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정보부(CIA)의 자문위원이 현재 미국이 어느 때보다 내전에 가까운 상황이라고 주장하는 책이 발간될 예정이다.
CIA 내 정치불안 태스크포스 자문위원인 바바라 월터 UC 샌디에고 정치학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를 거치면서 극대화된 정치적 양극화로 인한 미국의 민주주의의 위험 요소를 분석한 책 <내전은 어떻게 시작되는가(How Civil Wars Start)>를 내년 1월에 출간한다. 월터 교수는 시리아, 레바논, 북아일랜드, 스리랑카, 필리핀, 르완다, 앙골라, 니카라과 등에서 일어난 내전에 대해 30년 넘게 연구해온 학자다.
이런 분석이 가볍지 않게 다가오는 것은 2020년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 지지 세력이 아직도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 직후인 지난 1월 6일에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회에 무장 난입해 경찰관을 포함해 5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부상 당했다. 또 미국은 노예제 때문에 1861년부터 1865년까지 내전인 '남북전쟁'을 벌인 역사도 있다.
월터 교수는 최근 트위터에 올린 글, 언론 인터뷰 등에서 자신의 문제 의식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월터 교수는 미국이 "사전 반란(pre-insurgency)"과 "초기적 갈등(incipient conflict)"을 거쳐 지난 1월 6일 의회 폭동을 시작으로 "공개적 갈등(open conflict)" 단계에 있다고 결론 내렸다.
학자들 중에서 미국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는 진단을 하는 것은 월터 교수만이 아니다. 지난 11월 스웨덴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인 국제 IDEA(Institute for Democracy and Electoral Assistance)는 지난 11월 "2019년까지의 '가시적인 악화', 대통령선거 결과의 정당성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문을 제기한 2020년과 2021년이 역사적 전환점이 됐다"며 미국을 "퇴보한" 민주주의 국가 목록에 추가했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전기 작가이자 클린턴 보좌관 출신인 시드니 블루멘털 정치 평론가는 20일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남북전쟁 당시) 1861년 분리독립주의자들은 링컨의 당선을 공정하고 합법적으로 받아들였는데 현재 상황은 정반대"라며 "트럼프의 선거 결과에 대한 문제제기는 1월 6일 의회 무장 폭동으로 처음에는 공화당 지도부에 의해 거부당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체제 전반에 걸쳐 전이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현재 위기가 내전으로 돌입될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지만, 트럼프를 지지하는 조직화된 무장 민병대들이 벌이는 "저강도 분쟁"의 가능성에 대해선 우려했다. 그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우파 민병대가 1860년대 분리주의자들을 모방해서 연방정부와 군을 무력으로 점령하려고 한다면 헌법적으로 비당파적인 역할을 부여받은 연방 군대가 매우 빠르게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그는 "총기 확산을 고려할 때 조직화된 민병대에서 무작위로 폭력 행위들을 일으킬 수 있으며 진짜 악몽은 이런 종류의 저강도 분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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