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18년 대비 40% 이상으로 상향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월 1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특별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한 말이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발언은 '2050 탄소중립'의 일환이다. 2020년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선언한 '2050년 탄소중립'은 두 달 뒤인 12월 10일 국민들에게 직접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을 발표하면서 본격화됐다.
탄소중립(Net zero)이란 대기 중의 온실가스 농도가 증가하지 않도록 배출량을 '제로'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2050 탄소중립' 선언은 2050년까지 한국에서 배출되는 탄소가 전혀 없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한 중간 단계로 2030년까지 '2018년 총 배출량' 대비 40%의 탄소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50 탄소중립' 선언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실제 가능한가'라는 회의론부터 '속도 조절론', '산업 시스템의 체질 개선' 등의 여러 방법론도 언급된다.
오랫동안 환경과 경제의 교집합 분야에서 활동해온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탄소중립'과 관련해서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서 한국에게는 매우 어려운 과제임은 분명하다"고 평가하면서도 "그래도 갈 수밖에 없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홍 교수는 탄소 배출에서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석탄발전소의 비중을 줄이면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을 지금보다 더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다른 선진국에 비해 한참 늦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2050 탄소중립'을 국민에게 발표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홍 교수를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아래 그와의 인터뷰 내용.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사례 찾기 힘들어"
프레시안 : 지난 8월 5일,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발표했다. 시나리오는 2개인데, A안은 화력발전을 전면 중단해서 탄소를 0으로 하겠다는 것이고, B안은 화력발전이 일부 잔존하는 대신 여기서 배출되는 탄소를 포집 및 활용·저장(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CCUS)하는 기술을 적극 활용해 탄소를 0으로 하겠다는 방안이다. 어쨌든 두 안 모두 국내 탄소 순 배출량을 0으로 하고 있다. 궁금한 점은 이것이 실제로 가능한가이다.
홍종호 : 우리나라가 탄소 감축과 관련해서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인 것은 사실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독특한 위치라는 생각이 든다.
프레시안 : 차근차근 이야기해보자. 우리나라가 독특한 위치에 있다는 이야기는 무슨 의미인가.
홍종호 : 유럽의 경우, 탄소중립을 자기 나름대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라고 할까. 그간 축적돼 온 국민적 인식이 형성돼 있다. '우리는 좀 더 탄소를 줄일 수 있다' 이런 공감대 말이다. 반면, 우리는 아직 그런 공감대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해외에서는 우리를 선진국이라고 하지만, 정작 우리 국민들은 그런 말을 들으면 '무슨 이야기냐'며 반문한다. 거기에서부터 부딪치는 부분이 있다.
또 하나는 우리는 발전 경로가 해외 선진국과 다르다. 미국이나 유럽, 심지어 일본과도 에너지 사용 경로가 매우 다르다. 한국의 경우, 2018년까지 에너지 소비량이 증가한 나라다. 즉, 탄소 배출이 계속 증가해온 나라라는 의미다. 반면, 유럽 등 다른 선진국들은 1990년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각국이 탄소 감축 목표를 제시하면서 대체로 탄소 배출이 정점을 찍은 '피크(peak)‘를 기준으로 한다. 그렇다보니 유럽은 1990년, 미국은 2005년, 일본은 2013년을 기준으로 삼는다. 우리는 2018년이 기준이 된다. 그것을 기준으로 2050년 탄소를 '제로'까지 내리는 계획을 세우다 보니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 탄소감축 기간이 훨씬 짧은 것이다. 다른 나라보다 강도가 셀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유럽 등 선진국은 1990년에 꼭짓점을 찍고 계속 하강세를 이뤄왔기에, 2050년이라는 목표를 두고 탄소중립 프로세서를 만드는 게 그렇게까지 어려운 일은 아닐듯하다. 반면, 한국은 불과 3년 전 수치를 기준으로 향후 30년 안에 탄소 중립 프로세서를 만들려고 하니 매우 어려운 듯하다.
홍종호 : 게다가 우리는 제조업 비중도 높다. 산업구조상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나라다. 다른 나라의 경우, 제조업 비중이 낮고 이미 성장률도 떨어졌다. 출발선이 다른 셈이다.
프레시안 : 사실 다른 나라는 과거부터 탄소 감축을 위한 여러 합의를 진행하고 그에 따라 자체적으로 체질 개선을 진행해왔다.
홍종호 : 1997년 일본 교토에서 개최된 유엔기후변화협약 제3차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된 교통 의정서(유엔기후변화협약을 이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가 간 이행 협약)를 비롯해 선진국들은 탄소 감축을 위한 여러 노력을 해왔다. 그 결과, 그들은 탄소를 점차 줄여오는 방향으로 지금까지 온 셈이다.
프레시안 : 한국의 경우, 세계 경제 10위이지만 여전히 개발도상국 위치에서 성장 중심 정책을 펼쳐왔다.
홍종호 : 우리의 경우, 국제기구와 세계 각국이 강하게 문제제기를 하니, 국제기준에 맞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다른 선진국은 다들 줄이는데 왜 한국만 올라가느냐'다. 그런데, 지금의 구조에서 탄소중립을 실천하려면 누가 가장 힘들겠나. 한국이 제일 힘들다. 말이 쉽지 한국의 상황에서 탄소 중립을 한다는 건, 어렵고 지난한 도전이다.
프레시안 : 이야기를 들어보니, 독일 등이 '2050 탄소 중립'을 선언하는 것과 우리나라가 선언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는 듯하다.
홍종호 : '2050 탄소 중립'은 매우 어려운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목표라는 것을 정하고 그에 맞춰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탄소 줄이려면 전기 값 현실화 필요하다"
프레시안 :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한다고 하는데, 현 정부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이를 이루겠다고 하는가.
홍종호 : 부문별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크게 보면 전력, 산업(제조업 등), 건물(냉‧난방 등), 수송 등 네 가지다. 여기에서 화석에너지 소비는 줄이면서 재생에너지 사용은 늘리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다.
프레시안 : 그중에서 가장 큰 부분이 사실 전력 분야가 아닌가 싶다.
홍종호 : 맞다. 탄소 배출 비중으로 따지면, 전력 분야가 37%로 가장 많고, 산업 부문 36%이다. 이 둘을 합치면 73% 정도가 된다.
프레시안 : 산업 분야의 경우, 이것을 줄이는 가장 손쉬운 방식은 탄소를 내뿜는 공장을 다른 나라로 이전하는 것이다.
홍종호 : 그러면 효과가 바로 나오겠지만, 우리 경제가 매우 안 좋아지게 된다. 그리고 다른 나라로 공장을 이전해도 지구에서 배출하는 탄소총량은 줄어들지 않는다. 이를 '탄소 누출(carbon leakage)'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발생량은 줄어들지만, 줄어든 탄소는 다른 나라에서 또다시 발생하기에, 지구 전체로는 똑같은 탄소량이 배출되는 식이다. 결국, 우리나라 일자리만 줄어든다. 그렇기에 탄소 누출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프레시안 : 우리보다 먼저 탄소중립 정책을 펼치고 있는 유럽은 어떤가.
홍종호 : 탄소 누출이 일어나지 않는 탄소 저감 정책을 쓰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7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탄소국경조정제도(M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탄소국경조정제도는 EU 역내 생산제품보다 탄소 배출이 많은 수입품에 탄소비용을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프레시안 : 일종의 무역 관세 같은 느낌이다.
홍종호 : 자기네는 탄소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에 따른 많은 비용을 치르고 있는데, 다른 나라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똑같이 철강이나 알루미늄을 생산해도 탄소를 줄이려면 상당한 비용을 치러야 한다. 그런데 다른 나라에서는 탄소를 줄이지 않고 철강 등을 만들 경우, 비용이 저렴하기에 자국 철강 공장 등이 타국으로 갈 우려가 커진다. 이는 결국, 유럽은 탄소를 줄이지만, 전체 지구로 봤을 때는 탄소가 줄지 않는 효과가 발생한다. 탄소 중립을 실천하고 있는 유럽 입장에서는 불공평할 뿐만 아니라 기후에 악영향을 미치기에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이다.
프레시안 : 괜찮은 아이디어인 듯하다. 그러나 한국 산업에는 여러 모로 악영향을 줄 듯하다. 우리도 탄소를 줄이는 방식으로 산업 시스템을 전환하는 게 필요할 듯하다.
홍종호 : 대표적인 방법이 탄소세(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의 사용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다. 각종 에너지원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에 따라 세금을 매기게 되니 화석에너지 사용 비용이 증가하게 되어 소비를 줄이는 효과를 기대하는 거다.
프레시안 : 탄소세를 도입하면 우리 산업과 경제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듯하다.
홍종호 : 사실 탄소세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꽤 오랫동안 연구해 온 주제다. 탄소세가 부과됐을 때 우리나라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논의해왔다. 탄소세가 도입되면 단기적으로는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전반적으로 물가도 올라갈 수 있다. 그렇지만 이것이 장기적으로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분명하다. 그러니까 탄소세 도입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 일례로 유럽에 수출하는 제품들이 '탄소국경세'를 맞기 전에 탄소세를 도입하면 좋을 듯하다. 그렇다면 유럽에 지급해야 할 돈이 우리나라의 세금으로 지급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종호 : 또 하나는 전기 요금의 현실화다. 사실 한국만큼 전기 값이 싼 곳이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전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연료를 대부분 수입하고 있다. 결국, 원가도 보전 안 되는 구조가 반복된다. 이런 왜곡된 요금 구조하에서 에너지 효율성 이야기가 어떻게 나오겠는가. 외국의 데이터센터들이 한국에 들어오려는 이유가 있다. 전기요금이 저렴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전기 요금 정상화가 필요하다.
프레시안 : 수요 억제 정책으로, 즉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저렴한 전기 값을 올리자는 이야기인 듯하다. 그런데 전기 값 인상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부딪히는 게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이다. 이들에게 전기는 절대적인 존재다. 겨울을 버티는 최소한의 자원이다. 그런 자원의 가격이 올라가면, 이들의 삶이 더욱 열악한 상황으로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는다.
홍종호 : 중요한 이야기다. 그러나 전기 값과 복지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전기 값으로 복지 정책을 펼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복지 정책을 여러 가지 차원에서 쓰지 않나. 저소득층과 에너지 빈곤층에게는 에너지 복지 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렇게 복지 정책을 펼쳐야지 전기 요금을 저렴하게 하면서, 이를 복지 정책으로 쓰는 방식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에너지 효율성과 에너지 복지를 혼동하면 안 된다.
프레시안 : 사실 전기 값이 저렴하니, 전기를 과용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앞으로 우리가 고민해야 할 부분인 듯하다.
홍종호 : 물론, 전기 값을 정상화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바로 반발이 나오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부담스러워한다. 현 정부도 탄소 중립을 이야기하지만, 탄소 배출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반영되지 않는 현재의 전기요금 구조를 그대로 가져가고 있다. 모순이다.
"탄소 중립은 시대적 흐름, 거부할 수 없다"
프레시안 :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수요 억제와 함께 공급의 변화도 필요할 듯하다. 대표적인 게 재생에너지(풍력, 태양광 등)다. 의문은 재생에너지가 가능한가이다. 풍력, 태양광 등이 실용화를 넘어 주력 에너지로 자리매김하는 게 가능한지 의문이다. 기존 석탄발전소 측의 반발도 상당할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홍종호 : 지금 유럽의 경우, 상당 부분 재생에너지가 주력 전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물론, 이들도 재생에너지를 처음 도입하기 시작한 1990년대에만 해도 쉽지 않았다. 낮은 수용성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정부의 설득, 시민사회의 노력, 기술 혁신 등으로 재생에너지가 점차 확산하면서 지금처럼 자리 잡게 되었다.
프레시안 : 시작은 어렵지만, 결국 시간의 문제라는 것인가.
홍종호 : 탄소 중립은 시대적 흐름이다. 이를 거부할 수 없다. 다만, 이를 위해 얼마나 사회적 비용을 적게 들이고 갈 것인가만 남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지금이 에너지전환을 둘러싼 갈등의 최정점에 있다고 본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회의주의자, 혐오주의자들이 전통적인 집중형 발전소 옹호론자와 함께 갈등을 만들어내고 있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재생에너지가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가.
홍종호 : 현재 한국의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 비중은 7% 정도 된다. 이 비율이 10%가 넘어가면 탄력을 받으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을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쉽지 않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권에서 나서야 한다. 방향은 분명하다. 전 세계 흐름이 탄소 중립이다. 경제적인 부분에서, 무역 시장에서 이러한 패러다임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그에 맞출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방향을 위해 국민을 설득하고 갈등을 돌파하는 건 정치인들의 몫이다.
프레시안 : 2020년 기준으로 석탄발전소가 전체 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5.6%였다.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은 비중이다. 반대로 말하면, 에너지 분야에서 40% 가까운 일자리를 석탄발전소가 책임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탄소 중립의 길로 간다면, 이들의 일자리도 사라지게 될 듯하다.
홍종호 : 현재 상황에서도 석탄발전소는 미세먼지가 심한 12월~3월 계절관리제를 통해 가동을 제한한다. 자연히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또한 앞으로 석탄발전소에는 사회적 비용이 더욱 부과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수익성이 떨어지고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떠날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그들을 위한 대책도 필요할 듯하다.
홍종호 : 그래서 파리협정에도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규정이 있고 실제로 유럽에서는 '정의로운 전환'을 중요하게 고려한다. 대전환의 흐름에 따라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이기에 여기에는 정부가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새로운 일자리, 재교육, 훈련. 재취업 등을 정부가 책임지고 해야 한다.
프레시안 : 재생에너지에서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다고 들었다.
홍종호 : 기존 석탄이나 원전 발전소보다 발전량 당 일자리가 훨씬 많다. 이는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그렇기에 석탄발전소 등에서 나온 분들이 재생에너지 분야로 옮겨갈 수 있도록 하는 정책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프레시안 : 옮겨가는 게 말은 쉽지만, 실제로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홍종호 : 과거 우리나라가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으로 넘어왔다. 그러면서 경공업 일자리는 찾을 수 없게 됐다. 중국으로 공장이 건너갔다. 그러나 이는 자연적 수순이었다. 경공업은 임금이 낮은 곳으로 넘어가는 게 당연하다. 하나의 산업이 흥망성쇠하는 과정인 셈이다. 과거 제조업을 하던 유럽은 이제는 서비스, 금융에 비중을 두는 것과 비슷하다. 결국, 거대한 흐름, 즉 탄소 중립이라는 흐름 속에서 에너지 전환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생각한다.
"탄소 중립을 위해 원전 필요하다? 책임 떠넘기기다"
프레시안 : 탄소 중립을 이야기할 때, 꼭 나오는 게 원자력발전소다. 원전에서 탄소가 나오지 않으니 원전을 계속 지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원전을 유지하며 질서 있는 에너지 전환을 해야 한다고 한다.
홍종호 : 원전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대한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는 안전성 문제가 있다. 이미 일본을 통해 우리는 경험하지 않았나. 지진이 난다든지 하면 원전은 감당이 안 된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안전 관리에는 여러 가지 허점이 있다. 이는 이미 수차례 밝혀진 사실이다.
둘째로는 사용후핵연료 문제다. 우리가 전기를 쓰는 이 순간에도 원전에서 사용한 핵연료는 임시 저장소에서 쌓여가고 있다. 그런데 이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사용후핵연료는 땅 속 어딘가에 묻어야 한다. 현재 기술로는 이것을 폐기하거나 없앨 수 없기 때문이다. 사용후핵연료를 묻는 부지를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장이라고 하는데, 과연 이것을 어디에 만들 수 있겠나. 지금까지 나온 거랑 앞으로 수명이 다할 때까지 사용할 원전에서 나올 사용후핵연료만도 처리가 곤란한 것이 현실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자꾸 새로 건설만 하려는 건 상당히 무책임하다.
프레시안 : 노무현 정권 때, 전라북도 부안에 핵폐기물 처리장을 만든다고 했을 때, 난리가 났다. 결국, 엄청난 반대에 부딪혀 이를 포기해야 했다.
홍종호 : 그래서 결국 고준위 핵폐기장 건설은 미루고 우선 중저준위 핵폐기물 처리장을 만들게 된 거였다. 오랜 기간 논란이 되다가 중저준위 방폐장만 우선 짓기로 하면서 경북 경주에 겨우 만들었다. 중저준위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일한 직원들의 옷이나 장갑, 모자들이 전부다. 사용후핵연료를 포함하는 고준위 핵폐기장은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프레시안 : 원전은 필요하지만, 내 집 앞에는 안 된다는 식인 듯하다.
홍종호 : 결국, 사용후 핵연료 문제는 우리 세대에서는 지나갈 이슈다. 문제는 다음 세대다. 다음 세대는 사용후 핵연료 문제에 정면으로 마주하게 될 텐데, 지금 세대는 그 책임을 어떻게 할 것인지 의문이다.
프레시안 : 책임 떠넘기기식인 듯하다.
홍종호 : 원전 문제는 기후위기와 비슷하다. 기후위기의 본질은 결국 세대 간 형평성 아닌가. 원전을 두고 저렴하다면서 사용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우리 세대는 그 원전을 이용해서 혜택을 누리고 우리 다음 세대에게 갈등과 분란을 넘기는 식이다.
프레시안 : 탄소 제로에 관해서 여러 부분을 종합적으로 이야기해준 듯하다. 오랜 시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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