 집회를 통해 박미희 씨의 집회마저 원천봉쇄하는 건 시대착오적인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날 집회가 열리는 중에도 알박기 집회는 현대·기아차 정문 좌우로 나누어 진행되고 있었다. 한 쪽은 현수막 든 사람들이 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서 있었고 다른 한 쪽은 현수막 들고 한 줄로 서 있었다. 구호를 외치는 것도 아니었고 현수막만 들고 있을 뿐이었다.
알박기 의심을 사는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이 와도 개의치 않는 분위기였다. 경찰도 제지하려고 하지 않았다. 회사를 비판하거나 규탄하는 집회를 봉쇄하기 위해 위장 집회를 조작하는 건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부정하는 반 헌법적인 행동이다. 이런 행동을 공개적으로 드러내 놓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재벌 앞에서면 무력화되는 공권력의 실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아차판매 내부고발 해고자 박미희씨는 "회사의 방침에 맞추어 고발 했는데 내부자 고발한 사실을 대리점 소장에게 알려 해고되게 한 것은 부당하다"며 "회사가 나서서 책임지고 원직 복직시킬 것"을 요구했다. 서초구청을 향해서는 "코로나를 이유로 부당하게 집회 물품을 빼앗아간 행위를 규탄하고 즉시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또한 박미희 씨는 "집회할 공간을 없애기 위해 빼곡이 설치해 놓은 화분을 즉시 철거하고 집회할 수 있는 공간을 보장하라"면서 "현대·기아차 본사 앞 집회 공간은 법원이 판결로 보장한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알박기 집회는 대법원과 인권위가 불법임을 밝힌 바 있다"면서 "현대·기아차는 집회의 자유를 짓밟는 알박기 집회를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집회가 끝나고 서초구청을 향하여 3km 거리행진을 했다. 서초구청은 문제 해결 대신에 문을 걸어 잠그고 직원들이 문 앞에 대거 밀집해 선 채 수십 명의 인의장벽을 선보였다. 불통할 준비가 단단히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양측의 실랑이가 한동안 계속됐다.
공대위를 대표해 최헌국 목사는 서초구청장의 사과, 집회 물품의 즉시 반환을 요구했다. 서초구청은 말이 없고 서초경찰서에서 나온 형사는 나름 노력하겠다는 말을 남겼지만 기약 없는 대치는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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