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국 등 서구권에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해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올림픽을 기점으로 한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종전선언과 올림픽이 불가분의 관계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24일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인영 장관은 최근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움직임으로 인해 올림픽을 계기로 종전선언을 이끌어내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종전선언이 베이징 올림픽을 겨냥해서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 장관은 "여러 차례 베이징 올림픽 전에 (종전선언의) 진전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수 차례 말씀드렸다"라며 "베이징 올림픽과 종전선언이 불가분의 관계로 연결된다고 해석하고 접근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종전선언의 진전 상황에 대해 "아직 협의가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았고, 먼저 공개하는 과정들이 꼭 긍정적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라며 "다만 종전선언에 어떤 조건이나 내용이 있어야지만 가능하다는 접근과는 다른 문제의식으로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통일을 지향하기 이미 늦었다고 발언하고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통일부의 명칭을 남북관계부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등 최근 여권 인사를 중심으로 현실 가능성이 낮은 통일이 아니라 원만한 남북관계를 지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과 관련, 이 장관은 "당장의 통일 또는 빠른 통일보다는 점진적 통일, 준비된 통일을 하자는 취지로 이해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장관은 통일부의 명칭을 남북관계부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서는 "통일부라는 명칭이 가장 본질적이고 현실적인 명칭이라고 생각한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의 통일은 남북관계만의 문제가 아니고 국제사회와 어느 정도 공감대를 같이 형성하면서 풀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그래서 (남북관계부로 바꾸면) 남북관계가 남북 문제로 국한해서 비춰질 가능성이 있어서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남북관계가 현상을 잘 유지하고 관리하는 측면으로 보이거나 남북 간 교류나 협력으로 그 영역이 제한되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이 우려스럽다"라며 "두 개의 나라를 기정사실화하는 경향을 우리가 먼저 강화하는 것은 지혜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반도의 평화는 한 정부에서 완성하기 어려운 장기적 과제다. 이어달리기와 비슷하다"라며 "한반도 평화를 진전시키기 위해 앞 주자는 끝까지 달리고, 이후 정부는 성과를 더 발전시켜 나갈 수 있어야 한다. 한반도의 완전한 평화라는 국익을 위해 초당적 협력을 하고 함께 지혜를 모아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혀 다음 정부에서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코로나 19 백신을 수령하지 않는 것과 관련,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확인했는데 북한은 국제사회의 (백신) 협력을 받아들일 의사를 분명하게 표방하고 있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라며 "그 이유는 백신 수량, 종류 등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진단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코로나 19 백신을 200만, 300만 도스 정도를 국제사회로부터 수용하면서 다른 한편에서 북한의 (국경) 문을 열어야 한다고 하면, 그런 과정에서 북한은 백신의 수량이 부족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 정도면 평양(시민들)도 다 맞추기 어렵지 않나"라며 "(지원을 하는) 백신 수량이 충분한지도 중요하게 고려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중국이나 러시아로부터는 언제든 (백신) 협력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는데, 미국이나 유럽 쪽 백신을 선호하는 것 같다"라며 "백신의 종류 선택에 있어서도 고려해야 할 부분들이 더 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 백신 지원에 대한 구체적 방안 및 시점이 논의됐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최근 코로나 일상 복귀 과정에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 같다"라며 "백신의 지원이나 협력에 대해서는 아직 본격적으로 검토하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다만 그는 "국민 여러분들의 의사를 중간중간 확인해보면 우리 국민의 백신 접종이 어느정도 이뤄지고 이후 여력이 있을 때 지원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있어 보인다"라며 "지난해보다는 백신 지원에 대한 국민 여러분들의 수용 가능성이 더 높아져 있다고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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