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유기동물보호소(이하 군산보호소)가 오랜 보호소 생활로 야생성이 사라진 고양이를 무분별하게 방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앞다리가 절단되거나, 후지마비 증상이 있는 고양이도 방사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무분별한 방사는 또다른 유기와 다름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세금 수억 원이 투입되는 지자체 유기동물보호소의 허술한 고양이 방사 시스템에 비판이 이어질 걸로 보인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공개된 자료와 동물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 도움으로 군산보호소의 고양이 방사 현황을 파악했다.
여기서 고양이는 동물보호센터 운영지침에 따라, 다쳐서 구조되거나 어미로부터 분리되어 스스로 살아가기 힘들다고 판단되는 3개월령 이하의 개체를 말한다. 도심지나 주택가에 자연적으로 번식하여 자생하는 고양이는 제외된다.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군산보호소가 보호하다 방사한 고양이는 총 39마리. 군산보호소는 최소 6일에서 최대 440일 동안 보호하다 이 고양이들을 길에 방사했다.
<셜록>은 군산보호소가 방사한 고양이 총 39마리 중 무분별하게 방사된 걸로 보이는 개체 18마리를 하나씩 분석했다. 고양이 18마리 중 대부분이 수의학적 처치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외상을 입고 구조됐다.
군산보호소가 해당 고양이들을 보호한 평균 기간은 약 72일. 개체별 방사 현황은 이렇다.
앞다리가 절단된 채로 구조된 고양이(공고번호: 군산-2020-1055)는 440일을 군산보호소에서 지내다 올해 10월 구조 장소에 방사됐다. 앞다리가 덫에 걸린 채로 구조된 고양이(공고번호: 군산-2020-1390)는 328일을 군산보호소에서 지내다가 올해 9월경 방사됐다. 군산보호소는 방사 장소를 공개하지 않았다.
교통사고로 상태가 나쁜 상황에서 구조된 고양이(공고번호: 군산-2021-506)는 128일을 군산보호소에 지내다가 올해 10월께 방사됐다. 군산보호소는 방사 장소를 공개하지 않았다.
교통사고로 하반신 복합골절된 고양이(공고번호: 군산-2021-278)는 209일을 군산보호소에서 살다가 올해 10월께 방사됐다. 군산보호소는 방사 장소를 공개하지 않았다.
턱 부분이 괴사된 채로 구조된 고양이(공고번호: 군산-2021-120)는 26일 동안 군산보호소 보호 아래 있다가 올해 2월 방사됐다. 군산보호소는 방사 장소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외에도 교통사고로 뒷다리가 골절되거나, 후지마비 증상이 있는 고양이들도 방사됐다.
공익제보자들과 동물단체들은 "오랜 기간 실내 생활로 야생성이 사라진 고양이를 군산보호소가 대책없이 길에 방사했다"고 비판했다.
공익제보자 A씨는 "고양이는 영역 동물로 수백일 넘게 보호소에서 생활했다면 야생성이 사라졌기 때문에 다시 야생으로 돌아가기 힘들다”면서 “특히, 앞다리가 절단되거나 후지마비 증상이 있는 고양이를 길에 방사하는 건 죽으라는 이야기와 같다"고 지적했다.
전채은 동물을위한행동 대표는 "지자체 유기동물보호소로 입소한 고양이의 경우 원래 길거리에 살던 개체인지, 아니면 누가 유기한 개체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면서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 고양이를 수백일 넘게 보호소에서 보호하다가, 길에서 발견됐다는 이유로 다시 방사하면 생존할 확률은 극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나마 '제자리 방사'가 지켜진 개체는 12마리 뿐이다. 나머지 6마리는 방사 장소조차 불명확하다. 이중에는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복합골절되거나, 앞발이 덫에 걸린 개체도 포함됐다.
'제자리 방사'는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TNR)에서도 중요한 원칙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고시한 '고양이 중성화사업 실시 요령' 제8조(방사)에 따르면, 길고양이를 방사할 때는 포획한 장소에 방사해야 한다.
A씨는 "군산보호소가 '제자리 방사'를 한다고 해놓고 방사 장소를 증명할 사진이나 정확한 위치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 "사실상 유기동물보호소에서 동물을 다시 유기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차은영 군산길고양이돌보미 캣맘 대표는 "군산시청에 ‘군산보호소 고양이를 방사하기 전에 지역동물보호단체에 도움을 요청하라'고 제안했지만, 잘 시행되지 않았다"면서 "지역 캣맘에게 사전에 알리지도 않고 야생성이 사라진 고양이를 방사하는 건 그냥 죽으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는 현 군산보호소 운영진인 사단법인 리턴 측의 반론을 듣기 위해 지난 15일 보호소를 찾았다.
리턴 관계자는 "보호소로 고양이가 계속 구조되어 들어오는데, 공간은 부족하고, 입양은 안 되는 상황에서 안락사 대신 방사를 선택한 것"이라며 "(방사한 개체가) 집고양이가 아니라 길고양이지 않느냐"고 기자에게 설명했다.
제자리 방사 지적에 대한 리턴 관계자는 "구조한 곳에다가 고양이를 제자리 방사하고 있다"면서도 방사 장소 입증에 대해서는 "방사 사진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올려야 하는 의무 사항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앞다리가 잘리고 후지마비 증상이 있는 개체를 왜 방사했을까?
리턴 측은 기자가 보호소를 찾아간 지 약 8일이 지난 23일까지도 개체별 방사 이유에 대해 아무런 답변을 주지 않았다.
기자는 관리감독 책임자인 군산시청에도 지난 9일 서면 질의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군산시청 동물복지계 담당 공무원은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군산보호소에 확인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지자체 유기동물보호소 실태에 밝은 한 수의사는 "열악한 시보호소 특성상 한정된 공간에 적정관리 수를 유지하려면 개체들이 밀려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입양이 어려운 고양이를 방사하는 게 맞는지, 안락사하는 게 맞는지는 아직까지 논쟁거리"라고 말했다.
군산보호소는 군산시 위탁 지자체 유기동물보호소로, 2019년 안락사 없는 '노킬' 보호소를 표방했다. ‘유기견의 천국’으로 불린 군산보호소에 지원된 지자체 보조금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6억 원 상당이다.
<셜록>의 집중 보도 이후 불법 안락사, 입양 조작, 개체관리 미흡 등 군산보호소의 문제가 세상에 알려졌다.
이 기사는 <프레시안>과 <셜록> 제휴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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