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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종전선언은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하는 유인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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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종전선언은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하는 유인책"

"동북아 6개국 안보 정상회의 정례화‧제도화 해야"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이 동북아시아의 핵 도미노 현상을 막기 위해 북한 핵에 대한 외교적 개입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종전선언과 같은 유인책을 북한에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일 세종연구소, APLN, 퍼그워시 일본(Pugwash Japan)이 공동 주관하고 오픈 소사이어티 (Open Society Foundations)가 후원하는 제3차 도미노 프로젝트 웨비나 '동북아시아 핵도미노 대응 : 결과보고'에서 기조연설을 가진 문 이사장은 "종전선언을 제기하는 이유는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하기 위한 유인책"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이사장은 "북한을 대화에 나오게 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북한의 비핵화 구축을 동시에 병행해야 한다"며 "이러한 노력들이 더 강화돼야 한다는 점에서 미국과 중국, 일본 등 관련국가들도 참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 이사장은 "북핵 문제는 동북아의 안보와 연관돼있고,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 없이 핵 도미노 문제를 다루기는 어렵다. 그런 점에서 미국이 신경써야 할 부분"이라며 "미국과 중국이 사이가 좋지 않긴 한데, 지역 내 6개국이 참여하는 동북아 안보 정상회의 같은 것을 정례화‧제도화해서 동북아 안보 점검하는 과정 속에 핵무기 도미노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이날 웨비나에 참석한 시오무라 아야카 일본 입헌민주당 참의원은 자신의 아버지가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했던 핵폭탄의 피해자였다며 "동북아의 안전 보장 체제를 강화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나오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역시 피폭 피해자인 아키노 노조 공명당 참의원은 "피폭이 폭발된 이후에도 굉장히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된다는 것을 실감했다"며 "핵 제조, 보유, 반입을 하지 않겠다는 비핵 3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핵 문제는 6자회담이 순조로웠던 시기에는 굉장한 의미가 있었으나 지금은 기능을 못하고 있다"면서도 "대화의 힘을 신뢰하고 믿어야 한다"고 말해 북핵에 대한 외교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동북아의 현 정세를 고려했을 때 한국이나 일본, 대만 등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피터 헤이스 시드니대학 국제안보연구센터 교수는 "동북아에서 핵 보유국이 될 수 있는 가장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국가가 일본이다. 중국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라며 "한국도 북한의 위협 때문에 보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만은 존재론적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실제 1970~80년대에는 핵무기에 투자했지만 1980년대 중반 미국이 직접 개입하면서 핵 개발을 중단했다"라며 "대만이 핵무기 개발을 재고할 수도 있다.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역시 "북한은 헌법에 핵 보유국을 명시했고 유엔과 미국 제재를 써도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하게 하기는 어려워지는 상황"이라며 "북한의 정권이 바뀌더라도 핵을 포기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핵 무장론이 힘을 얻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 의원은 또 "한국 내에서 핵무장론이 강화되는 이유는 미국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탓도 있다"라며 "트럼프 정부 당시 미군 철수를 북한과 협상에 사용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미국에 우리의 안보를 맡길 수 없겠다는 불신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이나 일본, 대만 중 어느 한 곳이라도 핵무기를 보유하게 될 경우 동북아 내 핵 도미노 현상은 시간문제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핵 보유를 하게 될 경우 따라오게 될 후과 때문에 실제 보유로 가기는 적잖은 장애물이 존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헤이스 교수는 "일본 내에서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핵폭탄 폭격 이후 일본이 핵 보유국이 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여론이 크다"라며 역사적 배경을 보더라도 일본이 핵 보유 국가로 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중국과 일본은 서로 경제적으로 중요한 상대이기 때문에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일본이 핵무기를 보유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과 대만도 다양한 나라와 무역관계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핵무기 보유에 머뭇거릴 수 있다. 경제적 관계들이 핵무기 개발의 억제 요소가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핵 도미노 현상을 막기 위해 "국제적 대화와 담론을 활용하여 확산을 저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핵무기 군축이나 폐기와 관련된 국제적 담론을 재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이 이러한 담론에 포함되어 핵 확산 감축 노력에서 빠지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정인 이사장은 "동북아의 전반적인 안보환경과 관련, 북핵을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하고, 미국은 좀 더 건설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면서 "한일관계의 개선도 중요하다. 한국과 일본의 시민사회와 비정부기구(NGO) 단체들이 친핵적 세력의 경계를 넘어선 연대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핵무기와 핵확산에 대한 정확한 정보의 공유가 매우 중요하다. 한국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핵무장을 지지하는 응답자들이 핵무장과 관련된 제약이나 비용과 관련된 정보에 노출되었을 때 자신들의 입장을 바꿨다"며 "핵무기의 위험에 대해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는 국내적, 국제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반면 하태경 의원은 한미 간 보다 적극적인 군사 협력을 통해 핵무장론을 잠재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한국 내에서는 안보에 대한 불안 때문에 핵무장론이 등장하는데, 북한이 비핵화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정권이나 여당 내부로부터 제재 완화 목소리가 나오면 오히려 국민들의 안보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며 핵무장론의 근거가 되는 행태를 삼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 의원은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정치적인 이유로 건너뛰거나 축소하는 식으로 약화시키면 안된다"며 "훈련에 핵무기를 동원하는 정도의 강한 의지를 보여줘야만 한국의 독자적인 핵 무장론이 더 커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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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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