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이 비싸다구요? 밥 한 그릇의 단가는 200원에 불과합니다."
올해 벼 농사가 유례없는 풍년을 맞으며 공급량이 급증함에 따라 농민들이 과잉공급 물량의 시장격리(매입)을 요구 중인 가운데 정부가 ‘불가’ 입장을 고수하자 전국 농협 조합장 등이 시위에 나섰다.
농협미곡종합처리장(RPC) 전국협의회는 13일 청와대 인근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농협 조합장 총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협의회 회원 140명과 350여 명의 농협 조합장 등 49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이날 궐기대회는 정부의 ‘2021년산 쌀 공급과잉물량 시장격리 실시’를 촉구하기 위한 자리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은 388만2000t으로 지난해 350만7000t보다 10.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곡 수요예상량을 감안할 경우, 30만t 이상의 공급과잉이 예상돼 현 정부 출범 이후 회복된 쌀값의 급격한 하락과 쌀 농가의 소득불안이 우려되면서 정부의 조속한 시장격리 결정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쌀 변동직불제’가 폐지되고 ‘공익직불제’가 도입되면서 쌀 농가 소득 안전판 마련을 위해 개정된 ‘양곡관리법’과 ‘양곡수급안정대책 수립·시행 등에 관한 규정’ 등에 따르면, 신곡 수요량을 초과하는 생산량이 생산량의 3%(올해 11만6000t)를 초과할 경우에는 과잉생산물량의 시장격리가 가능하도록 명시돼 있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의 쌀값이 높은 수준이어서 시장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면서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날 궐기대회에 참여한 협의회 회원 등은 "농민들이 정부의 쌀 시장격리를 요구하는 이유는 수확기 가격이 곧 농가의 소득이기 때문"이라며 "올해 생산된 쌀과 벼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는 상황으로, 지금의 쌀 수급상황은 정부의 매입 발동기준을 충족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이와 관련한 시행 계획을 미루면서 농가의 고충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 RPC 대표이사는 "정부는 시장격리의 즉각 시행에 대해 ‘쌀 가격이 높기 때문’이라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밥 한 그릇의 단가는 200원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식재료 가운데 가장 낮은 가격으로 책정된 것이 쌀값"이라며 "다른 식탁 물가는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상황임에도 유독 쌀값에 대해 물가 수준을 엄격히 적용하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차상락 농협RPC전국협의회 회장도 "오늘 우리는 농업과 농촌의 근본이자, 코로나19의 위기 속에서 식량안보의 굳건한 첨병인 쌀을 지키기 위해 벼랑 끝 심정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며 "지난 6일 농해수위 일부 의원들이 쌀 시장격리 촉구 기자회견을 했을 만큼 사안이 매우 중대함에도 정부는 물가안정 정책만을 앞세우며 시장격리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현 정부 최대 농정 성과인 쌀값이 더이상 무너지지 않고 농업인이 안심하고 쌀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도록 정부의 조속한 결단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결의대회를 마친 이들은 청와대에 요구사항을 전달한 뒤 광화문 정부청사까지 거리행진 등을 진행하며 정부의 조속한 쌀 시장격리 결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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