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에서 교사들에 의한 학교 내 불법촬영 사건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발생하자 경상남도교육청이 ‘디지털 성범죄로부터 안전한 학교문화 조성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즉각 파면조치 하는 무관용 처벌 원칙을 유지하며 학교 내 불법촬영카메라 점검체계 강화, 피해자 보호와 지원체계 구축, 성인식 개선 교육 강화, 제도적 장치 정비 등의 내용이다.
경남교육청은 지난해 성폭력 사안에 대한 무관용 원칙과 그에 따른 징계와 대책을 발표했다. 그런데 지난해 6월 김해와 창녕에서 교사가 화장실 등에 불법촬영 카메라를 설치한 뒤 촬영해오다 적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두 교사는 이 같은 혐의로 입건돼 각각 1심에서 징역 3년과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경남교육계와 학부모, 학생들을 충격에 빠뜨렸던 두 사건 이후 경남교육청은 도내 전체 학교에 대한 불법촬영카메라 전수조사에 나섰고 대응책 강화와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달 초 창원의 모 고등학교에서 교사가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불법촬영을 하다 적발되는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해당 교사는 수업시간 등에 여학생들을 불러 상담을 하면서 자신의 휴대전화 동영상 기능을 이용해 제자들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했고, 몰카 촬영 의심 소문이 학생들 사이에 퍼지면서 학부모들이 경찰에 신고했다.
경남여성단체는 사건 직후 경남교육청의 학교 내 성폭력 방지 대책에 대해 실효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느냐며, 성폭력 없는 학교 만들기 의지를 포기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또 무관용 원칙의 처벌 매뉴얼 운영 내용을 공개하고 보완 시스템을 마련할 것과 성폭력‧젠더폭력 대처 매뉴얼 공개, 실효성 있는 추진체계 마련 방안 수립, 성인지 교육의 실질적 효과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 강화 등 특단을 조처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경남교육청은 다변화되고 고도화되는 디지털 성범죄로부터 안전한 학교문화를 조성하겠다며 기존 대책을 보다 강화하는 계획을 발표하고 나섰다. 먼저, 무관용 처벌 일관성을 위해 성고충심의위원회 심의위원을 대상으로 한 성인지 감수성 향상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성비위 교직원 특별교육 이수를 전문화해 재발도 막겠다는 구상이다.
학교 내 불법촬영카메라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교육공동체 안심점검 요구제’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누구든 의심이 가면 언제든지 점검을 요구하고, 그 즉시 외부 업체에서 점검에 나설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회복 지원대책도 강화했다. 학교 응급심리지원도 피해자 등에 맞춘 형태로 순차적인 개입 방안을 마련했다. 전문가와 시민사회, 교육공동체가 함께하는 디지털 성범죄 대응 정책 상설기구도 마련된다.
경남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성인식개선담당 강지명 사무관은 “불법촬영카메라 점검 체계의 경우 불시점검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도내 전체 학교를 대상으로 상반기와 하반기에 한 번씩 모두 2회에 걸쳐 진행하고 있고, 전국 시‧도교육청 가운데 유일하게 완전불시점검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시점검제는 올해부터 도입됐다. 점검작업은 외부업체에 의뢰해 진행되고 있다. 도내 학교에 불시점검과 관련한 공문만 전달됐고, 점검일은 해당 학교 관계자들도 모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게 경남교육청의 설명이다.
강 사무관은 “뿐만 아니라 도내 모든 학교와 교육 관련 기관에서 불법촬영카메라 점검 기기를 보유하고 있고 유치원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든 교직원들에게 카메라 렌즈 유무를 셀프 점검할 수 있는 셀로판지 카드를 지난해 겨울에 지급했다”며 “수학여행을 가도 점검 기계를 가지고 가서 미리 숙소 내부에 대해 점검작업을 진행할 만큼 불법촬영카메라에 대한 부분은 강력하고 철저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는 이번 사건처럼 개인 휴대전화를 이용한 경우인데, 이에 대한 대책으로 성인지 교육 강화와 공론의 장 확대 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전문가와 시민사회, 학생, 학부모, 교직원 등이 함께하는 공론의 장을 마련하고, 디지털 성범죄 대응 정책에 지속적으로 의견을 반영할 상설기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강 사무관은 “상설기구의 경우 그동안 전문성을 인정받은 교수, 법조인, 정신과의사, 성폭력상담소, 준법감시센터 보호관찰관과 학교장 등이 협의체를 구성하는 참여형이었다”며 “앞으로는 전문가뿐만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와 요구를 직접 전달할 수 있는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 시민사회단체의 참여 폭을 넓히는 방향, 즉 피해자 중심주의의 정책반영 상설기구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남교육청은 지난해와 올해까지 학교 내에서 발생한 3건의 불법촬영 사건과 관련해 해당 교사들을 감사관실 감사 과정 없이 ‘패스트 트랙’으로 파면 징계 처리했다.
그럼에도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 시민사회단체는 여전히 불안을 쉽게 거두지 못하고 있다. 경남교육청이 또다시 발표한 이번 대응 계획이 어떤 실효성으로 이어질지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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