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조원의 청사 점거 등 경기도교육청이 교원·교육행정직·교육공무직 등 8개 노조 및 단체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본보 12월 1일자 보도>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노조 권리는 존중하지만, 불법은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교육감은 3일 자신의 SNS에 게시한 3600여 자에 달하는 장문의 입장문을 통해 "요즘 저는 평생 가장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날씨도 추운 주차장 바닥에서 텐트 야영을 하면서 시위하는 노조원들과 어려운 상황에서도 출근해야 하는 교직원들에게 깊은 책임감과 함께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죄송하다"고 밝혔다.
그는 "나이도 들었는데 그냥 적당히 하고 지나가지 라는 소리도 듣지만, 원칙을 지키는 것이 모두를 위한 길"이라며 "시위대가 요구하는 ‘공무직원 임금 인상’이나 ‘유치원 방과후 프로그램 문제’ 및 ‘초등돌봄의 시간연장’ 등은 교육청이 수용할 수 없거나 권한이 없는 내용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육감은 "시위와 농성 및 파업은 노조원들의 권리로서 존중하지만, 교육기관으로서 ‘불법’은 절대 허용할 수 없다"며 "도교육청은 지난 한주 동안 극심한 노조의 시위와 업무방해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전부터 교육청 주차장에 천막을 치고, 망루를 세우고, 고성능 확성기로 자신들의 주장을 반복하던 노조는 이번 주 십수명의 노조원들이 ‘불법적’으로 청사에 진입해 교육감실 입구 등 청사 일부를 점령한 채 철야 시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직원들과 노조원 간에 마찰이 발생, 일부 직원들과 노조원들이 상해를 입고 병원 진료도 받았다"며 "노조는 어떤 요구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불법적으로 마음대로 천막을 치며 업무를 방해해도 좋고, 교육감은 무작정 사무실을 쳐들어와 만나자는 요구를 무조건 들어주는 것이 옳은가"라고 반문한 뒤 "교육은 원칙을 지키고 반칙을 허용하면 안되며, 진실과 정의를 지키는 책임을 저버리면 안된다. 교육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교육감의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또 "공무원노조도 지난달 22일부터 전면 등교수업 전환에 따른 학교 지원업무와 함께 확산일로에 있는 코로나19와의 전쟁에 오랫동안 과도한 업무에 시달려 온 직원들에게 너무나 힘든 상황에서 ‘업무 분장이 잘못됐다’며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고, 시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지켜온 하나의 원칙은 ‘노조가 법령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시위를 하고 농성을 하는 것은 항의와 의사의 표시로서 당연한 권리이고,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이러한 경우라 하더라도 불법시위 중에 하는 대화는 올바른 환경이 아니다. 이미 협상과 대화를 포기한 것이기 때문"이라며 "이 때문에 지난 수 년간 시위와 파업 중에는 직접 나서서 대화를 하지 않았고, 이를 노조도 잘 알고 있다. 2014년 취임 이후 노조원들의 권익을 위해 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까지 여러 과제들을 풀고 실천해왔다고 자부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 여러 노조들이 요구하는 사항들은 대부분 법령상 교육청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이며, ‘다른 교육청은 다 했는데 왜 경기도만 못하느냐’는 항의에 대한 이유는 교육청마다 서로 예산과 교육의 규모 및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이 교육감의 입장이 나오자 노조 등은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경기교육공무직노조)는 "지난달 30일 도교육청에 대한 점거 농성은 ‘2021년 임금교섭’이 결렬되고,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절차 또한 중단되면서 발생한 쟁의권을 활용한 것으로써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정당한 쟁의행위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경기교육공무직노조는 "그러나 도교육청은 대변인의 공보 활동 및 기관 대표자인 이 교육감의 개인 SNS 등을 통해 지속적인 ‘불법행위’ 프레임을 확산시키고 있다"며 "도교육청 직원들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위한 출입을 방해하거나 주요 업무에 관련되는 시설을 점거 혹은 사용자의 점유를 배제하는 형태로 점거한 바가 없으며, 교육감의 책임 있는 답변을 듣기 위해 교육감실 앞 복도 일부를 점거하고 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이 교육감은 쟁의행위 중 대화에 임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현 임기 내 단 한 번도 비정규직 단위의 노조와 직접 대면한 사실이 없다"며 "이러한 교육감의 ‘불통’이 8개 노조 및 교육관련 단체와의 마찰을 초래한 원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 교육감은 개인 SNS에 게시한 글을 통해 파업과 시위 등을 노조 측의 불법행위 사례로 적시했지만, 파업은 ‘노동3권’ 중 단체행동권에 의하는 것이고, 시위 또한 ‘집회결사의 자유’에 근거해 보장하는 것으로써 모두 주요한 헌법적 가치"라며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의 ‘노동 경시적 헌법관’에 우려를 표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경기도교육청 일반직공무원노조(경일노)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교육청에서 천막농성을 벌인지 13일차이지만, 그동안 이 교육감은 물론 교육청의 어떤 책임자도 문제해결을 위한 소통을 위해 방문한 적이 없다"며 "오히려 하루에도 서너 명씩 조를 편성해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보내고 시비를 걸어온 적은 있지만, 대화와 소통을 위한 시도는 없었다"고 비난했다.
이와 함께 "최근 경기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도교육청 간부들은 ‘현장이 수용할 수 없다’는 호소에도 ‘예산을 집행할 때는 충분한 소통’이라는 어불성설로 일관했다"며 "강제 집행하는 것이 충분한 소통이라고 착각하는 관료주의적 대응에 현장은 더욱 분노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일노는 "청사 현관 앞에 여러 대의 관용차량으로 차벽을 세우는 등의 행동이 도교육청이 말하는 소통이냐"라며 "공감하지 못하는 보여주기식 기계적 소통은 어떠한 역할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도교육청은 경기교육공무직노조와 경일노를 비롯해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지부(경기학비노조) 및 전국여성노동조합 경기지부(경기여성노조) 등이 남부청사 주차장에 천막과 농성탑 등을 설치한 채 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지난달 30일에는 유치원방과후전담사들이 남부청사를 점거하는 등 8개 노조 및 단체와 수 개월째 갈등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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